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14weeks] 아기가 생겼어요!

토닥s 2012. 3. 29. 17:40

임신을 의심한 건 1월 중순이었고, 사실을 알게 된 건 1월이었는데 그때가 참 애매했다.  가족들이 8월에 영국에 오려고 거금을 들여 항공권을 구매하던 시기였고, 엄마가 갑상선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GP에 가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임신을 1차적으로 확인했는데 가족들의 영국행도, 엄마의 수술도 시기를 조정하기 여의치 않아 그냥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안고가기로 했다. 

주변에서 임신을 하면서 첫번째를 실패한 경우가 많아 지비가 12주가 될쯤까지는 주변에 비밀로 해두자고 했다.  뭐, 그런데 12주는 거녕 10주도 못되서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지비가 다 알리고 말았다.

1월과 2월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잠만잤다.  뭘 먹어도 속이 불편해서 괴로워하다가 또 잠들고.  이러다 봄되면 굴러서 집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계속 잤다.  잠을 자면서 일하며 임신-출산-육아를 동시에 했던 친구들이 마구 존경스러워졌다.  3월쯤 들면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내가 덜 괴로운가를 찾아가게 되면서 보통 생활의 50~60%정도로 복귀할 수 있었는데, 여전히 80% 이상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운 것 같다.

틈틈이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봐도 이해가 안되는 정보들, 뭔가 시원한 답이 없다,과 영국&한국의 정보가 다른 경우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주변에 애를 가진 사람이 없어 어디 물어볼 때도 없고.  그냥 천천히 부딪히면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GP, 보건소 격이다,에 처음 갔을 때 3개의 병원 중에서 어느 곳에서 출산할지를 정하라고 했다.  퀸 샬롯 앤 챌시, 챌시, 그리고 로햄튼 병원 중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퀸 샬롯 앤 챌시로 정했다.  바로 집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버스로 10분 정도 걸린다.  GP에서 이야기하기를 10주에서 12주 정도되면 병원에서 연락이 올꺼라고 했다.  12주 정도되야 첫 초음파 촬영을 할텐데, 그 전에 하지 않는 이유는 봐도 잘 안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한 무더기의 브로셔를 안겨주었다.  참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보낼 서류는 보내고, 병원의 연락을 기다렸다.  일주일쯤 지나서 첫번째 병원 방문을 공지하는 편지가 날라왔는데, 마침 폴란드에 가있을 때라 연락해서 한 주 연기했다.

10주쯤 됐을 때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역시 한 무더기의 서류를 주면서 채우라고 했고, 여러가지 질문들을 해왔다.  통역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전자사전을 대동해 띄엄띄엄 대화를 이어나갔다.  가족병력과 개인병력 때문에 남들보다 많은 채혈을 해서 병원에 남겼고, 병원에서는 또 다시 한 무더기의 브로셔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다음 병원 방문과 첫번째 초음파 촬영을 예약하고 돌아왔다.

3월 21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번째 초음파 촬영을 지비와 함께 갔다.


이 사진이 14주된 아기다.  참 신기했다.  그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초음파라는 걸 많이도 찍어봤지만, 과학이 놀라웠고 아기가 내 배 안에 들어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사실 이 주는 13주째였는데, 아기의 전체 길이와 머리크기를 재어보더니 머리크기가 크다고 간호사가 13주에서 14주로 수정하고 출산예정일도 한 주 앞당겼다.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아기의 머리크기가 여기 아이들보다 클뿐 14주는 아닐꺼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그냥 "네"하고 말았다.  8월에 가족들과 파리에 갈 예정이라서 1~2주 당기는 게 우리에겐 무척 중요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앞당긴 출산예정일 되서 왜 애가 안나올까 걱정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기가 벌써 팔다리가 다 있다는 사실에 지비는 놀라워했다.  그래서 내가 책 좀 미리 보라니까.  지비는, 사진을 본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로, 3개월쯤이면 팔다리 없는 올챙이 같을 줄 알았단다.



지비가 초음파 촬영실에서 모니터를 찍은 영상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라고 언니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영상을 본 작은언니는 아기가 활발한 것이 별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단다.  사진을 본 큰언니는 아기가 코가 오똑한 것이 지비를 닮았단다.  어디어디, 어디가 코야.('_' );;

그 말을 전해 들은 지비는 그래도 머리크기는 날 닮았으니 걱정말란다.(-_- );;

아이에 관한 내 신조는 '유난떨지 말고 키우자'이다.  그런 마음으로 키우면 유난스럽지 않은 아이가 될꺼라고 희망하면서.  그런데 내 성격상 '내 나름'의 유난을 떨 가능성이 다분해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