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keyword] Diamond Jubilee

토닥s 2012. 6. 7. 04:10

Diamond Jubilee of Elizabeth II


지난 토요일부터 어제까지는 영국은 Diamond Jubilee Week이었다.  현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60주년 기념주간.

이를 기념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사는 3년전부터 준비되었고, 옆의 로고는 작년인가 정해진 것으로 한 어린이의 그림이다.  한국의 은혼식, 금혼식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더 자세한 정보가 알고 싶다면 링크를 참조하기.


http://en.wikipedia.org/wiki/Diamond_Jubilee_of_Elizabeth_II


이 연휴를 지나면서 영국 사람들에게 '여왕'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아직 정확한 답은 없지만 대략 '애증'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번 쥬빌리 기간동안 날씨가 별로라서 사람들이 '신은 공화주의자'라고 할만큼 공화(국)주의자들은 여왕의 존재를 반대한다.  세금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그래도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여왕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나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내 입장으로선 참 신기하다.


영국에서 여왕은 전통의 상징이면서, 역사 속에서 영국이 잘나가던 시절을 상징한다.  한국에선 연예인 뒷담화가 대표적인 가쉽이라면, 영국에선 왕실의 뒷담화가 대표적인 가쉽이기도 하고.  다이애나 왕비의 죽음 이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던 영국 왕실은 작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와의 결혼으로 그 인기를 절정으로 회복하더니, 올해 다이아몬드 쥬빌리를 통해서는 인기가 절정을 넘어 하늘로 치솟은듯하다.  이렇게 영국의 경기가 어려운 와중에서도.


왜 사람들이 여왕을 좋아할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영국의 상징이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상징과 전통이 고집스럽지만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쥬빌리 기념 주간이 된 6월 5일은 사실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날이다.  그녀가 아버지 조지 6세 다음으로 여왕이 된 것은 1952년 2월 6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은 4월 21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여왕 대관식은 1953년 6월 2일이다.  그런데 왜 6월 5일이 쥬빌리 기념일이 되었을까?

정확한 건 모르지만 지비랑 나의 추측은 6월 4일 월요일이 영국의 공휴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소한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4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쥬빌리를 보기 위해 영국의 각지에서 Commonwealth의 각지에서 사람들이 런던으로 몰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또 많은 영국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간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번주는 이곳 학교의 Half term으로 짧은 방학기간이다.  영국의 학부모들은 이 하프 텀에 휴가를 어떻게 내고,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큰 고민 중에 하나인데 휴가를 얼마 쓰지 않고도 이 기간을 보낼 수 있게 됐으니 여왕님이 왜 고맙지 아니할까.


내가 사는 동네, 정확하게 옆동네는, '감히' 중산층이 사는 동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동네의 하이스트릿은 주말, 휴일과 상관없이 늘 가족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렇다고 시내처럼 번잡하지는 않고.  길거리에 까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영국에서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식육점과 생선가게도 있다.  유아관련 상품점이나 유기농 관련 상품점도 많고, 수제 초콜릿 가게 같은 것도 있다.  이곳에 있는 옥스팜은 보통의 옥스팜과 달리 샤넬 같은 이른바 명품을 취급한다.  그래서 시내도 한산한 주말 오전에 아침, 브런치를 위해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그런데 이 동네의 하이스트릿이 여느 때와 달리 텅비었다고 지비와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한들 살만한 사람들은 그래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게 아닐까가 하는 것이 지비와 나의 두번째 추측.


다이아몬드 쥬빌리 다음은 뭘까?


25주년이 실버 쥬빌리, 50주년이 골든 쥬빌리면 그 다음은 뭘까하고 어제 지비와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빈말로 "플래티넘 아닐까?"했는데 오늘 찾아보니 그게 정답.('_' );;

원래 다이아몬드 쥬빌리는 75주년 기념이어야 하지만, 여왕 즉위기념은 60주년을 다이아몬드 쥬빌리로 기념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이아몬드 쥬빌리를 기념한 여왕은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이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두번째다. 

플래티넘 쥬빌리가 75년이 될꺼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여왕 즉위기념은 통상과 달리 70주년을 플래티넘 쥬빌리라고 한다.  지금의 엘리자베스 2세가 86살이니까 70주년이 되면 96세가 될테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이 91세니까 플래티넘 쥬빌리가 아예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그때도 우린 하루 더 임시 공휴일을 가지게 되겠지? (^ ^ )


Royal River Pageant










지난 2년 간 5월와 8월에 있는 공휴일에 우리는 캠핑을 갔다.  그리고 그 외 연휴에도 꼭 여행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임신 때문에 부활절 연휴도 집콕했고 ,5월의 공휴일에도 아무런 계획을 잡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쥬빌리에 관한 아무런 생각과 계획이 없던 지비와 나는 당일 아침 즉흥적으로 다이아몬드 쥬빌리 기념 템즈강 보트행렬Royal River Pageant를 보러가기로 했다. 


이 패전트는 지난 일요일인 6월 3일에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집에 머물까 말까를 열번은 더 고민하다 나선 길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집을 나가 있는 동안은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만 나가 있었기  때문에.


