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194days] 중간방학2 - 나이팅게일 박물관과 코비드 희생자 추모공간

토닥s 2021. 6. 19. 21:10

중간방학 대부분은 집 근처 공원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틀은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벗어났다.  그 중 하루는 자연자박물관에 갔고, 나머지 하루는 나이팅게일 박물관에 갔다.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때 플로랜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과 매리 시콜Mary seacole이라는 두 인물을 배웠다.  두 사람 모두 크리미안 전쟁Crimean War에서 활약한 인물들이다. 매리 시콜은 영국계 자마이칸으로 플로랜스 나이팅게일보다 약간 앞서 크리미안 전쟁에서 구호활동을 벌인 간호사이다.  플로랜스 나이팅게일은 중산층(혹은 상류층) 영국인으로 간호사라는 직업이 나이팅케일이 속한 계급에 어울리지 않던 시절 신의 부름을 듣고 간호사가 되어 크리미안 전쟁에 가서 활약했고 이후 영국에 돌아와 국민적 영웅이 된 인물이다.  시대가 두 인물을 대하는 태도에 비판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 번쯤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코비드 확산 때문에 박물관이 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면서 갈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이번에 다녀왔다.  나는 비자 때문에, 지비는 백신 때문에 시내를 스치듯이 나가기는 했지만, 아이는 이번이 코비드 확산 이후 처음 있었던 시내나들이였다.  아이도, 우리도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플로렌스 나이팅케일 박물관은 국회의사당의 강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 토마스 병원에 있다.  병원 안에 있는 것은 아니고 뒷편에 있다고 해야 도움이 되는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어렵지 않게 찾아간 플로렌스 나이팅케일 박물관.  역시 사전예약이 필요한데, 유료인 작은 박물관이라 인기가 없는지 예약이 어렵지는 않았다.  박물관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 봉쇄가 시작될 때 문을 닫은 이후 우리가 방문한 날이 처음으로 문을 연 날이었다.  관람시간을 30~45분 정도 예상했는데, 플로랜스 나이팅케일이 고안했다는 단어게임에 시간을 쓰느라 1시간 반 정도 박물관에 머물렀다.
플로랜스 나이팅케일은 B.R.E.A.T.H.라는 글자로 40개의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세 명이 머리를 맞대어 30개까지 만들었다.

박물관 입장시 안내를 하시는 분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처음 문을 연 날이라 무척 흥분&긴장된다 하시면서 꼭 챙겨봐야 할 것들을 알려주셨다.  본인들도 청소를 하지만, 박물관 구석구석 병원급 손세정제와 손세정티슈가 마련되어 있으니 사용 전후 사용하면 고맙겠다고.  '병원급'을 강조하시며 본인도 웃긴지 "푸하하.."웃으셨다.  그래서 부담을 좀 덜고 이것저것 만져보며 관람할 수 있었다.

남성환자들이 뜨개질을 하는 모습인데,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치료의 일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이팅게일의 실제 육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녹음 기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영어보다 말하기의 속도가 느리고, 목소리의 톤이 무척 높았다.

플로랜스 나이킹게일의 유명한 저서 Notes of nursing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간호'에 관한 것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보건' - 환자의 건강을 잘 지키는 일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 그것이 '간호'인가.😅

이 방은 지난해(2020) 플로랜스 나이팅케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그녀와 그의 업적과 관련된 200가지 아이템을 선정하여 전시한 공간이다.  정확하게는 199개의 아이템이 있고 나머지 한 개는 투표를 통해 채운다는 프로젝트였으나, 알다시피 코비드로 빛을 보지 못했다.
플로랜스 나이팅케일이 크리미안 전쟁에서 밤에 램프를 들고 다니며 환자들의 상태를 살폈다고 한데서 유래하여 The lady with the lamp라는 별칭이 있었다고.  그래서 박물관 여기저기 램프들이 형상화되어 있다.

