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life] 나꼼수 런던 토크쇼

토닥s 2012. 5. 30. 03:11

<나는 꼼수다>팀이 런던-옥스포드 토크쇼 때문에 영국에 왔다.  나꼼수를 듣기는 하지만 열광적인 팬까지는 아닌데, 열광적인 팬인 B언니 덕분에 공연도 보고 덩달아 좋은 구경도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B언니 역시 처음엔 자원봉사자로 발을 들이더니 나중엔 공연 총연출자 자리를 꿰어차고 정신없는 몇주였다.  나꼼수 공연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B언니가 나꼼수 공연에 올인하시면서, FM라디오는 내 몫이 됐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번씩 왔다갔다가 일이다.  하여튼.


나꼼수 팀이 런던에 온 건 5월 24일 목요일.  다음날인 25일 옥스포드에서 휴먼 라이트 네트워크의 모임에 게스트로 참석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듣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없어지면서 시간도 생기고, 런던에서 옥스포드로 가려던 사람들이 취소하면서 B언니의 차에 자리가 생겨 함께 옥스포드로 갔다.  런던 나꼼수 토크쇼를 처음부터 착안하고 준비하신 K위원장님의 남편분이 옥스포드의 명물 중 하나인 일명 해리포터 식당, 영화에 등장하는 다이닝 홀이다,으로 나꼼수 팀을 점심 초대하셨는데 나꼼수 팀은 오전 런던관광을 하느라 늦어 못가고 우리만 호강을 했다. (^ ^ );;



가장 앞쪽에 앉으신 분이 점심을 초대해주신 남편'님'. (^ ^ )



B언니.



이 홀이 해리포터의 한 장면에 나오는 식당.  실제는 작은데 이를 모티브로 CG를 통해 영화 속에선 큰 홀로 나온다.  옥스포드의 대학 건물들이 다 그렇지만 이 식당이 있는 대학 건물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초대라고 안내해 그냥 들어갔다.  점심도 사주시고.( i i)

메뉴가 꽤 괜찮았다.  공짜로 먹었다고 해서 평가가 후한게 아니다.  정말 괜찮았다.  채식주의자 메뉴도 별도로 있었고, 과일이나 후식도 잘 되어 있었다.  한국 대학 식당을 생각하니 목에 메여 잘 안넘어 갈 것 같았으나, 음식을 남기면 안되니까 스프부터 메인메뉴, 그리고 요거트까지 남김없이 싹싹.




식당이 위치한 대학건물 Christ Church.  옥스퍼드의 대학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라고 한다.  13세기에 지어졌다나.  날씨도 음식도 다 좋아서 OK.





갑작스런 사정으로 장소와 시간이 변경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  가운데 앉으신 분은 교수이신데, 촛불시위 당시에 우연하게 한국에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 촛불시위를 비롯한 Alternative activities에 관한 관심이 많으시다고. 

나꼼수 팀이 어떻게 만났고, <나는 꼼수다>를 시작하게 됐는지 간단한, 하지만 쪼끔 장황한 설명을 한 후 질문을 주고 받았다.  질문중 하나는 "왜 외신들이 지금 현재의 한국상황을 보도하지 않는지"였는데, 나꼼수는 언어때문에 외신기자들이 한국적 디테일을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예전의 탄압이 보이는 것들이라면, 현재는 보이지 않는 탄압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덧붙여서.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현지언어를 할 수 없는 외신기자들은 쓸모없는 존재들인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현지언어를 현지인들처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현지언어를 하지 못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리서쳐를 고르는 안목이 없다는데 있다.  외신에는 대부분 리서쳐나 코디네이터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영어만 잘할뿐 의식이 없거나, 의식은 커녕 사회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는데 있다.  그런 사람을 뽑아서 함께 일을 하니 한국사회를 제대로 보기란 당연히 어렵고, 정부나 기업에서 주는 기사나 본국으로 보내는 형국아닐까 싶다.


이날 통역을 맡은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누군가가 나꼼수를 아냐고 물었더니"어려서부터 외국에 살아서 한국은 잘몰라요"라고 답했다.  물론 방송을 들어본적도 없고.  조금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통역을 잘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쁘니까 다 괜찮다고.(- - )a

사람이 없어서 아쉬운 것 빼고 모임의 장소도, 통역도 나무랄데가 없는 한 시간. 


금새 사람들이 떠나고 런던에서 온 우리는 막간 옥스포드 관광.  모임 장소 근처에 영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옥스팜Oxfam 1호점이 있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옥스팜은 옥스포드에서 기원했으며 현재 헤드쿼터도 여전히 옥스포드에 있다.




 

B언니가 나꼼수의 팬에서 자원봉사자, 그리고 총연출자가 되면서 언니가 공연티켓을 살꺼냐고 물었다.  "그래요"했다.  얼마 지나고 언니가 또 물었다.  자원봉사를 하면 공연티켓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자원봉사를 하겠냐고.  또 "그래요"했다.  또 얼마 지나서 언니가 자원봉사자도 Health & Safety 규정때문에 좌석이 있어야하고 그러면 공연티켓을 사야한다고, 그래도 하겠냐고 물었다.  또 "그래요"했다.  B언니가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지, 아니면 꼭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지 모르지만 결국엔 B언니가 자원봉사자로 이름을 올린 모든 이들의 공연티켓값을 냈다.  참고로 공연티켓은 £20.


생각보다 공연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나야 그 과정을 지켜만 봤지만, 영국이라는 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Health & Safety가 영국에선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공연 관련자들도 좌석이 다 있어야 하고, 공연장엔 그 좌석 이상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다.  B언니는 이런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절차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런던-옥스포드 공연을 처음부터 기획해오신 분들이 무척 고마워했다. 

그 분들은 옥스포드의 그냥 평범한 세 명의 주부'님'들이시다.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알았으면 안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약간의 실수가 있어 자원봉사자 명단과 연락처가 외부에 노출되고, 기획자들이 국정원으로부터 차례로 전화를 받으시는 일도 있었지만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에서 이 공연은 전문 스텝을을 고용하지 않고 이 정도 꾸렸으면 참 잘했다 싶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온 학생.





마드리드에서 온 또 다른 사람과 상봉하여 대화 중.


자원봉사자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으나 이제 숨길 수 없는 임신부라서 걱정과 배려로 별로 한 일이 없다.  뭘 좀 오려 달라하면 앉아서 가위로 오리고, 붙여 달라하면 풀로 붙이고.  나중엔 물건 좀 팔아 달라해서 물건 팔고.


나꼼수의 토크쇼보다는 그걸 보통사람들이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더 의미있어 보였다.

사실 토크쇼는 별로였다.  방송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새로울 내용도 없는.  그런데 거기에 £20를 들여 온 관객들은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재미(?)를 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래서 그 £20를 아까울 것이 없는 기부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렇게 런던 토크쇼가 끝나고 나꼼수 팀과 자원봉사자들은 펍으로 갔다.  물론 펍에 가도 할 일이 없는 나는 가지 않고, 마중나온 지비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옥스포드 토크쇼도 잘 끝났을 것 같고, 지금은 파리 토크쇼를 하고 있겠구나.( ' ')a



그래서 총평은 나꼼수 팀은 연예인이었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