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8weeks] 물과 거의 비슷한(?) 물티슈

토닥s 2013. 4. 5. 02:20

임신했을 때 만난 K선생님이 생각보다 유용한 게 물티슈라고 말씀하셨다.  아기용도 아기용이지만 은근히 묵은 때 지우기 같이 청소에 용이하다고 하시면서.  그런가 하고 들었다.

그 즈음 들었던 또 다른 물티슈에 대한 의견은 그닥 좋지 않으니 물로 씻기고 말리는 것이 좋다는 것.  킹스톤 그린 라디오에 초대 손님으로 온 아토피환자모임을 하고 있는 룰루가 말했다.

물티슈에 대한 엇갈린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 편리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나 몸과 마음이 고달픈 아기 엄마에게는.  그래서 좋은 걸 사보자고 생각했다. 


출산 전에 이것저것 구입하면서 처음으로 산 Waterwipes.  99.9%가 물이고, 세계에서 가장 순(수)하다고 광고하는 물티슈.  나머지 0.1%는 레몬에서 추출한 산이라고.  99.9%가 물이면 재료비도 적겠구만, 왜 이렇게 비싼거야.  4개들이 £9.

그 뒤 샘플로 받은 Pampers와 Johnson's를 차례로 써봤다.  기저기와 마찬가지로 물티슈도 여기는 Pampers가 대세.  Johnson's는 Pampers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선택폭(향기)로 공략하지만 여전히 밀린다.  Johnson's도 97%가 물이라고 광고한다.  대부분이 물이라고 앞다투어 광고하는 걸 보면 정말 물만큼 좋은 게 없나보다.

샘플을 다 쓰고 구매시기가 왔는데 가격 때문에 선뜻 Waterwipes로 가지 못하고 Huggies pure를 써봤다.  개당 가격이 £2.64.  저렴한 편은 아닌데, 워낙 Pampers가 대세다보니 이것도 늘 할인을 한다.  4개들이 £4.


이것저것 써보니 내 취향에 맞는 것은 Huggies pure.  잘 찢어진다느니, 너무 얇아서 O이 손에 묻는다느니 악평이 많지만, 그것도 쓰다보니 요령이 생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느끼기에 물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진다.  딱히 광고문구는 없어서 물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Pampers도 Johnson's도 뽑아서 써보면 거품이 뽀글뽀글한다.  누리 엉덩이를 닦아도 미끄덩미끄덩 하는 것이 비눗물이라는 기분이 드는데, Huggies pure는 그런 게 없다.  닦아도 물로 닦은 것 같고.


Huggies pure는 휴지보다는 두껍고, 키친타올보다는 얇은 종이 물티슈다.  Pampers나 Johnson's는 부드럽고 얇은 부직포 물티슈고.  Waterwipes는 뻣뻣하고 얇은 부직포 물티슈(이런데도 내가 돈을 더 줘야해?).


물티슈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기용품은 특별한 기능의 차이라기보다는 엄마의 취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는 가격+취향.  기능 및 성능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영국서 아기 키우면서 '이건 차~암 좋다'했던 게 있다.  바로 Cotton wool ball이다.  코튼 울 볼이라니 뭔가 있어보이지만, 적당한 크기로 뭉쳐놓은 솜이다.  한국에서도 쓰는지는 모르겠네.



출산 준비교육에 갔을 때 병원 갈 때 준비해야 할 목록 리스트를 줬다.  한 번 훑어보고 거기에 맞추어 준비했다.  정말 출산이 임박해져 왔을 때 그 목록을 다시 훑어보니, 아기를 위한 물품으로 cotton wool ball이 있는 거다.  '이건 뭐지?'하고 찾아보고, 마트에 가서 봤다.  용도가 아기 용변 처리 후 아기 엉덩이를 닦는 것인데, '요래 작은 걸로 뭘 닦아'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튼 볼 대신 그걸 대용한다는 Cotton Sheet를 샀다.


병원에서 누리를 출산하고 첫 기저귀를 갈지 못해 지비와 내가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조산사가 와서 기저귀를 갈어주었다.  작은 일회용 종이 볼에 더운 물과 그 코튼 볼, 솜을 담아와 태변으로 더러워진 누리 엉덩이를 슥슥 닦았다.  속으로 '저렇게 쓰는 거구나'했다.

집에와서 코튼 볼 대용으로 산 코튼 시트를 더운 물에 적셔 닦아보니, 코튼 시트가 물에 잘 젖지도 않고 얇아서 별로다.  그래서 지비에게 코튼 볼을 사다달라고 했다.  써보니 참 좋다. 

