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10weeks] 부모미션, 수유실을 찾아라!

토닥s 2012. 11. 24. 01:59

외출 중 수유와 기저귀 갈기


누리가 태어나고 꼬박 두달.  그 동안 계속 집콕한 것만은 아니고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있는 하이스트릿에 나가 차를 마시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머물러야 2~3시간이라 나가 있는 동안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 일이 없었다.  지난 화요일 한국에서 출장 온 선배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혼자서는 엄두가 안나 지비가 하루 휴가를 내서 함께 갔다.  지비와 함께 가면서 누리 태어나고 가장 멀고, 긴 외출이 될꺼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봐야 집에서 버스로 10~15분거리.


보통 누리는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점심 때도 한 번 우유를 먹는다.  점심 때 선배를 만나기로 해서 아침 일찍 우유를 한 번 먹이고, 집을 나서기 전에 우유를 한 번 먹이려고 했는데 누리가 아침에 늦게 우유를 먹는 바람에 점심 때 먹는 우유를 먹이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G선배와 만나 제이미 이탈리언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누리도 우유를 먹어야 할 타이밍이라 레스토랑이 있는 쇼핑센터에 갔다.  사실 그 레스토랑에 아기를 위한 체인징 시설이 있었으면 기저귀 갈고 그 레스토랑에서 우유를 먹였을텐데 체인징 시설은 커녕 장애인 화장실도 없었다.  실망이야, 제이미! (- - )


규모있는 카페에 가면 화장실 한 켠에 아기를 위한 체인징 시설이 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  접이식 플라스틱 테이블이 화장실 벽면에 붙어 있고, 그걸 내려 아기 기저귀를 갈 수 있다.  레스토랑이 있는 곳은 웨스트필드westfield라는 쇼핑센터인데 체인징 시설을 찾아 기저귀를 갈고 가려던 까페로 가서 우유를 먹이기로 했다.  G선배는 쇼핑몰 구경하시라고 남겨놓고 지비와 나는 화장실을 찾았다.  그러다 화장실 옆 parent room이라는 곳을 발견.  "이건 뭐지?"하고 보니 수유실이었다.  체인징 시설까지 잘 갖춘.



4개의 체인징 매트가 있고, 2개의 매트 사이엔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기가 각각 있었다.  그리고 3개의 수유실이 있고 한쪽엔 전자렌지도 있었다.  '와..'.



심지어 기저귀 자판기까지.  '와..'.2



수유실은 문이 달려 있고, 안쪽엔 작은 테이블과 2개의 의자가 있었다. '와..'.3


누리 기저귀도 갈고 수유실에 앉아 우유도 먹였다.  기저귀 때문인지 약간 화장실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것 빼곤 감동스런 수유실이었다.  이 곳 뒤에 간 노팅힐 까페의 화장실은 체인징 시설이 없어 조급한 마음으로 일어나야 했다. 

사실 노팅힐에서 그 까페에 간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도 같은 브랜드의 까페가 있는데 그곳엔 화장실에 체인징 시설이 있어 그곳에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동네마다 다른 모양이었다.


아기를 낳기 전에도 살고 있는 곳이 가족적인 동네라는 건 알았지만 누리를 낳고, 함께 다니다보니 무척 그런 동네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하이스트릿에 있는 많은 까페들이 화장실에 아기를 위한 체인징 시설이 있고, 그런 탓에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차를 마시러, 밥을 먹으로 많이들 나온다.  스타벅스엔 아이들은 위한 놀이 공간이 있다.  사실 나는 이동네 2~3년 살면서 그 스타벅스에 몇 번을 갔는데 입구에만 앉아 그걸 몰랐다.  이번에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시러 가 안쪽에 앉아보니 어른보다 많은 애들이 있었다.  상술이었든 배려였든 작은 보조시설이 집에만 있을 엄마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하고 그들이 와서 돈을 쓰게 하는 것이다.  나쁘지 않다.


하여간 이 동네를 보다 동네 밖으로 나가보니 아기 데리고 다니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팅힐의 까페에서 유모차를 화장실에 끌고 들어가 그 위에서 기저귀를 갈아볼까 했는데, 그러기에도 공간이 좁았다.  지비가 자기가 변기위에 앉을테니 무릎위에 누리를 놓고 기저귀를 갈아보자고 했는데 나는 그냥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걸 택했다.  이젠 '어디에서 차를 마실 것인가?'가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어디에 체인징 시설이 있는가?'가 선택의 기준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나마 나는 모유와 함께 우유를 먹여서 외출 땐 우유를 먹이지만 모유수유만 하는 사람들은 쉽지 않겠다.  사실 그것도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수유실을 찾지 못한 여성들은 외출 때 화장실에서 모유를 먹이기도 한단다.(ㅠㅠ )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 그리고 그 엄마를 보는 사람들도 넘어야 할 인식의 벽이 아직은 존재하는 것 같다.



지루성 두피염 Cradle Cap


요즘 누리는 두번째 발진으로 얼굴이 울긋불긋하다.  거기다 지루성 두피염까지.  정말 차례대로 골고루 한다 싶다.  이곳에선 지루성 두피염을 Cradle Cap이라고 한다. 

http://www.nhs.uk/conditions/cradle-cap/Pages/Introduction.aspx


역시 다른 아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약도 없고, 이유도 모르고 시간이 약이라고.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목욕 전 오일로 맛사지해서 각질을 떨어내주는 일이 전부다.  이 사진은 좋게 나온 것이고, 실제론 거북이 등껍질 같이 커다란 각질들이 머리밑에 있다.



얼굴의 발진을 대하는 마음이 처음과 같지는 않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이 우울해진다. 거기다 머리밑 굵은 소금 같은 각질까지.  정말 우울하다. (ㅜㅜ ) 



아차차!  포대기!


G선배가 오면서 한국서 날라다 준 포대기.

매는 건 쉽지 않았지만 포대기랑 아기 캐리어 비교해보니 포대기가 훨신 가볍다, 아기를 맸을 때.  무게가 분산되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또 아기의 사지가 내 몸에 착 감겨서 활동하기도 편하다.  체온 때문인지 아기도 금새 잠든다.




근데 요령이 없는 탓에 아직은 혼자서 아기를 매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부족한 요령 탓에 재운 아기를 내려놓을 때 깨게 만든다.  얼릉얼릉 익숙해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