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210309] 밥상일기 - 한 동안 돈까스의 한 길로

토닥s 2021. 3. 10. 01:48

지난 사진을 챙기면서 보니 대충 해먹은 2월.  매일매일 세끼 밥 챙겨 먹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그보다 힘든 건 장을 보는 일.  몇 주 전부터 걸어서 장을 보러 간다.  한 번에 많이 사올 수 없으니 이틀에 한 번 장을 보러 가게 되는데, 운동 삼아 걷는다고 걷긴하지만 시간이 아깝기는 하다.  물론 그 시간이 아깝다고 해서, 아주 급하거나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써놓고 보니, 이게(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없는게) 더 슬프네.😢

 

오랜만에 구워본 초코렛크림브레이드 빵.  발효는 많이 되고, 크림은 많았던지 모양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  할 때마다 다른 음식들-, 초보수준이라 그렇다.  그래도 초코크림이 맛의 70~80%는 담당하니 맛은 비슷하게 달달했던 빵.

 

아주 급할 때 먹으려고 한 개씩 냉동실에 쟁여두는 키쉬.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꽁꽁 얼어버린 키쉬는 최소 35분은 구워줘야 한다는 게 단점.  급할 때 먹으려고 냉동실에 쟁여두는데 급하게 먹을 수가 없다.

요기 마트에서 사본 건우동.  누리가 우동을 좋아해서 늘 냉동실에 일본냉동우동을 사두는데, 그래봐야 5개짜리다.  한 달에 한 번쯤 한국마트에 가서 사오니 한 달에 많아봐야 그 좋아하는 우동을 2~3번 밖에 먹을 수 없다.  일본맘이 건우동도 괜찮다길래 사봤는데, 우동이 아니라 중면 또는 칼국수 건면 느낌이다.  비상용 식재료로 삼아야겠다.

 

소스를 좋아하지 않는 누리 때문에 그냥 짧은 파스타만 삶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파마산 치즈)만 뿌려 먹는다.

 

 

누리가 어렸을 땐 '김이 없으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누리가 짜파게티를 먹을 수 있게 된 뒤론 '짜파게티가 없으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그런 생각을 가끔한다.  

 

 

이날 저녁의 메인은 감자튀김, 아니 감자구이(?)였다.  누리는 맥도널X같이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을 좋아하지만 집에선 해줄 수가 없으니 오븐에 구워준다.  아주 가끔.  감자구이에 곁들인 스캄피 바이트(작은 가재 종류가 들어간 너겟?🙄)와 샐러드.  샐러드를 섞어 먹지 않는 피곤한 아이의 접시.

 

 

그저그런 먹거리의 기록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머쉬멜로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 만들면서 녹차를 넣는 시도까지 해서 녹차머쉬멜로 비슷한 걸 만들기는 했다.  평소에 누리만 사주지 나는 먹지 않는 머쉬멜로라 거기에 그렇게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 처음 알았다.  좋은 점은 너무 달아서 달달구리 좋아하는 누리지비도 한 번에 딱 한 개씩만 먹을 수 있다는 점이고, 나쁜 점은 그래도 너무너무 달아서 결국은 절반도 못먹고 버렸다.  누리 몰래.

 

 

 

그리고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 간날 사온 초코파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자였는데, 고향 떠나사니 이런 것도 고향의 맛이라며 챱챱챱-.  그러고보니 이 초코파이 안에 든 것도 머쉬넬로네.

 

 

한국마트에 가서 사온 쇠고기.  여기 마트에도 고기가 많긴 하지만, 잘 구울 줄도 모르고 먹을 줄도 모르고해서 생으로 잘 구워먹지는 않는다.  한국마트에서 고기를 사면 꼭 그냥 소금만 조금씩 쳐서 구워먹는다.  살때마다 다른 부위를 사니 맛과 이름이 잘 매치가 안됐다.  그래서 이번엔 두 종류를 함께 사봤다.  갈비살과 살치살.  둘 줄에는 갈비살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엔 갈비살과 다른 부위를 사서 비교해봐야겠다.  

 

 

그리고 우연히 고기를 요거트에 재워서 커틀렛(돈까스)를 만드는 동영상을 봤다.  '그게 정말 되나?' 싶어서 찾아보니 요거트의 고향 지중해쪽에서는 이렇게 해서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부드럽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 번 해봤다.  편한 점은 요거트에 고기를 재웠다가 밀가루+달걀 무침을 생략하고 빵가루를 묻혀 오일 좀 뿌려주고 오븐에 구우면 된다.  돈까스 너무 좋아하는데 밀가루+달걀+빵가루 차례루 묻히기 너무 힘들고, 기름에 굽는 건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잘 해먹지 않는다.  그런데 오븐에 굽는 레시피라니!  작은 닭가슴살을 사서 반으로 갈라 바로 만들어봤다.

 

 

아랫쪽 빵가루가 들러붙어 다 떨어져나가기는 했지만(바닥에 오일 바르는 걸 생략했더니만) 닭돈까스(?) 비슷하게 됐다.  거기다 한국마트에서 사온 돈까스 소스를 더하니 더 비슷한.  닭고기 자체도 좀 단단한 느낌이 있어서 고기를 더 부드럽게 해주는 고기용 망치(?) 텐더라이저 Tenderizer를 사기로 했다.  불과 얼마 전에 서랍에서 사놓고 한 두번만 쓴 주방기자재(마늘 으깨는 것, 달걀 슬라이스 하는 것, 아보카도 슬라이스 하는 것 등등) 다 쓸어버렸는데 또 사려니 많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폴란드 가정에는 다 있다는 고기용 망치라 지비가 구입을 반겼다.  그래서 과감하게(?) 구입.  결과물은 아래에-.

 

달걀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삶아보지만 달걀을 까면 너덜너덜.  달걀을 삶기 전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 두었다 삶으면 깔 때 잘 까진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신선한 달걀이면 나을까 싶어 달걀을 사온 날 삶아봐도 그렇지도 않고.  소금도 넣어보고, 식초도 넣어보고.  잘 모르겠다.  떨어져나간 살점(?)이 아깝다.  유럽에선 달걀을 까서 먹는게 아니라 깨서 떠먹거나 찍어먹는 거라서 껍질이 잘 까지도록 품종개량이 안된걸까?🐣🍳  너무 멀리 갔군.

 

 

고기용 망치가 도착하는 날에 맞춰 등심을 사서 만들어봤다.  닭과 같은 방법으로 요거트에 한 시간 이상 재워서 빵가루만 묻혀서, 그 위아래에 오일 스프레이로 뿌려주고, 오븐에서 구웠다.

 

 

 

우리가 기대했던 포크 커틀렛/돈까스와 좀더 가까워진 맛이었다.  누리는 요거트 때문에 시큼하다고 했지만, 요거트가 아니었어도 싫은 이유를 찾았을 아이다, 그 때문인지 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었다.  오븐에 구워서 기름에 구운 것과는 달리 질리는 맛(?)도 없었고.   하지만 달걀이 없어서인지 고소한 맛이 없어서 다음엔 미림에 재웠다가 밀가루+달걀+빵가루 순으로 준비하는 보통의 돈까스를 만들어봐야겠다.

 

한 블로거님이 겨자소스에 돈까스를 찍어먹어도 맛있다고해서 먹어봤다.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겨자소스 때문에 더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못지 않은 초등입맛 남편은 케챱이 최고라고 했지만.

 

한 동안 돈까스를 자주 먹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