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30weeks] 무서운 TV

토닥s 2013. 4. 16. 19:49

누리는 얼마전까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두 시간씩 낮잠을 잤는데, 요즘은 오후에 낮잠을 아주 짧게 자거나 아예 건너뛰기도 한다.  보통 그 시간에 하루 동안 사용한 젖병을 씻거나 저녁을 준비하는데 누리가 오후 낮잠을 건너 뛰면 아무것도 못하고 지비가 올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랬다.  그러면 저녁이 너무 늦어져, 누리 우유먹고, 우리 저녁먹고, 누리 목욕시키면 하루가 다 간다.  그래서 좀 시간을 벌 요량으로  TV를 켜주었는데 놀라운 집중력에 깜놀.


예전에도 TV를 켜주긴 했는데, 그땐 별로 보지도 않았다.  그저 흔들 의자에 앉아 손으로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곤 했는데, 이젠 장난감은 안중에도 없다. 





누리가 열광하며 보는 프로그램은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의 "In the night garden".  BBC엔 두 개의 유아·어린이채널이 있는데 CBBC는 어린이채널, cbeebies는 유아채널 같다.  누리가 보는 "In the night garden"은 우리에게 텔레토비로 알려진 "Teletubbies"를 만든 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 홈페이지 http://www.inthenightgarden.co.uk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어른들로써는 몰입이 안되는 설정과 알 수 없는 이름 때문에.  아무리 들어도 이름이 안들려서 '이름이 대체 뭐라는거야?'라면서 자막을 넣고 봤다.  캐릭터들 이름이 Upsy Daisy, Makka Pakka, Legglepiggle.  그리고 복수라서 's'를 붙여줘야하는, Wottingers, Pontipines, Tombliboos.  탈 것들 Pinky ponk, Ninky Nonk.  몇 번을 봐도 나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는다.

이웃의 라헬과 이 프로그램에 관해서 잠시 이야기했는데, 누리가 열심히 본다고, 라헬은 재미가 없더라고 했다.  텔레토비가 그랬듯이 이 프로그램도 어른과는 일명 '코드'가 맞지 않다.  그런데 7개월도 안된 아기에게 그 코드가 딱 맞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무섭기도 하다.  이러다 TV순이가 되는건 아닌지.  그런데 또 다른 채널을 켜 놓으면 그렇게 집중하지 않는다.




지비가 와서 불러도 잠시 쳐다보는 게 전부다.  내가 예전에 하던 일이 있는데 내 딸이 이렇게 열심히 봐도 될런지.  흠흠..( - -)


7개월 된 아이도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신기와 의문 그 자체다.  너무 집중해서 보여주면 안될 것 같은데, 그런데 우리도 저녁은 먹어야해서.(i i )  저녁시간에만.( ' ');;

영국의 아이들은 저녁 7~8시에 잠들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끝으로 cbeebies 채널이 아예 끝난다.  그때부턴 우리가 누리를 감당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아이들처럼 저녁 7~8시에 재우던지.  그러면 아침 5~6시에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것도 힘들 것 같고.  어째야 할까.


누리의 요즘 일상은 TV보고, 그 동안 퇴근한 지비와 격렬하게 놀다가 목욕하고, 우유먹고, 15분쯤 졸다 깨서 또 쫌 격렬하게 놀다가 9시반쯤되면 찡찡대기 시작해서 10시에 잠이든다.


9시쯤 재울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고새 앉은채로 잠이든 누리.

(위 사진 전날 밤 사진이다)



그럼 또 자는 애를 깨워 이도 닦고, 우유먹이는 악역을 내가 맡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재운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의 일상이다.  500번쯤만 더 반복하면, 알아서 화장실 갔다가 이 닦고 잠자리에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