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17weeks] 다운증후군 검사

토닥s 2012. 4. 17. 05:40

지난주 화요일에 미드와이프, 조산사,와 두번째 만남이 있었다.  첫 만남이 서류를 작성하고, 각종 검사를 하고, 두번째 만남과 첫번째 초음파 촬영을 예약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면, 두번째 만남의 내용은 미드와이프로부터 그 동안 받은 검사, 초음파 촬영 결과에 관한 설명을 듣고 다시 예약해야 할 검사와 방문을 예약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만남이 있기 전, 그러니까 내 경우는 바로 앞 주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13~14주경인 초음파 촬영 날 채취해 검사한 Triple Test, 혈액 검사를 통한 다운증후군을 알아보는 검사 결과였다.  그 밖의 혈액 상태도 함께.

혈액 상태에 관한 것은 그야말로 수치니까 내가 봐도 잘 알 수가 없고, 정상수치인지 아닌지, 다운증후군에 관한 서술된 결과만 알아 볼 수 있었다.  내 경우는 저위험군Low Risk이라 더 이상의 다운증후군 검사가 필요없다는 결과였다.





미드와이프와의 첫 만남에서 각종 서류를 작성하면서 가족병력과 개인병력 때문에 받아야 할 검사를 추가했다.  엄마를 포함한 외가쪽이 모두 당뇨가 있어 이를 위한 검사를 따로 신청했고, 갑상선 기능저하 병력이 있어 이를 위한 검사도 따로 신청했다.  미드와이프 말의 의하면 아시아인들이 당뇨가 많기 때문에 꼭 해야한다면서. 

그리고 덧붙여 몇 살인지 체크하더니 CVS를 할꺼냐고 물었다.  내가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다운증후군 위험도를 알아보는 검사라고 했다.  "나이도 있으니 해야겠지?"라고 물었더니 미드와이프가 "니 나이가 어때서"라고 답했다.  다운증후군 위험도를 알아보는 검사라고 했을때 주워들은 지식으로 양수 검사쯤 되나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CVS(Chorionic Villus Sampling)는 10주에서 14주 정도에 진행하는 조기태반 검사였다.  그런데 양수 검사도 그렇지만, 이 조기태반 검사도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검사였다.  1~2%의 유산위험이 있다고 하니말이다.  그리고 그 방법도 무시무시했다.  방법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던차에 신청한 CVS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잘된 일이다.  무엇보다 결과도 저위험군이니 더욱 잘된 일이고.


내게는 낯선 이 용어들을 알아보기 위해 영어를 한글로 찾아보고, 다시 한글로 검색해보면서 한국에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수 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수 검사 결과를 통해 이상 유무를 알게 되도 한국에선 이미 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는 개월 수인데 검사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들은 <나는 꼽사리다>의 우석훈 박사의 말에 의하면 결과에 따라 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명 '야매'로 낙태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영국은?  영국에선 5개월도 낙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듣고 한국에서까지 낙태하러 여기까지 올까 걱정이다.  사립 병원이 아니고서 NHS시스템안에서는 단기 체류자에겐 의료혜택을 주지 않으니 이런 방법은 생각하지 마시길.


얼마 전 만난 지비의 사촌 형수 고샤 말에 의하면 다운증후군 검사 결과에 따라 이상이 발견되면 여기서는 일찍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임신기간이라 하여도 말이다.  고샤는 여기서 정신적 장애인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사회복지사다.  그래서 경우의 따라서는 장애로부터 벗어나 비장애인과 큰 차이없이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미리 사전에 장애나 질병에 관해 알게 되면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정보를 검색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한국에서 태아 관련 검사가 출산률이 낮아져 병원 수익이 낮아진 요즘, 일정 정도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각종 검사를 권유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 모든 검사가 무료다.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이 없는 사회에서 장애인 가족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은 무척 두려운 일이다.  그건 내게도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영리 때문에 조장된다면 그 사회는 더욱 무서운 사회이다. 

정부는 출산만 권장할 것이 아니라 출산 관련 의료비 부담을 책임져줘야 할 것이다.  우석훈 박사 말에 의하면 아이 백일때까지 한국에선 5천만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물론 이 5천만원은 최대치겠지만, 출산까지 비용이 1천만원에 이른다는 말은 쉽게 수긍이 간다.  임신기간 병원비, 검사비, 출산시 병원비, 조리원 비용, 출산용품까지하면 1천만원은 충분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영국이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미드와이프와의 두번째 만남을 위해 나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예약제인데도 그렇게 기다려야했다.  영국의 병원 대기 시간이 길다는 한국 보수언론의 말을 처음 느꼈다.  보통 보건소 격인 GP에서는 길어도 30분을 기다리지 않는다.  2시간 기다려 바쁘기 그지없는 미드와이프와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어가 부족한 내가, 모르는 것 다시 물어가며 이야기하기엔 분명 짧은 시간이었다. 

2시간을 기다리는 중간 지점에, 그러니까 1시간쯤 지났을 때 보조원에게 소변 검사와 혈압 검사를 받았다.  "왜 이렇게 바쁘냐고, 부활절 연휴 뒤라서 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물었더니 "1시간 기다린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3시간 반이 넘어가면 불만 신고를" 하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런던의 경우는 최근 급격하게 인구와 출산이 늘었는데,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줄 것으로 보고 예산을 늘이기는 커녕 삭감하기 때문에 모든 병원이 터져나갈 지경"이란다. "아 그렇구나", "나도 이해해"라고 착한 아시아인은 답하고 말았다.  어느 곳이나 다른 종류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