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Migration and Refugees

토닥s 2010. 9. 10. 20:58
Migration And Refugees by Cath Senker (9780237532727) | Borders

이미지출처 : www.borders.com.au

Cath Senker(2008). <Migration and Refugees>. Evans Brothers Ltd.

 

처음 영국에 오고선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했다기보다 도서관 구경을 많이 한편이었다.  사진책이나 여행책을 가끔 들여보는게 전부였는데 어느날 발견한 'study'라는 푯말이 붙은 코너에서 내가 읽을 만한 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코너는 어린이보다 청소년이라고 불러 적당한 세대를 위한 코너다.  학업을 위한 책에서부터 그 시기 한번쯤 생각해야할 이슈들을 다룬 간단한 책들이 있었다.  인권이라든가, 테러라든가, 청소년 임신이라든가, 약물중독이라든가.  물론 그 이슈들도 학업을 돕기 위한 것들이겠지만.  책은 간략한 현상 기술과 생각할 거리, 토론할 거리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내용도, 책이 분량도, 영어수준도 내가 읽기에 적당해 가끔 빌려 읽었다.  하지만 아무리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도 영어라는 이유로 내겐 만만하지 않았다.

한국어로 된 책 같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탓에 40여 페이지 되는 책을 며칠을 읽었다.  읽다가 막히면 사전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띄엄띄엄 읽다보면 속도감이 붙지 않아 흥미도 떨어져 그렇게 긴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 여행책자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그때 읽었던 책은 물론 그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몇 권 빌려 왔다.  한가로운 오후 두 세시간만에 한 권을 읽었다.  영어가 늘었다기보다 영어책을 읽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고나.  물론 알지 못하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가면서 본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할 단어가 아니라면, 의미가 짐작되는 단어라면 사전을 찾지 않고 그냥 읽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단어라면 정확한 의미를 다시 찾아보며 읽었다.

 

한 때는 이런 책들, 사회적 이슈를 눈높이를 낮추어 다룬 책,을 번역해보면 어떨까 싶었지만, 영어실력도 턱없이 부치지만 한국의 현황을 담아야 할 책이기에 이곳에서 내가 하기란 쉽지도 않거니와 그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읽은 책을 소개하는 수준의 역할을 하고, 능력되는 어느 누군가가 그런 일을 해주기를 바랄뿐이다.

 

이 책은 이민(migration)과 난민(refugees)를 다룬 책이다.  기본적으로 개념을 밝히고, 이 개념이 시작된 역사에서 현황까지 다루고 있다.  한쪽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Push factor와 Pull factor로 나누어 이민을 가는 사람 입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이민자가 유입된 국가와 사회의 입장에서 생겨날 수 있는 이유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의 양면을 서술함은 물론이다.

어떻게 보면 식민주의 사관(또는 자본주의적 입장)과 인도주의적 입장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책이 그렇다기보다는 이 문제가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이민자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골랐지만, 난민에 관해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이런 게 있구나'하고 새로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였다.

대체로 이민에 관해서는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그리고 난민에 관해서는 인도주의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단순화할 수 없는 이슈인 것 같다.  우리는 종종 인도주의의 가면을 쓴 신자유주의도 쉽게 만나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민에 관한한 어느 나라 못지 않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식민지 정복의 역사 때문이다.  그 긴 역사 때문에 이민, 이민자문화는 이미 영국의 일부가 되었다.  여전히 사회적 약자지만, 주목할 점은 소수가 아닌 거대한 규모라는 것.  어떤 책에선 이를 두고 'big minority'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에 나는 확 꽂히고 말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아니 지구상 그 어떤 나라도 언젠가는 영국과 비슷한 모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은 이 이슈에 있어서 우리의 미래인 셈이다.  개인적인 결론은 그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있는 동안 꼼꼼하게 들여다볼 생각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예견할 수 있는 부분들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의 장점은 개념의 이해를 돕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풀어 개념을 설명하고, 이를 실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어준다. 

 

For instance, Suekran Ezgimen left Turkey as a young woman to work in the Siemens engineering factory in Berlin, Gamany.  Now working as a dance teacher, she has settled permanently.  She is an immigant to Germany(and an emigrant from Turkey).


특히 책의 끝부분에 소개된 관련단체 정보, 정보 출처는 더 깊이 파고들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듬직한 디딤돌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끝부분에 담긴 용어정리(glossary)가 무척 도움이 되었다.  이 용어정리 부분을 통해 정확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asylum protection for people who had to flee their country because they were in danger.
brain drain the movement of highly skilled and qualified peopel to a country where they can earn more money and live in better condition.
persecution the cruel treatment of people, for example because of their skin colour, religion or political beliefs.
refugee a person who has been forced to leave a country because of war, natural disaster or bad treatment.
trafficker generally, a criminal who deceives peopel into leaving their own country and forces them into illegal work.

 

그 밖에도 차별(discrimination), 반이슬람주의(Islamophobia), 세계화(globalisation)과 같은 개념들에 관한 설명도 유용하다.

 

작은 사물에도 세계가 담겨 있다더니, '이민'을 이해하는데도 역사, 경제, 그리고 정치에 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슈들을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들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것은 어린 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책임하고 무식한 우리(어른)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