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life] 가난한 것은 위험한 것인가.

토닥s 2011. 8. 11. 06:14


노팅힐과 홀랜드파크는 전통적인 부자 동네지만, 바로 뒷동네인  Ladbroke Grove는 저소득층지역이다.  일전에 그 동네에서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물이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에 나올법한 건물같다고나.  도색도 없는 커다란 아파트엔 발코니마다 빨래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건물이다.  한번쯤 사진에 담고 싶어 가려고 하니 지비가 관두란다.  위험한 동네라고.  내가 혼자서 카메라들고 얼쩡거리면 보나마다 할일 없이 집근처를 배회하던 사람들이 니 카메라에 관심을 가질거라고.  ‘그런다고 무슨 일이 생길까’하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말에 부정할 수가 없다.



런던에 살면서 알게된 참 쓰라린 런던의 모습 중 하나는 가난한 동네는 위험하다는 동네라는 점이다.  사실 런던만 그런것도 아니지만 처음엔 참 받아들이기 힘든 명제였다.  왜 가난하다고 다 위험해?

한국에도 도둑이 있고, 소매치기가 있지만 그런 범죄가 일어나는 곳과 저소득층이 주거하는 지역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런던은 그렇다.

나는 런던에 오고서 주로 런던의 서쪽지역에 살았다.  어쩌다가 런던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면 지비는 나에게 “니가 런던을 알아?”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런던에 7년 정도 살면서 동서남북 살아보지 않은 곳이 없는 지비는 나를 아이처럼 취급한다.

이번 런던 폭동, 아직 폭동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정확하게 판단이 서질 않는다만,을 보면서 나는 정말 이 명제를 다시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난한 동네에서, 아쉽게도 그 동네들은 흑인 커뮤니티와 일치한다, 폭동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에도 위험하다고 알려진 그 동네들에서 어김없이 소요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어제를 정점으로 이번 소요사태가 줄어들기를 바라지만, 오늘 만난 한 친구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TV에서도 그런 의견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적은 보수나마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이민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이 사회의 바닥층인 흑인들은 그 자리마저 이민자들에게 내놓고 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흑인들이 이 사회 맨 밑바닥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겪고 있어 흑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폭동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번 건은 인종의 문제도 아니고, 케케묵은 흑인커뮤니티-경찰의 갈등 문제도 아니고, 결국은 경제문제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군 동원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 어떻게든, 무력으로든 소요사태는 진정되겠지만, 그것이 해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아래로, 더 깊이 문제의 씨앗은 뿌리박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