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자가격리 14일

토닥s 2020. 7. 20. 09:33

한국에 왔다는, 자가격리를 시작한다는 글 하나 던져 놓고 조용했던 14일.  우리는 각자가 바쁜 시간을 보냈다. 

누리는 지난 주 금요일에서야 2학년 종강을 했기 때문에 매일매일 학교에서 나눠준 워크북과 구글 클라스룸으로 온라인 홈스쿨링을 지속했고, 지비는 재택근무를 했고, 나도 7월 15일이 마감이던 교육의 과제를 했다.  나는 직업 교육 같은 걸 듣고 있었다.  Covid-19 때문에 3월부터 수업은 중단됐지만, 교육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결국 (내부)마감을 넘겨 내기는 했지만 18일에 그 과제도 마무리했다(자격증을 주는 기관의 마무리는 7월 말).  수정을 요구받을 수도 있긴하지만.  그렇게 아침밥 먹고나면 각자의 자리에 앉아 각자의 일을 하며 보낸 14일간의 자가격리는 정말 눈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는 게 만만하지 않은 일이었다.  1일 1배달까지는 아니었지만, 종종 배달을 시켰기 때문에 식사 준비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침 먹고 잠시 각자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  점심 먹고 각자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저녁 시간.  그 주기가 어찌나 빠른지 우리끼리 헛헛헛 웃고는 했다.

그래도 자가격리를 하며 시차적응도 끝냈고, 각자의 일도 끝냈고, 한국오면 먹고 싶었던 닭, 피자, 자장면, 팥빙수, 빵 이런 것들도 다 먹었다.  다들 한국오면 대단한 게 먹고 싶을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감동받았던 것은(?) 이런 음식을 집에 앉아서 비대면 배달로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맛이야 더할 말이 없다.

 

 

지난 겨울 선물 받았던 눈놀이.  한국에서 자가격리를 먼저 경험했던 친구가 아이들이 심심해서 힘들어 한다기에 챙겨왔는데, 누리는 홈스쿨링에, TV에, 학교에서 열어준 온라인 학습 플랫폼(게임형식 학습툴)에 바쁘게 보낸 것 같다.

 

 

영국에서 하던 발레도 계속해서 했다.  다만, 누리가 기존에 하던 시간은 시차때문에 맞지 않아서 같은 레벨의 수업 중 아침 시간에 있는 것으로(영국에선 아침이면 한국엔 오후다) 옮겨달라고해서 계속했다.

 

 

우리를 감동시켰던 빠리빵집의 팥빙수 배달.  빠르기까지해서 있는 동안 빠리빵집 배달주문을 몇 번 했다.  이런 것도 배달 된다니 여기가 천국이구나..하면서.

 

 

이모랑 베이킹도 하고, 차도 마시고, 피자도 굽고.  영국에서도 해봤던 일상이지만, 한국에서 이모랑 한다는 이유로 누리에게는 특별한 휴가의 일부분이 됐다.

 

 

챱챱챱.. 먹고 또 먹고..

 

 

그 와중에 3학년 새 담임 선생님과 학급 친구들과 온라인 미팅.  

 

 

나 같이 숨쉬는 게 운동인 사람은 어려울 게 없는 자가격리였지만, 누리 지비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게 좀 어려운 때도 있었다.  언니의 지도 아래 집안을 뱅글뱅글 돌며 걷기 운동도 몇 번.

 

 

라면도 찹찹찹..

 

 

닭도 찹찹찹.. (파닭 너무 좋아)

 

 

떡볶이 순대도 찹찹찹..

 

 

디저트도 챱챱챱..

 

 

얼마 전에 올렸던(벌써 한달 전인가) 발레 동영상이 편집되서 온라인 상영을 했다.  그 영상들을 미국에 있는 회사에 보내 상영본을 만든 발레 강습소.  그걸 보면서 내가 영상편집 회사를 차려볼까 생각도 했다(속으론 왜 비싼 돈 주고 미국을 보냈냐 싶었던).  20-30개 정도의 수업들을 묶어 편집을 해서 100여 명이 접속을 했는데, 우리처럼 모여서 본 인원을 생각해보면 최소 200-300명이 이 온라인 상영을 봤다는 계산.  그 정성만은 대단하다.

 

 

2주 전 일요일에 도착한 우리는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14일이 지난 2주 뒤 일요일 자정이 되어야 자가격리가 끝난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어제 일요일 정오가 되기 전에 일요일 12시(정오)부터 자가격리가 해제된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왜?  혹시 몰라 문자를 보내온 지역 보건소에 전화를 했더니 일요일 12시(정오)면 낮 12시가 맞다고해서 바로 집 밖으로 튀어나갔다(누리의 수영복을 사기위해).

 

 

생각보다 길지 않은 14일이었다.  물론 나 개인적으로 바쁘니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낼 땐 시간이 좀 더 천천히 갔으면 싶었을 정도였다.

런던을 떠나기전 찾아본, J님이 보여주신 자가격리 경험담에선 14일이 쉽지 않다는 글이 많았다.  지나서 생각하니 우리도 누리가 이 정도 컸으니, 각자가 바쁘니, 어렵지 않게 14일을 채운 것 같다.  Covid-19의 위세가 여전하지만, 다행히 우리 가족이 있는 곳은 확진자 증가가 크지 않은 편이다.  우리가 지내는 2주 동안 딱 1명의 해외 입국자 확진자가 있었다. 오늘은 자가격리를 했던 언니네에서 부모님 댁으로 이동.  이제 조심조심 여름 휴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