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91days] 따라쟁이

토닥s 2020. 11. 27. 00:07

누리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을 하고 싶어한다.  나는 가능하면 누리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남겨두는 편인데,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여름 내가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되었을 때 자기도 스무살이 되면 똑같은 휴대전화를 살꺼라고 했다.  "그때되면 더 좋은 휴대전화기가 있을텐데?"라고 해도 무조건 "같은 걸로" 사야한다나.  어제 새로운 휴대전화 케이스를 사서 교체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쓰던 휴대전화 케이스를 하나 가져와서 지금까지 쓰고 있었는데, 휴대전화를 넣고 빼고 반복하니 깨졌다.  그 휴대전화 케이스는 그보다 한 해 앞서 한국에 갔을 때 누리가 이모에게 골라준 케이스였다.  이제 버려야겠다고 했더니, 누리는 자기 스무살이 되면 써야하니까 보관해야 한다고.(' ' );;  그때 되면 더 좋은 사준다고 겨우 설득해서 버리는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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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누리 생일에 처음으로 파티라는 걸 했다.  거기를 꾸미기 위해 한국에서 풍선, 번팅, 폼폼 같은 걸 세트로 하나 사왔다.  누리 생일이니까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누리가 없을 때 만들었다.  그걸 본 누리는 이쁘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만들지 못했다는데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때 남겨놓은 메시지를 며칠 전 서랍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  다음에 티슈페이퍼 사서 같이 만들자고 했는데 아직까지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이번 크리스마스 방학 때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무늬나 색깔의 티슈페이퍼를 사서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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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다음날부터 누리는 언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냐고 물었다.  학교-집-학교-집 밖에 생활이 없으니 그런 게 더 기다려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트리도 벌써 사두었다.  사실은 할인을 하길래.  그러니 누리는 그 트리를 언제 꺼내는지 더 자주 묻는다.  집이 좁으니 트리를 세우려면 뭘 하나 '없애야'한다.  우리는 오랜 숙원인 데스크탑을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누리의 컴퓨터 활용이 점점 더 늘어나는 시기니 컴퓨터를 아예 없앨수는 없고, 누리용으로 크롬북을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새로운 컴퓨터를 장만하려고보니 몇 주만 기다리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라 이 시점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밤이면 밤마다 검색을 하다보니 장만하고 싶은 컴퓨터의 사양은 점점 높아만지고, 그러다 다시 정신차리고 예산에 맞춰 검색하고를 반복했다.  어째어째 Huawei를 하나 장만했는데, 누리는 왜 또 크롬북이 아니냐고.(- - );;  중간과정이 길었지만, 종합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놓으려고 Huawei랩탑(노트북)을 장만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고보니 장식도 사야하는데, 대부분이 반짝반짝 플라스틱이라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산 크리스마스 트리도 플라스틱이지만 우리는 최소 5년 이상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 쓰면 생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덜 환경적인 건 아니라고 위로하면서(6년정도 쓰면 생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더 환경적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비록 크리스마스 트리는 플라스틱이라도 장식은 플라스틱-프리로 만들어보자고 검색해봤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밤이면 밤마다(?) 이걸 만들고 있다.  

 

 

 

 

이걸 만드면서도 누리는 왜 자기 종이접기가 내 것만큼 깔끔하지 못한지 불만이다.  "나는 어른이고 너는 아이니까"라고 설명해줘도 별로 위로가 안되는 모양이다.  그나마 만들면서 "와 나는 손이 커서 할 수가 없네.  큰 걸로 만들어야겠다."라고 말하니 누리가 "나는 손이 작아서 작은 것도 만들 수 있고, 큰 것도 만들 수 있지"라고 으쓱한다.  그래 그거라도..

 

어른만큼 할 수 없는 게 아이인 누리에게는 스트레스겠지만, 그게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될꺼라고 믿는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그런 거.  누리는 그런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반 친구들 중 옆돌기(cartwheel)을 하는 아이가 있는데, 자기가 못한다.  그럼 그걸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다.  그래서 해낸다.  최근엔 일명 다리찢기를 해냈다.  그런 면, 더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 - 일종의 스트레스를 좋은 점으로 바꿔내면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은 과장되게 아이의 어려움을 통감해주고 격려해주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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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직 내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누리 혼자 일어나 아이들 채널을 보다 아이들이 만드는 간식을 본 모양이다.  그걸 혼자서 만들어보고 싶다길래 그러라고 했다.  필요한 재료들을 산책길에 사와서 누리에게 만들어보게 했다.  나는 그 옆에서 필요한 거 꺼내주는 정도의 보조역할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낸 록키로드(rocky road).  초코렛이랑 버터 녹이고 그 안에 씨리얼, 머쉬멜로, 견과류 정도 넣은 다음 냉장고에서 식히고 굳혀 먹는 간식이다.  나는 별다방에서 처음 이 록키로드를 보고 누가 저런 걸 사먹나 싶었는데, 누리는 별다방에 가면 꼭 그걸 사먹는다.(- - )a

집에서 만들어보니 사먹는 것보다 덜 달게 만들고 좋다.  종종 만들게 될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먹는 걸로 마무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