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078days] 일기쓰기

토닥s 2021. 2. 21. 21:32

이번 주는 중간방학이었다.  휴교 중에, 봉쇄 중에 중간방학이라 '집콕'은 변함없지만 매일매일 해야하는 숙제가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그런 와중에도 매일매일 비는 오고, 매일매일 할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기는 했지만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든 일주일이었다.  어제는 비도 오지 않고, 기온도 높아져 아침을 먹고 멀지 않은 공원에 산책을 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놀이터에 간 누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정도 아이들과 부모들이 숨쉴 여유가 있어도 봉쇄가 견딜만할텐데, 지난 봄과 여름 봉쇄가 그랬다, 이번 겨울은 참 힘든 시간이었다.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는 요즘이다.  완전 혈기왕성하던 누리도 이번 겨울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체력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기초체력을 쌓아야 할 것 같다, 나부터도.  당장 다음주부터 차를 이용하지 않고, 하루 만보 채우기를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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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는 요즘 일기를 쓴다.  쓸 거리가 있을 때 쓰다보니 매일 써지지는 않는다.  사실 일기쓰기는 작년 연초에도 시도 했었다.  선물받은 빈 노트를 주고 그날 있었던 일을 써보라고 했다.  누리가 영어(주로 작문)을 너무 어려워해서 자기 말로 하루를 써보는 연습을 시켜보려고 시작했는데, 집-학교만 반복하는 생활을 하는 아이다보니 쓸 거리를 찾지 못해 어려워했다.  그래서 한 3주쯤하다 중단했다.  

휴교를 하고 누리가 영어 과제와 수업(줌미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글쓰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 연습과도 중요한 관계가 있긴 하지만, 아이가 자기 일상을 돌아보고, 기억하고, 의미와 느낌을 새겨보는 연습이 필요했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니?" 또는 "특별한 소식 없냐?"는 교사의 질문에 이야기할 거리를 찾지 못하는 누리에게 다른 사람들처럼 대단한 이벤트(주로 봉쇄 규정을 위반한 가족과 친구들 모임들😅)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작은 이야기 거리를 찾아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읽던 책을 다 읽었다던지, 점심으로 피자를 구웠다던지.  글쓰기 연습이 아니더라도 자기 일상을 돌아보는데 일기쓰기만한 게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일기쓰기'를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빈 노트'가 아닌 '일기쓰기 노트'를 샀다.  책 가격과 비슷한 이런 노트를 사는 것에 부정적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다.

 

 

일기의 첫머리에는 하루의 기분을 표현해보는 칸이 있다.  그날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동그라미하면 되고, 그도 없으면 빈 칸에 직접 써넣을 수 있다.

누리 생각대로 동그라미하면 나는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물어본다.  누리는 지비와 내가 언쟁을 벌이면 무척 걱정한다.  아이 앞에서 그런 상황을 보이면 안된다고 늘 반성은 하지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물러 설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문제는 종종 그리고 자주.🙄  사람마다 생각과 방법이 다르다고 말해주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도 구차한 변명일뿐이다. 😥  누리야, 미안해.

 

이 일기를 쓴 날, 누리는 실내용 자전거를 6Km를 탔고 하늘엔 작은 달이 떴다.

 

그 아래는 세 가지 좋았던 점 Three good things today를 쓰는 칸이 있다.  누리와 나는 이 세 가지를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좋았던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세 가지를 채우지 못한 날도 며칠 있었다.

그 아래는 오늘 나를 웃게 만든 것 What made me laugh today, 오늘 나에게 친절했던 사람 Someone who was kind to me today, 오늘 잘한 일 What I did well today, 내가 어떻게 누군가를 도운일 How I helped someone today, ... 같은 질문이 두 가지 있다.

 

누리가 요즘 책으로 읽고, TV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는 Tracy Beaker.

이 일기쓰기 과정을 통해서 누리가 작은 일상에 감사하게 될지, 자기를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게 될지 그리고 영어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 시간 외에도 내 귀에 하루 종일 떠들어대는 누리지만, 온전히 누리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나 역시 밥 먹어라, 이 닦아라 끊임 없이 이야기하지만 아이에게 내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일은 많지 않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이 일기쓰기를 통해 공유의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근데 그런 느낌은 있다.  누리가 한 두 살만 더 자라도 그런 공유의 시간이  확 줄어들꺼란 느낌.  그 전까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