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book] 낯익은 세상

토닥s 2011. 9. 30. 00:09

황석영(2011). <낯익은 세상>. 문학동네.

<손님>과 <오래된 정원> 이후 그다지 만족스러운 작품이 없었음에도 외면하기 힘든 작가 황석영.  다 읽고서 부족한 입맛을 다시더라도 꼭 사게 되는 그의 책들.  6월에 책을 사면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구입을 미루었다 8월에 책을 사면서 다시 한참을 망설이다 구입했다.  그랬다고 생각했다.

6월에 어찌나 망설였는지 결국은 구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6월에도 8월에도 책을 샀다.  6월에 구입한 책이 얼마전에야 도착하고서야 내가 같은 책을 두 권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진짜 망설이긴 많이 상설였나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두 권을 필요 없으니 이번 바르셀로나행에 들고가서 읽고 상인이에게 주고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여행길에 들고 나섰다.  해변에 누워 읽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생각보다 공항으로 일찍 나서는 바람에 공항에서 한참 많이 읽어버렸고, 비행기에서도 열심히 읽어버려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즈음엔 거의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느냐..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데.

소설의 무대는 꽃섬이라 불리는 쓰레기 매립장이다.  난지도다.  그곳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팔아 생활하고, 쓸만한 물건을 챙겨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딱부리의 아버지가 삼청교육대에 잡혀 간 것으로 묘사되는 걸 봐서는 시대적으로 1980년대 초반이 시간적 배경이 아닐까 싶다.

도시에서 더이상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쓰레기처럼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도 더내려 갈 곳이 없는 도시 하층민들이다.  그 생활의 처참함과 폭력성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곤 했는데, 사실 그래서 읽기가 부담되는 소설이었다.  그 부담 속엔 '나는 알만큼은 알아'라고 생각해온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처참하다는데서 오는 불편함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청>과 <바리데기>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황석영은 참 남성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각이 좋고 나쁨을 떠나 내게는 맞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황석영이 새 책을 내놓으면 외면하지 못할 것 같다.

바르셀로나에 두고 온 이 책을 정리하려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다.  그 생각에 겹치는 건 조세희 선생의 <난.쏘.공>.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은데, 그 책은 여기에 없구나.

그런데 왜 가난한 사람들의 결말은 늘 비극일까.  정말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 없는걸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를 포함한 그들의 해피엔딩을 기다릴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