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stuff] 커피그라인더

토닥s 2011. 6. 21. 00:25
한국에선 수동식 커피그라인터로 커피를 갈아 마셨다.  밤에 드르륵드르륵 커피를 갈고 있으면 자다가 나오신 아버지가 "밤에 뭐하노?" 한 마디 던지곤 하셨는데.  그렇게 금새 간 커피를 드리퍼에 내려 머그 한 잔 가득 마시고 잠자리에 들곤 하였다.  주로 커피는 10시나 11시쯤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서.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곤 하였는데, 요즘은 커피 2잔 이상을 못마신다.  것도 저녁시간에 마시면 심장이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늙어버린 것이다, 흑흑.

그래서 하루에 2잔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2잔을 먹어도 맛있게 먹으려고 애를 쓴다.  예전엔 주로 한 잔은 집에서, 한 잔은 밖에서, 주로 스타벅스, 마셨는데 요즘은 직업이 없는 관계로 두 잔 모두 집에서 먹으려고 애를 쓴다.  스타벅스를 좋아해서 거기서 먹는건 아니고, 주변에 널리기도 했거니와 나머지 브랜드들은 맛이 강해서 먹고나면 위가 힘들다.  그래서 싫으나 좋으나 스타벅스를 마시는 편이다.  그래서 커피콩도 주로 스타벅스에서 산다.  그라인더가 없는 관계로 콩을 구입할 때 갈아오면 3~4주 정도 마신다.  그런데 어쩌다가 House of Fraser의, 백화점도 아니고 브랜드도 아니고 잡화점이라 할 수 있는, 상품권이 생겼다.  별로 우리 생활에 필요한게 없어서 뭘 살까 고민하다 커피그라인더로 정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전동 커피그라인더를 가지고 싶었는데, 집에 수동식이 있어 구입을 미루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저렴한 전동 커피그라인터는 스타벅스 제품이 전부라서 그냥 마음을 접었다.
보덤 정도면 나쁘지 않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가까운 House of Fraser에 자전거 타고가서 데려왔다. 

집에 오자말자 커피를 갈았다.  볶은 콩 분쇄하는데 큰 동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쉽게 갈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버튼이 하나라서 분쇄정도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 요령이 생기면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분쇄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커피 콩을 갈 때 마다 분쇄정도가 다르다.
소음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뚜껑이 플라스틱이다보니 정전기에 커피가루들이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청소도 브러쉬로 하라면서, 패키지에 브러쉬도 없다.  커피를 갈 때 마다 청소를 할 순 없어서 대충 털고 만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커피맛이 완전히 커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를 갈 때 향기만은 너무너무 좋다.
사실 써보고 나니 그냥 일반 분쇄기를 사서 커피콩도 갈고, 깨도 갈고 그럴껄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가격은 거기서 거기니까.  물론 나야 선물로 받은 상품권으로 사서 100%까지 만족은 아니어도 98%정도는 만족하니까 괜찮지만 전동 커피그라인터 살 사람은 참고하라고. 

패키지 않에 따라온 작은 책자를 보다보니 좀 더 큰 전동 커피그라인더가 있다.  사실 콩 갈고 정전기 때문에 커피콩 옮겨 담기가 힘들었는데, 이것 참 좋군.(' ' )a
근데 가격은... 두 배도 더 되네.(_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