2000년대 초반에 시작한 홈페이지가 있었다. 글쓰기 연습하고 필요한 자료를 저장할 용도였는데, 그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홈페이지엔 내가 있었다. 불안하지만 가끔은 행복했던 내가. 영국에 온 뒤로 그 홈페이지를 손댈 여력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온라인플랫폼들도 많이 바뀌었고 이제 홈페이지 같은 건 유명인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도 찾지 않는 올드 플랫폼이 됐다. 그 홈페이지 안에서 HTML 뒤져가며, 철따라 사진 바꿔가며, 친구들과 댓글로 투닥 거렸다. 나의 20대가 그 안에 멈춰있어서, 나의 오래된 지식으로는 어쩌지도 못하면서 매년 도메인과 호스팅을 유지하면서 10년을 보내버렸다. 매년 5월 초 갱신 기간이 다가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갱신하고 다시 일년 동안 잊어버리기를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