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4weeks] 이유식 요이땅!

토닥s 2013. 3. 5. 21:54

지난 토요일 드디어 누리도 이유식을 시작했다.  최소 17주 이상은 되야 이유식을 시작할 수 있는데 17주가 되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계속 육아정보 관련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소화기능이 발달되지 않은 17주 이전엔 이유식을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6개월을 넘겨서 시작해도 안된다고.  처음엔 느긋하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메일들이 나를 더 긴장하게 하는거다.  


누리의 경우는 거의 우유로 배를 채우는 경우라서 4개월부터, 그때가 17주, 이유식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 시기를 최대한 늦췄다.  비록 우유로 배를 채우기는 하지만 여전히 식전 스타터로 모유를 먹고 있는데, 모유를 10~15분쯤 주고 우유를 준다, 이유식을 일찍 시작하게 되면 내 일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최대한 미뤘다.  모유가 줄어드는 느낌이라 6개월이면 모유수유가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 6개월에 맞추어 모유수유를 하지 않게 되면 이유식을 시작하려고 했다.  모유에, 우유에, 이유식에 너무 하지 않은가!

그런데 모유가 가뭄에 산골 약수처럼 쫄쫄쫄.  양은 많지 않은데,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서 일부러 없애버리기 그래서 모유에, 우유에 거기다 이유식을 시작하게 됐다.  시기는 5개월 반으로 절충.


친구 S가 이유식 책을 보내줬다.  물론 보던 책.  두 권을 보냈는데,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책을 이유식 가이드로 정했다.  출산 전 책을 받자 말자 한 번 훑어 보았고, 이유식 시작을 앞두고 틈틈이 다시 훑었다.  아이디어는 쌀로 시작해서, 한 가지식 채소를 더해가고, 6개월이 넘어가면 고기를 더해 매일 먹이고, 가능하면 과일 같은 단맛이 나는 것들은 뒤에 먹이는 것이다.  알갱이도 뒤로갈수록 커지고.  아이디어는 간단한데, 과연 누리가 잘 먹을지 콩닥콩닥. 


지난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우리 아침도 뒤로하고, 쌀 이유식 만들기 시작.  쌀 불리고, 핸드블랜더로 갈고, 끓이고, 식히고.  식히는 동안 우리도 아침 먹고, 설거지도 뒤로 미루고 이유식 먹이기 시작.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의외로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물론 낯선 느낌이니 어찌할바를 몰라 혀로 밀어내기도 하지만, 그건 음식을 혀로 밀어낸다기보다 입맛을 다시다보니 음식이 밀려나는 느낌이라서 그냥 계속 먹였다.


쌀 15g에 물 200ml를 넣고 만들면, 끓이면서 날아가고, 졸아들고, 그리고 거름망으로 거르는 과정에서 줄어들어 120~140ml정도의 쌀미음이 만들어진다.  사실 미음이라기보다는 풀 같아서 벽지 발라도 될 것 같다.  미음은 물에 가까운 느낌인데 이렇게 만든 건 퓨레puree 같다.  되직~하다는.

그걸 3등분해 첫날 먹이고, 나머지는 보관용기에 담아 일요일과 월요일에 데워먹였다.




아직은 '누리가 이유식을 잘 먹는다'기도 뭐하고, 그렇지 않다기도 뭐하다.  오늘 아침엔 찹쌀로 만들어 먹였는데 쌀보다 더 잘먹는 느낌이다.  찹쌀이라 맛이 좋은 것인지, 숟가락으로 먹는게 조금이라도 익숙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누리는 이유식보다 숟가락과 이유식 그릇에 관심이 많다.  실리콘으로 된 숟가락을 쬭쬭 질근질근 뽀독뽀독 빤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든, 식기에 대한 관심이든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다.


위의 사진들은 내가 이유식을 먹이고 난 뒤 지비가 이유식을 먹일때 사진들이고, 아래 비디오가 누리의 '생애 첫 숟가락'이다.(^ ^ )  화질과 표정이 과히 좋지는 않지만 기록이니까 남겨둔다.





이유식의 시기


이유식을 시작하고서 이유식과 관련된 이곳의 책을 한 권 보는 중인데, 그 책을 보면서 밑줄 확 긋고 싶었던 부분이 그거였다.  이유식의 시기는 아기가 준비되었냐 그렇지 않느냐지 월령이나 몸무게가 아니라고.


4개월부터 주변에서 이유식에 대한 질문들을 해와서 그것이 무척 부담이 됐다.  비슷하게 태어난 다른집 애들은 대부분 모유수유중이라 천천히 이유식을 시작하는데, 날더러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니 이유식을 해야 한다고들 해서.

내가 정한 시기는 6개월이 넘지는 않되, 누리가 좀 앉을 수 있을 때 시작하려고 했다.  요즘 누리는 약간의 도움을 받아 앉을 수 있게 되서 이유식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육아정보에서는 (이곳의) 모유수유의 경우는 6개월, 분유의 경우는 4개월 이후에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월령만 따라서는 안된다고.  분유의 경우 아기가 800ml~1000ml의 먹어도 만족하지 않을 경우도 하나의 이유식 준비 사인이라고 한다.

