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138days] 부활절 방학 마무리(feat. 동네 공원들)

토닥s 2021. 4. 24. 01:45

동네 공원 사진이라고 올리면 한국에 친구들은 우리가 런던에서도 변두리 산다고 생각한다.  높은 건물도 없고 평평한 녹지가 많은 것 같아서.  물론 시내에서 보면 런던의 중심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변두리도 아니다.  런던에서도, 우리가 사는 지역이 더 그렇기도 하지만 높은 건물, 새 건물이 없는 평평한 주택가다.  물론 이 풍경도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바뀌고는 있다.  일단 2-3존 경계기 때문에 시내로 가기에도 그렇게 멀지 않고, 런던 외곽으로 빠져나가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높은 집값과 좁은 집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더 넓은 공간과 좋은 학교를 찾아 런던 외곽으로 옮기기도 하고, 가족이 있는 경우 그 곳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아쉽지만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더 크게 보고 사는 편이다.  우리도 그들 중 하나다.
차로든 지하철로든 멀지 않은 곳에 아이들이 어릴 때 가면 좋을 박물관과 공원이 많아서 지금까지 잘 누리고 살았다.  예를 들면 자연사박물관이나 과학박물관 그리고 이름이 알려진 공원들.  그래서 주말에 특별한 계획을 하지 않고서도 우리끼리 시간을 보내기도 편했다.  그야말로 할 일도 없는데 오랜만에 "공룡이나 보러갈까?"하면 자연사박물관으로 가고, 날씨도 좋으니까 "피크닉 갈까?"하면 하이드파크나 홀랜드파크로 갔다. 

그런데 코비드로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정말 동네에 있는 공원 한 네곳 정도를 지겹도록 갔다.  동네라 함은 걸어서 3~5분 안에 가거나 차로 10~15분 정도.  그 지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역시 집에서 차로 10~15분인 식물원 회원권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지난 4월 12일 이후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 이외의 상점들도 영업이 허용되면서 좀 더 반경을 넓혀 공원들을 갈 수 있게 됐다.  역시 차로 5~15분 정도의 거리들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공원이거나 잘 가지 않는 공원들이었다.  새로운 곳은 새로운대로, 누리가 아기 때 가보고 가지 않은 곳은 역시 새로운 느낌으로 가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Hammersmith Park

 

이름을 몰랐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공원이 조성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누리 친구 엄마가 일본스타일 조경이 있어서 이쁘다며 함께 가자고 해서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평소엔 걸어가는 거리지만, 점심을 먹고 가기엔 빠듯한 시간이라 누리와 버스를 타고 갔다.  지난해 봉쇄 이후 누리는 처음 타보는 버스.  이 경험마저도 누리는 신나했다.  정말 오랜만에 버스를 타본다고.

만나기로 한 공원으로 가는 길에 얼마전에 책의 날을 맞이해 이 동네에서 자란 동화 작가의 작업을 기념하는 특별한 우체통이 마련된다는 뉴스를 봤다.  한 주 전에 차로 지나가며 "아 저기구나"하고 이번에 이 공원을 가면서 들러 사진을 찍자고 누리랑 이야기했다.

그런데 노란 우체통은 사라지고 없었다.  추측건데 누군가 낙서를 해서 다시 빨간 우체통으로 되돌리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그런 이유가 가까워도 이 동네를 가지 않는 이유다.  동네가 조금 험한 느낌적 느낌.

누리 친구 엄마가 만나자고 한 공원은 일본식 장식이 군데군데 있었다.  둘러보니 런던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름있는 일본업체들이 출연/지원해서 꾸며진 공원이었다.  공원이 이쁘지 않냐고 친구 엄마가 그랬지만, 내겐 너무 익숙하고 흔한 풍경이라.😶

그보다도 최근하게 된 생각한 가지를 들려줬다.  런던에도, 모르긴 몰라도 유럽의 유명도시들에는, 일본식 장식을 한 공원들이 있다.  가서보면 일본기업들이 출연/후원한 곳들이다.  언젠가 어떤 블로그를 보니 미국에도 그런 공원들이 있는 모양.  파고다나 돌정원은 흔한 장식이고 우정이나 평화를 상징하는 학 장식의 공원들도 있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에 있는 그런 공원들이 한국에, 중국에, 아시아의 국가들에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근대 교역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장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의 일본이 세계2차대전 이후 우정과 평화를 기원하며 아시아 국가들에 만들어준 공원이 있었던가?  없는 것 같다.  누가 알려주면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한 의심을 지우겠다.  없어, 없어.🤨

 

돌정원인데 한켠에 아이들이 들어가 앉아 모래놀이를 하고 있더란.😶  위치가 위치라 멀지 않아도 다시 가게 될 것 같지는 않다.

 

Duke of Meadows

 

누리가 어릴 때, 기저귀를 사용하던 시절, 가본 공원..은 아니고, 공터..도 아니고 메도우Meadow.  사전 찾아보니 잔디가 있는 공터. 템즈강 한 켠에 위치해 강변을 볼 수 있고, 놀이터도 있고, 분수 같은 물놀이 공간도 있는데 코비드로 물놀이 공간은 닫은 상태다.  누리는 처음가본 느낌이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와 가까워서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다만 까페나 화장실 같은 시설이 전무해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듯.

 

 

 

Kew Gardens

 

식물원.  부활절 연휴에 찾았을 땐 눈까지 내렸는데, 방학 끝나기 하루 전에 찾았을 땐 선크림을 바르고 오지 않은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조금 걷고 난 뒤 도시락을 먹으려고 했는데, 함께 간 누리 친구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식물원에 가자말자 도시락 먹을 곳을 찾아 고고.  식물원 안에 있는 일본식 정원(이것도 어느 기업이 후원해서 조성한듯)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피크닉 매트를 깔지 않아도 평상처럼 도시락 먹기 좋은 곳이 있었는데, 일본식 정원에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서 조금 떨어져 피크닉 매트를 깔고 먹었다.  지비님에게 얼마전 어느 블로그에서 본 김밥과 (스시)롤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김밥을 보고 스시라는 사람이 많아서, 나도 '그런가? 속재료가 다른가?'했는데 밥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밥은 소금과 깨로 밥을 준비하고, 롤은 식초/스시수로 밥을 준비한다고 한다.  오늘 여러 번 불러나오는 일본.

 

우리가 식물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로그 트레일을 지나 놀이터로 고고.

 

사실 이 놀이터를 부활절 방학 기간에 가려고 3월 초에 식물원 회원권을 구입했는데, 4월 말까지 놀이터 예약이 완료되서 갈 수가 없었다.  이 날은 누리네 학교는 교원연수라는 명목으로 방학에 하루 더해 쉬는 날이었고, 다른 학교들은 대부분 개학해서 놀이터를 예약할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한 시간 꽉 채워 놀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한 날.  우리가 아무리 잘해줘도 누리는 이제 친구가 더 좋은 나이다.  이날 교사인 누리 친구 엄마는 출근을 해야해서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우리에게 맡겼지만, 누리가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우리가 더 고마웠던 날이다.  두루두루 좋으니 다 좋았던 부활절 방학의 마무리. 

 

사실 나는 개학과 동시에 일전一戰을 앞두고 있어서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은 날이기도 했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 그 일전도 잘 마무리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누리에게 어떤 아이가 인종차별적 제스쳐를 취했다.  그걸 그냥 지나갈 내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격지 않으면 좋을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은 세상이니 도움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남겨둘 생각이다.  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