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39weeks] 모유수유 교육

토닥s 2012. 9. 15. 02:58

월요일 아침 병원에서 마련하는 모유수유 교육에 다녀왔다.  요즘에야 한국에서도 이곳에서도 모유수유가 많이 권장되고 조금은 보편화되고 있지만,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경우는 얼마되지 않았다.  집안의 언니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젖을 삭힌다'는 약을 먹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15~20년 전에.  나만해도 분유먹고 자랐다.  언니는 나의 아토피성 건조 피부가 소우유 먹고 자라서 그렇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어쨌든.


모유수유가 아기 건강에도 좋고, 물론 엄마가 식단 관리를 잘 한다면, 산모에게도 좋다는 건 알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일년이 넘도록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한국의 엄마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물론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곳은 한국에 비해서 모유수유를 더 많이 권하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길게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 일년을 한 분도 계시지만, 그 외 몇 안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4~6개월 정도에서 그치는 것 같다.  직장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건 한국이 더 어렵지 않나, 아주 많은 수고로움을 동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다.  아기 사랑이야 동서양이 다르겠냐만은, 아기와 엄마와의 관계에서 한국처럼 아주 많은 희생을 감수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뭐, 개인적으론 그도 나쁘지 않은 정서라고 생각한다.  '희생'이라는 것이 동반되면 자식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높아지기 마련이므로.


친구가 모유수유를 했다더라, 아는 분이 모유수유를 했다더라 그런 이야기와 경험담은 내가 겪은 것이 아니라서 모유수유 교육이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했다.  물론 교육은 교육일뿐 실전(?)은 아니지만. 


월요일 아침 나름대로 서두른다고 서둘러 갔는데도 빠듯하게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교육을 한다는 장소에 열 명 정도의 산모가 있었고 그 중의 절반은 남편 또는 가족과 함께 왔다.  내가 교육을 예약할 때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물었는데, 예약을 받는 쪽에서 그런 교육은 일정이 맞지 않다고 해서 only women교육을 갔다.  그런데 가서보니 정보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떤 산모는 10시 교육을 9시 반이라고 또는 10시 반이라고 공지 받았고, 나처럼 남편 동반이 되지 않아 혼자 왔다고 하는 산모도 있었다.  나도 남편 동반이 되는 줄 알았다면 지비와 함께 갔을텐데.


10 시가 되고 교육이 시작됐는데 남자 스태프 한 명이 비디오 테입을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냥 비디오 틀어주러 온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교육담당자였다.  물론 그의 설명에 의하면 예정은 다른 사람이었는데, 오늘 그 사람이 할 수 없게 되어 자신이 대신 왔다고.  하지만 모유수유와 관련해서 교육참가자들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은 커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이 대목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커버해야 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데 그는 산모들이 알아야 할 것과 궁금해 하는 것 모두를 커버할 자신이있다고 말해서.  조금 알아듣기 어려운 인도식 영어였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산모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을 커버해주긴 했다.  하지만 알아야 할 모든 정보를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 모르니까.




모유수유의 장단점 그런 정보적인 것 왜 그가 중점적으로 설명한 건 모유수유의 자세다.  마음가짐 같은 태도 말고 포즈.  엄마의 건강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없다면 포즈가 모유수유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즈가 제대로라 아기가 모유를 잘 먹게 되면, 모유도 적정량 생산(?)되고 아기도 잘 자란다.  반대로 포즈가 문제가 있다면 아기도 모유를 잘 못먹고, 엄마도 가슴이 아프고, 아기도 잘 자라지 않는다는 그의 지론.


모유수유를 위해 펌프를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긴 했는데, 모든 물건은 필요할 때 사라는 K선생님의 조언도 한 몫했지만 지비의 친구 와이프는 펌프를 사두고 모유수유를 2~3개월 밖에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산 이후에 사기로 마음먹었다.  강사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모유는 먹는만큼 생산되기 때문에 일단은 펌프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모유량이 작다면 그때가서 손으로 추출(?)하거나 펌프에 의존하라고 했다.