누리의 경우는 모유조금+분유를 700ml정도 먹어서 최대한 미루기도 했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기가 손을 빨거나 침을 흘리면, 혹은 이가 나면 이유식을 먹일때라고 하지만 누리는 아주 일찍 손빨고, 침흘렸다.  그래서 그런 건 이유식 준비 사인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도, 그런 것보다는 아기가 씹을 수 있을 때가 이유식을 시작할 때라고.  누리의 경우는 요즘 치발기를 잘근잘근해서 이는 없어도 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뭐 지금 주는 이유식은 그냥 꿀떡 삼키거나 냠냠하면서 흘러 들어가는 식이지만서도.


이유식의 도구


이유식 관련해서 한국의 정보를 검색해보면, 이건 뭐 아기를 위해서 우리가 가진 살림 반 정도를 다시 사야할 판이다.  우린 주방 살림이 정말 단촐해서.  '그래 그래'하면서 쏠려가다가 '너무 많네'하면서 확 비우고를 몇 번 반복한 끝에 이유식 도구는 열감지 숟가락 3개(1세트), 보관용기 2개(1세트), 접시 2개(1세트), 매직매트로 마감했다.  아 그리고 칫솔!

이유식 조리 도구로는 세라믹 이유식기(강판과 즙짜기용 포함), 거름망(채)을 한국서 샀고, 여기서 실리콘 주걱하나 샀다.  따로 냄비를 살까하다가 있는 거 깨끗히 씻어서 쓰자하고 말았다.  도마는 안쓰던 작은 도마가 있어 그걸 아기용으로 쓰기로 했다.  칼 역시 사두고 쓰지 않은 작은 과도를 아기용으로 정해두고.


이유식 보관용기며 숟가락은 젖병을 쓰고 있는 토미티피Tommee Tippee라는 영국 브랜드를 샀다.  일단 영국브랜드라 약간 저렴하고, 하이스트릿 마트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같은 이유로 젖병을 토미티피를 쓰기 시작했는데, 모양이 엄마 가슴과 비슷해서 아기에게 혼동이 없고 촉감도 유사하다고 광고한다, 쓰면서 보니 '좀 똑똑한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유식 관련 도구들도 살펴보면 세심한 똑똑함이 느껴진다.  단 색깔이 너무 튀어 좀 주춤했는데, 아기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도 든다. 



세심함이 느껴지는 첫번째, 보관용기.

냉동보관도 함께 할 수 있는데, 그러면 플라스틱의 경우 꺼내기 어려우니 바닥 부분을 실리콘으로 만들어 쭉 밀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요건 접시인데, 12개월이나 되야 쓰겠지만 미리 샀다.



세심함이 느껴지는 두번째, 매직 매트.

'이건 뭔가'하고 뛰어넘었는데 사용자들이 '진짜 매직'이다 하며 감탄하는 코멘트를 보고 다시 보게 된 매직 매트.  쉽게 말하면 그릇을 잡아주는 매트다.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바닥이 평평하면 다 붙는다.  


어느 정도 월령이 되면 아이들은 "내가 내가"를 외치며 직접 먹으려 드는데 대부분은 다 흘리고, 그릇 엎지르고가 일반적인 스토리.  이유식 볼이나 아기용 그릇이 알록달록 플라스틱들이 많다.  그런데 플라스틱이라서 가벼워서 엎지르기도 쉬운셈.  그런데 이건 그릇을 잡아주니 음식을 흘리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릇째 엎지르는 재난 정도는 방지할 수 있다.    꼭 토미티피 이유식 그릇이나 접시가 아니라도 사용가능해서 구입했다.




요건 아기 칫솔.  아직 누리는 이가 없지만 잇몸 맛사지 한다 생각하고 입안에 넣어서 저녁무렵 한 번 닦아준다.  그런데 그 표정이 가관이다.  혼자 보기 아까우니 다음에 꼭 찍어봐야지.  일명 X 씹는 표정.


이유식 책을 보면서 이유식을 만들 때 난감한 건 '쇠고기 안심 10g' 이런거다.  어디가서 쇠고기 10g을 사오나.  '한 번에 구입해서 나눠놔?'했는데 또 책에서 재료는 그때그때 신선한 걸 쓰라하니 갈등이 된다.  냉동하면 안될까?

사실 요즘 우리도 냉동한 고기는 먹지 않는다.  예전엔 사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냉장실에서 해동해 먹었는데, 냉동하지 않은 고기를 몇 번 먹고 나니 그 맛의 차이를 알게 되서 고기를 먹는 날 나가서 사와 먹는 편이다.  그러면서 누리는 냉동고기 먹여?  고민되네.


이래저래 자잘한 고민들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큰 무리 없이 이유식이 시작된 것 같다.  그것만도 고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