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육아일기를 써보려고 한국에서의 메모를 들춰보다보니 그보다 한국에서의 단상을 먼저 남겨야 할 것 같아서.
한국 가기 2주 전 런던에 와서 우리집에 묵어간 협Bro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은 선배가 참 외로워보였다. 그리고 선배의 이야기 속 사람들도 참 외롭게들렸다. 그땐 '그렇구나'하고 들었는데, 한국가서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예전 같으면 "인생 혼자 가는거다", "외롭지 않은 사람없다", 그리고 "엄살 떨지 말라"했을텐데 이젠 나도 쉬 말하기가 어렵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이곳에 살면서 '나만큼 외롭나'하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벗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좀 다른 종류 같았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한없이 바쁘게 살아도, 늘 사람들 속에 있어도 극복이 안되는 그런.
페이스북에서 와글와글 떠들어도 숨겨지지 않는 그런.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마치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한 발짝 떨어져 있어 사람들은 여과없이 외로움과 어려움을 내게 쏟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게 그런 걸 읽어내는 능력이 생겼던지. 말없이 살다보니 그런 능력이 개발되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영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경제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서적으로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것은 없지만 한국의 벗들이 느끼는 그런 외로움은 좀 덜할 것 같다. 한 발짝 떨어져 살면서 도와줄 순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쓰레기통은 그렇고 해우소쯤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생각만 있고 방법은 막막.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다.
여전히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누리는 한국에 다녀온 후 사방팔방으로 기어다니고 있고, 집안은 엉망진창이고, 나의 눈꺼풀은 계속 무겁다. 낮잠자는 누리따라 얼릉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