지비의 고민은 그거였다.  모유량이 작으면 아기가 울텐데 분유를 좀 사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  혹시 어떤 이유로 모유수유가 어려우면 어떻게 하냐는 것.  결론은 지비는 비상분으로 분유를 사두고 싶어 했다.  물론 나는 반대했지만 내게는 지비를 설득시킬만한 권위가 없었다.  사실 한국 같으면 한 밤중에 나가 편의점에서 사오면 되지만, 이곳은 밤에 그런 걸 살만한 곳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어떤 대책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유수유 교육에서 꼭 강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강사에게 물었더니 단호하게 'never'라고 이야기했다.  일단 모유 공급(?)에 문제가 없어도 포즈나 여러가지 문제로 모유수유하는데 아주 짧게는 3일 보통은 일주일간 모든 부모들과 아기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 것이므로 견디라고 말했다.  일주일이 되는 동안 조산사가 방문을 하니 그때 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던지, 포즈에 문제가 없는지, 혹은 펌프와 같은 보조 수단이 필요한지 상담하라는 것이었다. 

조산사는 출산 후 집으로 2~3회 방문해서 일정기간 동안 아기의 몸무게와 영양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얼핏 TV에서 보니 아기가 자라는 환경도 감시(?)하는 것 같다.  일단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모유수유에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펌프를 권하거나 그도 효과가 없다면 분유를 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사는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분유는 경우의 수에서 없애버리라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 후에도 산모가 아기를 안을 힘이 없어 보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모유수유는 여전히 가능하며, HIV를 제외한 모든 의료처지 아래서도 모유수유는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궁금했던 또 한 가지는 적당한 모유량을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모유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경우.  '분유야 시간당 몇 백ml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모유는?'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비슷한 수준의 산모들이라 그 질문도 나왔다.  강사는 아기가 배부를 때까지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블로거 가라사되, 신생아의 경우 3시간마다 한번씩 먹이되 아기가 깨지 않으면 깨워서 먹어야 한다다.  지비의 형수 이자도 시간을 정해두고 모유를 먹었다.  이 집은 알람까지 3시간마다 맞춰놓고 먹였다.  그런데 강사는 아기가 원하면 두시간이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아기가 원할 때 먹이라고 했다.  그게 아기맘대로지 엄마맘대로는 아니라면서. 

그런가 하면서도, 갑자기 위가 커지면 비만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 같이 창의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차라리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량을 먹이는게 더 나은데.  지비를 닮았으면 먹는 간격이 무척 짧을 것도 같고.


일전에 자연적인 방법으로 육아하는 엄마모임이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흥미롭게 들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모유를 먹이되 젖병으로 먹여 수유 노동을 남편과 나누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기가 모유를 먹는 건 초반이고, 이후는 그냥 물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엄마들은 허리 골병이 든다는.  그래서 젖병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는데, 모유수유 교육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도 그렇지가 않아보였다.  직접 모유수유를 할 때는 아기가 턱 운동을 하게 되지만, 젖병으로 먹게 되면 아기가 얼굴 근육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후에 직접 모유수유를 할 때 엄마가 아프다는 것.  그런 이유로 젖꼭지라고 불리는 soother 또는 dummy의 사용도 좋지 않다고 했다.  보통 부모들이 아기가 울면 수유준비를 하는 동안 젖꼭지를 물려두는데, 그 젖꼭지가 얼굴 근육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직접 수유시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아기 치아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  그때 "애가 우는데 어떻게 해?"라는 요지의 질문을 한 산모가 있었는데, 강사는 아기는 자고 먹고 우는 게 일이라며 부모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라고 했다. 

사실 이곳에서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공공장소에서 아기가 유모차 안에서 울어도 아기를 안아주는 경우가 없다.  주변 사람들도 그려러니 하는 것으로 봐서 이런 장면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건 우리 같은 사람뿐이다.  아기가 없던 나도 이상하게 보이는 그 장면이 여기선 당연한 것이다. 


모유수유 교육 말미에 강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올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사실 오늘 오고간 이야기 대부분이 새로울 것이 없고, 이미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아마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모유수유가 확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만이라도 다져본 시간이 됐다.  어찌될지는 인샬라.. 아니, 아기 뜻대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