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Thames Festival

토닥s 2010. 9. 13. 19:53

조만간 주말에 하는 일을 하게되서 '주말을 알차게'라는 모토로 요즘 열심히  놀러다닌다.  그렇다고 큰돈 써가면서 놀러다니는 건 아니고, 먹을 거리 싸들고 마실  차까지 만들어 보온병에 담아 간다.
지난 토요일은 템즈 강변에서 열리는열리는 템즈 페스티벌 Thames Festival.

템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로 가는 지하철 안.  엄청나게 즐거운 표정이란다.
알고보면 즐겁고, 사악한 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표정이다.
어느 페스티벌처럼 템즈 페스티벌도 사람으로 붐빈다.  노팅힐 카니발과의 차이라면, 맥주 정도는 있지만 취객은 없고 모든모든 연령이 함께하는 페스티벌이라고나.

사실 우리는 일전에 한국관광진흥공사에서 주최하는 섹션에 브레이크브레이크 아웃Break out을 공연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걸 보기 위해 시간을 맞추었다.  그 공연만 볼까하다, 지비의 취향에 따라 태권도 시연도 보자 그런 마음으로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같은 시간 약속한 비나Beena를 만나 Eyes onon Korea라는 섹션으로 갔다.   언제나 그렇듯 무대 준비가 안되서 15분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영어로 된 한국 소개 책자를 한가득 안고, 자리를 잡고 시연을 보기 시작했다.
시연이라해서 한 15분 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60분 길이였다.  아주아주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같이간 Beena가 즐겁게 봐서 견딜만했다.  나나 조차도 '시연은 시연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연이라기보다 60분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진지한 시연에서부터 세태에 맞도록 댄스와 곁들인 부분도 있었고, 짧은 극처럼 꾸민 부분도 있었다.  짧은 극이라 함은 한 소녀가 길을 가는데 건달들이 집적대고, 두 태권소녀가 나타나 물리친다는.(_ _ );;  우리는 그 시연이 '60분 태권도 서커스'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생각보다 구경꾼이 많아서 이어지는 브레이크 아웃을 보기 위해 무대 앞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20십여 분 동안 준비해간 음식과 차를 마시면서 브레이크 아웃을 기다렸다.
브레이크 아웃을 본 소감은, 왜 내가 다른 사람을 더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이날 보여준 부분이 한국에서 하는 본 공연과 같은 길이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름 완결성 있게 줄여진 것 같았다.

굴을 통해 탈옥하는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크게 웃어 페스티벌 포토팀에 표적이 될 정도였다. 정도였다.  사실 우리 일행만 그런 것은 아니어서 그 부분에서 각종 카메라 플레쉬가 가장 많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장르가 브레이크 댄스이다 보니 뒤에 앉은 흑인 청년들은 'hands up'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환호를 넘어 환성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난타에서 시작해, 점프, 브레이크 아웃에 이르기까지 참 잘 만들었다 싶다.  무언극이라는 특징때문에 외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반응을 얻어내는 것 같다.  내가 웃는 부분에서 사람들도 대부분 폭소했으니까.

공연이 끝나고 우리 일행은 페스티벌 구경에 나섰다.
함께 간 비나.  옥스팜에서 함께 자원봉사하는 친구다.  맨체스터에서 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본인의 고향인 런던으로 돌아와 구직중이다.  비나의 조부모는 인도에서 케냐로 이주했고, 케냐에서 태어난 부모세대는 소년기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비나는 런던에서 인도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윔블리Wembley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다.
1920-1940년대 재즈 음악과 춤 삼매경에 빠지신 어른들.
어린이BBC에서 마련한 코너.  클레이메이션을 직접 제작해보는 코너였는데, 참 좋구나 싶었다.  여전히 이런 일에 관심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
테이트 모던 7층 까페에서 본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템즈.  테이트 모던에 가시는 분은 꼭 잊지말고 들러 휴식과 관광을 동시에 즐기시길.

나도 레스토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볼 생각을 않았다.  지난 봄 바르셀로나에 갔을때 상인이가 이곳에서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손님이 있을때 마다 테이트모던을 가게 되면되면 찾는 곳이 되었다.
런던 타워브릿지.
쇼팽 서거 200주년 기념 행사로 폴란드에서 온 보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나섰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테이트모던에서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지비가 계속해서 보트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거기 가보고 싶냐?"고 했더니 "피곤하면 집으로 가자"면서도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는거다.  그래서 찾을때까지 찾아보기로 했으나했으나 결국 보트는 찾지 못했다.  완전히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는 도중 쇼팽을 기념하는 이 조형물을 발견했다.
읽어본 설명에 의하면 몇 명의 젊은이들이 보트를 타고 폴란드에서 이곳까지와서 이걸 만들었다는데.  그러곤 아직도 그 일행과 보트가보트가 런던에 있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그래도 쇼팽의 무어라도 발견했다는데발견했다는데 지비는 위안을 얻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애초 2시간2시간 머물려던 계획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페스티벌에서만 6~7시간을 머물렀다.  그래도 시간 가는줄가는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비나와의 시간도 즐거웠다.
마무리 사진.  우리 사진이 지루하신 분은 저어 뒷편 다른 2人으로 위안을 삼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