물티슈를 만드는 회사들이 너도나도 '우린 거의 물이야'라고 광고하는데 코튼 볼은 내가 진짜 물에 담았다가 손을 짜서 쓰니 정말 100%로 물인셈.  물론 이 코튼 볼로 대변 처리는 어렵다.  그래서 대변 처리할 땐 물티슈로 닦고 마지막은 이 코튼 볼을 물에 적셔 닦아준다.  늘 더운 물을 받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냥 찬 물을 받아 쓸 때도 있다.


그리고 처음 샀다가 쓰지 않은 코튼 시트는 누리 얼굴 세수용으로 썼다.  아기세수를 어떻게 하는지 몇 번을 찾아본 결과 가제 수건을 물에 적셔 닦아준다고 하는데, 가제수건이 그렇더라.  썼다가 바로 빨아서 말리지 않고 아기 빨래와 두었다가 빨면 노랗게 변색되서 딱딱해지더란.  나만 그런가.( ' ')a  그래서 코튼 시트나 그것보다 작은 코튼 패드를 그때그때 사서 얼굴과 손을 닦는 용도로 썼고,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다.  코튼 시트는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진 솜.


코튼 시트의 또 다른 용도는 누리의 장난감 청소였다.  치발기 같은 건 우유병과 함께 씻어 소독하지만 건전지가 들어간 장난감들이 난감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코튼 시트를 물에 적셔 닦곤 했는데, 지비는 이것도 못마땅해서 데톨로 가끔 닦아주었다.  사실 나는 데톨로 닦는게 더 못마땅했다.  그건 화학약품 아닌가하면서.(- - );

하여간 지비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장난감 청소용으로 산 토미티피의 안티 박테리아 물티슈.  원래는 치발기나 공갈꼭지, 우유병의 젖꼭지를 닦아주는 용도로, 닦았다가 말린 후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도착과 즉시 지비의 완소제품이 되었다.(- - )


누리가 장난감이나 치발기를 방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생기면 나는 손에 잡히는대로 가제수건이나 일반티슈에 슥슥 닦아 다시 준다.  이런 일이 하루에 몇 번 일어나겠는가.  조금 과장해서 수십번이다.  대신 집청소 열심히 한다.  그런데 지비는 아주 그런 걸 못마땅해한다.  꼭 그 안티 박테리아 물티슈를 꺼내 닦거나, 그럴 여건이 안되면 그냥 떨어뜨린 장난감을 안줘버린다. 

우린 뭐 좀 바뀐 것 같애.  정말 어떤 면에서 지비는 한국부모 저리 가라다.

일찍이 친구 엄여사가 하신 명언이 있다, 애들 너무 깨끗하게 키우면 면역력 떨어진다고.( ' ');;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이 이곳은 부활절 연휴였다.  애는 있지만, 차는 없는 우리는 런던 시내와 동네를 부지런히 들락날락했다.  갈 곳 없는 우리를 굽어살핀 이웃의 라헬이 우리를 부활절 점심에 초대했다.  그건 나중에 따로 올리고.  그날 드디어 라헬의 딸 탈리타와 누리의 만남이 있었다.  라헬은 임신요가에서 만났고, 그때 탈리타를 임신 중이었다.  라헬에게는 3살짜리 아들 노아도 있다.

하여간 탈리타는 누리보다 4주 뒤에 태어났는데, 몇 번을 만나도 탈리타가 자던지 누리가 자던지 그래서 서로 만나지를 못했다.  둘 중 한쪽은 수면중이어서.  그런데 그날 드디어 둘 다 깬채로 만났다.




탈리타와 비교하니 누리가 한국아기 같다.  누리가 태어나고서 눈도 작고, 코도 작다며 지비도 누리가 한국아기 같다고 했는데, 근래 들어 순수 한국아기 사진을 보더니 누리는 한국아기 같지 않다고 지비도 이야기한다.  그런데 확실한 건 요동네 아이들보다는 눈도 작고, 코도 작다.  그리고 얼굴은.. 크다.(- - )


라헬은 독일인이고, 그녀의 남편은 케냐계 영국인.  케냐 사람이다.  언젠가 라헬이 차마시러 오라고 해서 누리만 안고 갔는게 가서 보니 우습다.  라헬, 탈리타, 누리,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있는데 한 명도 같은 인종(?)이 없다.  라헬은 백인이고, 탈리타는 백인과 흑인혼혈, 누리는 백인과 황인 혼혈, 나는 황인.  그래서 넷이서, 사실은 라헬과 나만, 한참 웃었다.  런던이 이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