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0weeks] 우리 딸이예요!

토닥s 2012. 5. 7. 17:34

지난 주 화요일에 두번째면서 마지막인 초음파 촬영을 갔다.  가서 의사에게 듣고보니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촬영이었지만, 우리는 그것만큼이나 딸인지 아들인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초음파 촬영 후 처음으로 의사와의 면담이 있었다.  의사는 그 동안의 검사와 그날 초음파 촬영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10~14주에 이루어지는 첫번째 초음파 촬영은 심장발달의 유무, 뇌의 형성, 팔다리의 형성, 척추의 길이를 통해 장애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이루어지는 검사결과는 어떤 임신부나 같다고 한다.  임신부의 키가 크던 작던 기대되는 범위의 키와 무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아기의 크기에 따라 출산예정일을 수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한 주가 앞당겨 졌다.


20주 이후에 이루어지는 두번째 초음파 촬영에서는 부모 유전자와 임신부의 영양상태에 따라 아기의 크기와 무게가 다르다고 한다.  이 초음파 촬영에서는 각 내장기관이 고르게 발달하고 있는지, 구개구순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초음파 촬영 전 초음파담당자sonographer가 성별 유무를 알고 싶냐고 물어본다.  이름도 준비할 수 있고 알면 좋겠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  여기선 남아선호 같은 이유로 낙태를 하는 경우는 없지만 어떤 곳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검사가 끝나간다고 생각할 무렵, 이런저런 이야기 중간에 초음파담당자가 "축하해, 공주님이야"라고 말했다.  약간 얼떨떨해서 어색하게 아하하. :)

초음파 촬영 중 초음파담당자가 끊임없이 뭐라고 떠들어대서 그게 그 이야기였는지 금새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가 쉴새 없이 떠들어 댔던 이유는 그녀로써는 정해진 시간에 확인할 것이 많았는데 아기가 꼼짝을 안해서 확인이 쉽지 않은 것이다.  기기를 내 배에 심하게 문지르기도 하고, 나를 이쪽저쪽으로 돌려도 해결이 안나서 20분만에 중단.  10분동안 걷다가 오라는 것이었다.

병원 건물 밖으로 나가 10분동안 서성이다가 촬영실로 돌아가 다시 촬영.  역시 쉽지 않았지만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찾고,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검사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촬영실을 나서는데, 지비가 "그런데 딸인게 100%로 확실한거냐?"고 물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초음파담당자는 "100%라는 건 없지만 97%쯤"이라고 답했다.

촬영실에서 나와 딸이라서 그렇니라고 물었더니 "네가 좋으면 좋아"라는 어정쩡한 답을 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딸을 원하는지 아들을 원하는지 물어오면 나는 딸이면 좋겠다고 답했고, 지비는 건강이 최고라고 답했다.  '이건 뭐지?'하고 약간 찜찜한 가운데 의사를 만나고 둘이서 버스를 타고 해머스미스Hammersmith로 갔다.  유모차와 아기용품을 구경하러.  구경하고 근처의 빵가게로 들어가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내가 그랬다.  "딸이었든 아들이었든 하나가 끝인거 알지?"  그랬더니 역시 어정쩡하게 "우리 형편에 하나여야 하겠지?"


내쪽으로는 조카들이 모두 아들이라 언니도, 엄마도 딸이라 하니 좋아하는 반응이다.  또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비쪽으로는 조카들이 모두 딸이다.  그래서 아들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지비의 형 부부가 임신을 했을때 우리가 폴란드에 갔다.  그때 지비의 형수가 "딸이라서 실망이야.  아들을 기대했는데."라고 이야기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형이 그렇게 말해도 내가 '뜨아'했을텐데 형수가 그렇게 말해서.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성family name을 물려줄 수 없어서 그렇다고 둘째는 아들을 바라는 것이다.  그때가 첫째도 나오기 전이구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기에도 그런 게 있구나 싶어 의외였다.  그래, 있다고 치자.  그래도 형수 입장에선 남의 집안 성이구만 왜 그걸 실망스러워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지비의 어정쩡한 반응에 내가 어정쩡하게 당황하니까 그제서야 지비도 딸이라서 좋단다.  "딸은 아빠편"이라서.   글쎄, 내가 "나를 봐.  딸은 엄마편이야"라고 말하니 "이 아기는 반은 폴란드인 피인데, 여기서는 딸은 아빠편"이란다.


하루이틀 지나고 나니 괜히 성별을 물어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익사이팅하게 끝까지 기다리는 건데.  


나는 딸은 아들처럼, 아들은 딸처럼 키우겠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딸을 사회가 기대하는대로 사회화시키지는 않을 생각이다.  간단하게는 핑크로 아이의 물품을 도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블루만 억지로 사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비 형네 아이 물품을 보니 6개월짜리 아기인데 하나부터 열가지가 핑크라 다른 색은 없더냐고 물어보니 아기 용품이 블루 아니면 핑크라는 것이다.  100%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매장에서 물건을 보니 80%가 그렇기는 하더라.  20%를 찾기 위한 노력은 내 몫이니 당분간은 그 고집을 고수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우리 딸에게 줄 좋은 이름 없을까? :)

지비가 성은 자기를 따르니, 한국이나 어디나, 이름은 한국이름으로 하잖다.  나는 발음이 쉽고 이쁜 한국어 이름으로 해주고 싶다.  꼭 한글이름이 아니어도.  한글이름을 찾아보니 only의 성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딱 하나', '세상의 중심'과 같은 의미들.  나는 그런 것도 부담스럽다.

좋은 이름 추천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