보트행렬은 여왕이 탄 배를 선두로 천 여개의 배가 챌시브릿지부터 타워브릿지까지 템즈강에서 행렬을 하는 것이다.  템즈강의 상류인 햄튼코트 팔래스Hampton Court Palace에서 시내까지 왕이 배를 타고 왔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현대에는 일어난 일이 없는 행사라고 한다.


옆에 있는 그림은 이번 행사의 모티브가 되었던 패전트의 기록화로 현재 이 그림은 그린위치에 있는 해양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패전트에 관해서 더 궁금하다면 링크와 동영상 참고하기.


http://www2.thamesdiamondjubileepageant.org




우리는 시내로 갈까, 집에서 가까운 챌시다리로 갈까 몇 번을 마음을 바꾸었다가 시내로 방향을 잡고 나섰다.  시내에 있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서, 템즈 강변쪽으로는 아예 갈 수가 없다는, 지하철 안에서 챌시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쪽에 있는 사치갤러리도 함께 가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사실 연말의 불꽃 놀이와는 달리 챌시다리부터 타워브릿지까지 긴 구간 패전트가 진행되니까 좋은 전망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볼 수는 있겠지하면서 약간 느슨하게 생각했다.  챌시브릿지에 도착하고서야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됐다.  시내보다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 챌시브릿지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강물이 조금이라도 담긴 사진은 지비가 찍은 것들이고, 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보트는 커녕 템즈강도 못봤다.  템즈 강변에서 말이다.  연말 불꽃놀이처럼 발딛을 틈없이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뚱뚱한 배를 하고서 다닐만한 곳은 못되서 지비랑 일찍 포기를 하고 챌시브릿지를 벗어났다.




사치갤러리로 가는 길목에 발견한 케익가게. 


갤러리로 가기 전에 고픈 배를 채우려고 맥도널드에 갔다, 임신하고서 맥도널드가 땡긴다.  줄이 넘쳐나서 잠시도 머무르기 힘들어 포기하고 돌아나왔는데, 여느 가게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갤러리도 포기하고 어서 집에가서 밥먹자고 돌아와버렸다.

집에 도착해서 이틀전에 만든 카레와 밥을 급하게 전자렌지에 데우면서 TV를 켜보니 여왕이 막 타워브릿지에 도착해서 손을 흔들었다.  역시 TV로 보는 게 최고라고 지비랑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날 있었던 쥬빌리 콘서트는 아예 가볼 생각도 않고 처음부터 TV로 시청했다.


통 큰 여왕님


다른 사람들처럼 여왕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참 괜찮네'하고 생각했던 대목이 두 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6월 4일 월요일에 쥬빌리 콘서트.  영국을 대표하거나 혹은 세계적인 아티스들을 초대한 이 공연의 티켓은 무료로 배포되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이있었겠지만 신청하고, 로터리 방식으로 정해진 것 같다. 

쥬빌리 콘서트에 앞서서는 버킹엄 팔래스에서 왕실 주관인 피크닉도 있었다.  티켓은 피크닉과 쥬빌리 콘서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지만 대략 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왕실에서는 이 만 명의 손님을 위해 햄퍼Hamper를 준비했다.  햄퍼는 피크닉 바구니.  그 안에는 대표적인 영국음식들이 들어있었고, 음료가 제공되었다.  확인해보니 이 햄퍼는 이베이ebay에 £130에 나와있다.  만 명을 위한 피크닉 도시락 바구니, 멋지다.


http://www.bbc.co.uk/news/in-pictures-18324097


두번째는 6월 3일 일요일에 있었던 패전트.  천 여대의 각종 보트가 동원됐다.  지나서 TV로 보니 장관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대목은 다른 부분이다.  여왕의 보트가 먼저 도착해서 뒷따라 오는 배들을 맞았다.

여왕의 배가 도착하고서 한 시간이 넘도록 배들이 뒷따라 왔는데, 그녀는 계속 서서 뒷따라 오는 배들을 맞았다.  물론 의자가 준비되어있었지만, 왕실 가족 어느 누구도 앉지 않고 간간히 손을 흔들며 배를 맞았다.  좀 괜찮지 않나?


Street Party


이번 다이아몬드 쥬빌리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트릿 파티Street Party였다.  쉽게 말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거다.  개인적이어서 이런 문화가 없을 것 같은 영국에도 과거엔 이런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젠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살아가게 되면서 이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는데, 그래도 실버 쥬빌리와 골든 쥬빌리 그리고 작년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 동네 사람들은 이런 스트릿 파티를 했고, 이번 다이아몬드 쥬빌리에도 많은 스트릿 파티가 열렸다.


영국 전역에 9000여 개의 파티가 신고되었다고 하니까 모든 동네에서 열린 것은 아니다.  그나마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사는 동네 정도에서 열린셈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옆동네에서 지난 주말 동안 몇 번의 파티를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시골에서는 여전히 하고 있는 마을잔치인셈인데, 사실 한국의 도시에선 이젠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런던에, 영국에 벌어지고 있다는 게 참 새로웠다.  지비랑 나는 과연 런던이, 영국이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는 동네인가를 가끔 이야기하곤 하는데 스트릿 파티는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요렇게 다이아몬드 쥬빌리 Week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