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16weeks] baby on board

토닥s 2012. 4. 14. 05:18

2월에 말레이시아인 친구 추이가 음력설에 고향에 다녀오면서 작은 선물을 사왔다고 잠시 보자고 했다.   차이나타운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코벤트가든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임신사실을 알렸다.  추이는 축하와 함께 집에 가는 길에 꼭 지하철역에 들러 'Baby on Board' 배지를 받으라고 했다.  지하철역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임신부임을 알리는 표식이다.  지비랑 좋은 생각이라고, 지비가 코벤트가든에서 일해서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당장 받아가라고 했다.  다른 곳에 들러 볼일 보고 버스를 타고 들어오느라 잊고 말았다. 

다음날 친구랑 동네에서 차마실 약속이 있어 가는 길에 지비와 길목에 있는 지하철역에 들렀다.  작은 역이라 배지가 없는 거다.  그래서 지비에게 주중에 퇴근하면서 받아오라고 했더니 월요일에 당장 받아왔다. 

Baby on Board

처음 런던에와서 나도 지하철에서 이 배지를 보고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감동했으면, 이 배지를 달고 있던 여성에게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영국에서 이런 걸 받게 되는 날이 올줄이야.( ' ');

받고서도 내가 하고 다니기엔 뭣해 거실에 있는 곰인형에게 달아주었다.  이 배지 이야기를 이탈리아인 친구 알렉산드라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렇노라 했더니 꼭 달고 다니란다.  "너 같이 마른 애는 사람들이 임신한지 상상을 못할꺼야."라고 하면서.  나 안 말랐는데.(_ _ );  여기 사람들은 내가 아주 말랐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보다 마른 지비조차도. 

사실 내 경우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딜 가는 일도 일주일에 3~4일 정도고, 그 대부분도 한산한 시간이거나 도심 반대방향으로 여행을 하는지라 늘 빈자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우리집의 곰인형이 달고 있다.



한국에도 있나 하고 찾아봤더니 있다.  2006년 경 희망제작소의 제안과 산부인과 협회 등의 협력으로 보건소와 산부인과병원에서 배포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아기상품박람회 같은 곳에서 다른 모양의 배지를 제작해 나눠주기도 하는데 홍보도, 인식도 무척 부족해 보인다.

몇 가지 검색하면서 임신 초기와 중기의 여성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글을 많이 봤다.  임신이 표가 나지 않는 시기라 대중교통수단에서 배려받기 힘들고, 이런 표시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해 역시 배려받기 힘들다고 한다.  영국도 그런가? 
사실 영국엔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이든 사람들도 서서 잘 간다.  펍에서 2~3시간씩 서서 맥주 마시는 문화가 익숙해서 그런가.  하지만 자리를 양보하면 아주 고마워한다.  그 말은 곧 자리에 앉기를 바랬지만, 양보를 바라지는 않았다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을 당당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지하철에서 힘들어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 무척 불편했다는 글을 여러 개 봤다.  그 사람들의 시선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뿐, 노약자석에 앉은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이런 배지들에 관한 홍보와 인식이 더 많아지고 넓어지면 좋겠다, 한국에.


※ 이번주는 사실 17주째.  일주일에 하나 써보자 마음먹었는데 이게 쉽지 않네.(_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