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처음 올때 정말 주먹만큼도 안되게 고춧가루를 가져왔다. 한번도 안쓰고 지비에게 주고 한국으로 갔다. 돌아와서보니 곰팡이가 생겨있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주먹만큼 가져왔던 고추가루를 일년이 다되도록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별달리 보관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곰팡이가 생기지 않아 계속 보관해왔다. 어느날 요리책을 뒤적이다 고춧가루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요리를 골랐다. 오징어 볶음. 오징어를 잘 안먹는 동네라 한인슈퍼에서 냉동 작은 냉동오징어를 사왔다. 두고두고 먹으려고. 처음하고, 내 자신이 대견해져 사진으로 남겼다.
요리책은 그 유명한 나물이책. 영국으로 올때 김짱이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어와서 이 책을 사달라고 했더니 사두고 안보는 책 집에 있다며 보내주었다. 오랫동안 조용히 꽂혀 있었는데 근래들어 나의 애독서가 되었다.
맵고 달콤한 맛이 먹을만 했다. 지비는 떡볶이도 그렇고 많은 한국의 볶음과 조림 음식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매울수도 있고, 달콤할 수도 있는데 한국의 볶음과 조림 음식은 지비는 때로는 매콤하면서 달콤하고, 때로는 짭쪼롬하면서 달콤한 것이 참 신기하단다.
완전 자신감 충만으로 고춧가루를 이용한 두번째 요리, 음식을 골랐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짬뽕. 예전에 일링에서 함께 산 친구가 한 번 해준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거 사먹고 말겠다-주의였다. 문득 해보자는 생각에 책을 살피던 중 생강가루가 없다는 걸 알고 포기하려다, 사려니 몇 번 쓰겠냐 싶어서, 포기하려 했으니 나물이 책을 곰곰히 보다보니 꽤나 많은 음식에 생강가루가 들어가는 걸 알게 됐다. 그의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만. 그래서 용기 백배, 생강가루 구입하고 짬뽕만들기 시작.
해물은 늘 냉동실에 있는 편이어서, 내가 육류보다 해물류를 선호해서 지비는 개인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해물을 많이 먹는다, 냉장고에 있는 먹다 남은 채소류 다 썰어 넣고 만들었다.
얼마전 볶음 요리를 위해 구입한 약간 덩치 큰 청경채, 여기선 Bok choy라고 부른다, 를 넣고 시원하게 만들려는 것이 처음의 의도였다. 우동때문에 시원한 맛을 내려던 의도는 빗나갔지만 짬뽕 그 비슷한 맛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정말 비슷했다. 하지만, 그 맛은 아니었다는. 한 번도 짬뽕을 먹어본 일이 없는 지비는 이런 맛인가보다 하고 먹었다. 그럼그럼.
사진은 좀 구리지만 먹을만 했다고 기록하기로 함.
요즘 근황?
여전히 돈되는 일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돈과 삶의 재미는 늘 같은 방향에 있지 않다는 것이 요즘 고민이다. 사실 평생해온 고민이다만. 이제 틈나는 대로 뭘하고 다니는지 올려야겠다.
즐거운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