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전자책

토닥s 2010. 8. 20. 00:27
Ebook Reader Amazon Kindle – Is it worth the cost? A bookophile ...

이미지출처 : www.wordsmithbob.com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패드냐 전자책이냐 열기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많이들 하고 계시니까.  물론 아이패드, 그거 신기하긴 하더만.(>< )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을 읽고 있다.  내용이 재미없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한 줄 한 줄 읽고, 생각하고, 다시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곱씹으며 읽느라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혼자서 '여러모로 도움되는 책이로군'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이 삶에 도움되는 것은 물론 책값까지 아껴주는 역할을 하니 말이다, 많이 못읽으니까 말이다. 

내용의 풍성함과 경제적 독서(?)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독서에 대한 성취욕이 약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는 말고 계속 페이지 숫자를 확인하게 되고, 계속 읽은 분량과 읽어야할 분량의 두께를 비교해보고 있다.  그러면서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은 참 성취욕을 떨어뜨리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러면 책장의 개념이 없는 전자책은?

일전에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전자책을 양손에 잡고 들여다보고 있는거다.  아마존의 로고가 찍힌 Kindle이었다.  첨부한 이미지에서처럼 가죽 케이스에 넣어 양쪽을 브이(V)가 되도록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다 페이지를 넘겨야 할때가 되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있는 버튼을 클릭클릭하면서 읽는거다.  신기해서, 부끄러운 모르고 목을 빼고 봤다.  몇 분간 관찰한 결과, 저건 분명 책 안읽는 공학도가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관찰을 끝내고 내가 가진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자책이 환경친화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종이를 안쓴다고 친환경적이라고 하더라만 플라스틱 덩어리가 친환경적인지는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나 같은 '보통 독서가'의 욕구를 반영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보통 독서가들은 책의 내용을 읽는 즐거움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책을 읽는 과정에서 오른쪽에 묵직하던 책장이 차례로 왼쪽으로 이동하고 마침내 마지막장을 덮는 즐거움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책이 책장에 쌓여가는 즐거움이란-.
(물론 이사를 해야할 때는 답답한 마음이 들긴하겠지만.  그건 감내해야 할 일시적인 고통일뿐.  그지그지?  한국의 내 책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런데 이 전자책은 파일형태로 책을 보관하니 몇 권의 컨텐츠를 가졌다고 한들 그래봐야 한권 아닌가. 
물론 '난 독서가'들은 읽은 책을 선선히 주변에 주며 지식과 인품을 소유하되 물질을 '무소유'하는 정신을 실천하기도 하지만 그거야 말로 '난 독서가'의 경우다.  대다수 '보통 독서가'들은 책에 대한 소유욕을 다스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건 아는 사람만 안다.  그래서 분명 전자책은 책 안읽는 공학도가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로 이 글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시샘나서 끄적이는 것 아니다.  아니단 말이다.  나는 안가지고 싶단 말이다.  나는 전자책은 안가지고 싶단 말이다.
(자기세뇌중)

그만 떠들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