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자가격리 1&2일차

토닥s 2020. 7. 8. 18:39

지난 토요일 저녁 런던을 떠나 월요일 새벽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했다.  아주 고단한 여정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비행기를 탄 시간보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다시 공항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서류 작성하고, 기다리고, 서류 작성하고, 기다리고, 서류 작성하기를 무한 반복한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  절차가 조금 아쉬운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런 노력이 모여 지금 한국의 COVID-19 대응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적어도 내 가족과 친구들은 우리보다는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우리 여정이 끝나고 목적했던 언니네에서 자가격리가 시작되면서, 우리와 같은 여정을 앞둔 지인들에게서 질문을 꽤 받았다.  우리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실수가 더해져 여행의 피로도를 높였다.  뒷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기록을 남겨두고 싶지만 당장 마감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늘은 간단 근황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예외없이 해외 입국자는 자가격리 2주가 의무사항이다.  부모님이 나이가 있으시기 때문에 언니네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다행히 언니는 올해 안식년 비슷한 걸 하는 중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언니가 배려해주었다.  언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을 떠나 여행을 하며 떠돌이 생활 중이다.  사람 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일주일 정도 지낸 뒤 증상이 없으면 들어와 함께 자가 격리하기로 계획했다.  집주인 없는 집에서 이것저것 찾아가며 우리끼리 생활하고 있다.  자가격리 첫날은 각종 인증을 통해서 사용하지 않아 잊어버렸거나 휴면에 들어간 온라인 샵 계정들을 살렸다.  언니가 준비해둔 간식과 배달로 첫날을 연명했다.  

 

 

빵도 배달이 된다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당연 밤식빵과 찹쌀 도너츠를 배달시켜서 아침, 점심, 간식으로 먹었다.  저녁은 언니가 준비해둔 핫도그.

사실 자가격리자들에게 제공되는 지원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가족들에게 준비할 필요 없다고 큰 소리 땅땅 쳤는데, 첫날 오후 늦게 구청(인지 보건소인지)에서 연락을 주셨다.  어떻게 지내시냐고, 내일 가도 괜찮겠냐고.  그럼 내가 괜찮다고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보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혹시 몰라 첫날 인근에 있는 마트에도 식재료를 주문해두었다.  

자가격리 2일차 오전 지원품이 (비대면) 배달됐다.  전날 전화하셨을 때 필요한 게 없냐고 물으셨다.  혹시 몰라 우리 체온계를 준비해왔는데, 그 애가 오락가락하는 거다.  그랬더니 체온계까지 보내주셨다.  구청에 물품이 없어서 자비로 샀다면서.  체온계를 받아보니 가격표가 딱.  작은 체온계가 무슨 만 팔천 원이나!  미안한 마음에 돈을 송금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회사원 지비는 "업무비로 청구하겠지"한다.  그렇겠지?  그래야 되는데.

 

 

지원품이 도착하고 난 뒤 부산역에 도착할 때 받았던 Covid-19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실 지난 주초 3월 봉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한 시간 정도 같은 공간에 앉아 이런저런 서류 작업을 할 일이 있었다.  그 뒤로 목이 깔깔해서 너무 찜찜하고, 한국 도착해서 받아야 할 검사가 너무 걱정이 됐다.  신기한 건 이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목의 깔깔함이 싹 가신 느낌적 느낌.  사람의 얄팍한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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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희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