 

코비드 이후 첫 런던시내행으로 나이팅케일 박물관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박물관이 위치한 병원과 맞닿은 강변에 위치한 코비드 희생자 추모 공간에 가보기 위해서였다.  이 추모 공간은 정부의 정책부실에 책임을 묻는 코비드 희생자 가족(the campaign group Covid-19 Bereaved Families For Justice) 캠페인 그룹에 의해 만들어진 시민참여형 프로젝트였다.  지금은 벽에 그림을 넣기 위한 펜이나 초크가 비치되어 있지 않지만, 코비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여전히 찾아와 그 가족을 추모하고 위로를 얻는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이 추모 공간의 길이는 500여 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그 맞은 편 강변 난간에는 칼로 인한 범죄 희생자를 추모하는 벽이 또 있다.  조금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우리는 오랜만에 강변, 사우스뱅크를 걸었다.  식당은 실내 영업이 허용된 뒤라서 북적였지만, 우리는 좀 불편하기도 해서 야외 좌석에 앉아 샌드위치와 음료 정도만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걸어서 소호로 고고.

소호에 간 이유는 방학 전에 아이의 친구 엄마가 중간방학에 꼭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아이스크림 가게(Chin Chin)를 알려줬다.  사진이 매력적이었고, 그 사진을 본 아이와 지비는 당연히 반겼다.  그래서 우리도 시내까지 온김에 소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딱히 앉을 곳이 없는 곳이라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길가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내 기준에서는)진짜 화려하고, 진짜 달고, 진짜 비싼 아이스크림.😅

그리고 우리는 다시 피카딜리 방면으로 걸었다.  일년에 한 번 정도 가는 포트넘 앤 메이슨에 선물용 차를 사러 가기 위해서.  사실 화장실도 이용하고 싶었다.  시내의 많은 곳들이, 까페들이 주로 테이크어웨이만 하면서 편의시설들(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마침 우리가 갔던 경로로는 사람들도 많고, 코비드로 인원제한도 있으니 어디를 가려고해도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 선뜻 줄 설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전에 런던 시내에는 곳곳에 유료던, 무료든 공중화장실들이 있었는데 모두 문을 닫고 플라스틱 컨테이너로 된 간이 화장실을 도심 곳곳에 세워두었다.  그야말로 길 한가운데라 들어가서 볼 일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포트넘 앤 메이슨.  마침 선물용 차를 구입해야 하기도 하니.

 

우리에겐 살거리만큼이나 볼거리도 많은 가게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꼭 가는 곳이기도 하고, 한국에 가기 전에 꼭 한 번 가는 곳이기도 하다.

 

 

지비는 와인자판기라며 신기해했다.  와인자판기가 아니라 시음기야.😶  잔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궁금해하는 지비.  계산하고 오면 토큰을 주고 그때 잔도 주겠지-하고 상식에 기반에 설명해줌.  와인코너에서 1000파운드가 넘는 와인을 발견하고 놀란 '소박한' 지비.  모르긴 몰라도 지구상 어딘가에는 10000파운드짜리 와인도 있을꺼라-고 말해줌.  

 

포트넘 앤 메이슨을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그린파크 역으로 가다 리츠호텔 앞에서 발견한 한국관광공사의 버스 - Feel the rhytnm of Korea.  우리도 어서 느껴보고 싶은 '한국'이라며 빨리 보내달라고 희망함.

리츠호텔을 지나며 내가 "여기가 리츠호텔인데 영화 노팅힐이란 유명한 영화에 나왔어"라고 이야기하니 아이는 "그래?  영화 패팅턴 베어에도 나왔는데?"라고 답했다.  아, 극복할 수 없는 세대차라니.

 


더운 날 제법 먼 거리를 걸었는데 아이는 불평하지 않고 잘 따라주었다.  그것만 봐도 벌써 많이 자란 아이-.  사실 이 코스는 한국에서 손님이 와도 우리가 종종 걷는 코스다.  짧은 코스 안에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가 잘 들어가 있어서.  다음에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그럴려면 이 코비드도 어느정도 극복이 되어야겠지만.  꼭 그런 날이 오리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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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방학3 -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