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Covid-19 시대의 남과 여

토닥s 2020. 5. 25. 09:39

얼마전 소셜미디어에서 재미있는 뉴스(까지는 아니고 글)을 하나 봤다.  Covid-19으로 뉴스도 영상 인터뷰로 많이 진행되는데, 인터뷰시 보여지는 배경에 관한 것이었다.  멋진 인테리어가 배경인 사람도 있고, 책장이 배경인 사람도 있고, 아무런 배경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는 글이었다.  어제는 인터뷰하는 싱가포르 저널리스트 뒤로 고양이 두 마리가 싸우는 장면이 보인 것도 화제가 됐다.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넘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보여주게 되는 요즘이다.

누리의 휴교보다 앞서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비는 주로 책상도 없는 침실에서 일을 한다.  누리와 내가 거실 공간(+주방)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픈형 플랜이라 한 공간이다.  얼마전에 지비의 사촌형수님과 재택근무 현황(?)을 사진으로 주고 받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집에서 일하며 다른 동료들과 미팅을 해야하는 사촌형수님은 화상미팅 때 뒤에 보여질 배경을 책장으로 선택했다.  거기에 맞춰 세팅을 해놓으신 형수님.  바닥에서 생활하는 우리와 달리 좌식이 무척 불편하실텐데 말이다.


지비도 화상미팅을 많이 하는데 그런 배려(?)가 없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기보다 서서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회사의 재택 지원금으로 서서 쓰는 컴퓨터 테이블과 모니터를 구입한 지비.  가끔 방 안에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화상미팅을 하는 방에 살금살금 들어가보면 좁은 방이 빨래 건조대며 복잡하기 그지없다.  빨래 건조대라도 치우고하지 그러면 있는 줄 몰랐단다. 그러면서 자기가 보는 세팅은 중요하다.  정말 이런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싶다.  자기가 보는 것만 중요한 남자와 다른 사람이 보는 것도 중요한 여자.  그래서 어느쪽이 좋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른 것 같다는 말이다.



+

이건 재미있는 부분이고 사실 재택근무가 보여주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슬픈 게 많다.  비록 나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해내야 하는 과제들이 있는데 아이가 휴교한 후 두 달째 손놓고 있다.  낮에 아이가 혼자서 과제를 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주고 노트북을 열어 한 줄쯤 읽고 있으면 "마미마미"그런다.  필요한 걸 도와주고 다시 조금 전에 읽었던 한 줄을 다시 읽고 있으면 또 "마미마미"그런다.  그렇게 제자리 걸음하며 읽기를 무한반복하면 한 시간에 한 단락 써내려가기도 어렵다.  아이의 자리와 내 자리를 왔다갔다 열번쯤 하고나면 밥시간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부부가 같이 재택근무하는 다른 집들도 그렇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Covid-19이 여성들의 삶을 50년 뒤로 되돌렸다는 글이 넘쳐난다.  Covid-19이 밝혀주는 또 하나의 약한 고리인 셈이다.  불만과 불안이 점점 높아만지고 있지만, 지금 같은 시간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라고 믿자.  안믿으면 어쩌겠나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