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Covid-19 시대의 새로운 트랜드

토닥s 2020. 5. 21. 05:56

# 교복

지난 주 스코틀랜드의 한 아이가 Covid-19으로 휴교한 뒤에도 집에서 교복을 입고 생활한다는 소식을 어린이채널 뉴스에서 봤다(참고. Coronavirus: The home school pupils putting on their uniforms).  그 뉴스를 함께 보던 누리에게 "너도 입을래?" 물었더니 입는단다.  그래서 휴교 9주차를 맞이하는 지난 월요일 하루 집에서 교복을 입고 생활했다.  마침 그날 해내야 하는 숙제가 평소보다 작았다.  보통은 오전에 2~3시간, 저녁 먹고 난 후 1~2시간을 더해야 하는데 점심 먹기 전에 혼자서 다 마무리 한 누리.  교복을 입어서 집중이 잘되는 것 같단다.  매일 입겠다는 아이를 말려서 일주일에 하루 입기로 했다.



그날 오후, 절친과 Zoom(화상미팅) 너머로 마주한 누리.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나중엔 둘이서 퀴즈도 하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Covid-19이 아이들의 놀이도 바꾸어놓았다.  다시 절친과 zoom으로 만나게 해달라는 누리, 그러겠다고 했다.  그 동안 이 화상미팅 환경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봐야겠다.


# 코로나스타일

한국에 있을 때도 자주 머리를 손질하지는 않았는데, 영국에 살다보니 더 머리를 손질하지 않는다.  일년에 한 번 한국에 가서 자르고 오는 정도.  여기에도 런던 근교 한인 타운에 가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있다.  비용이 여기 현지 미용실만큼(커트 40파운드) 비싸지는 않지만 거기까지 가야하고, 예약을 하고가도 기다려야하고, 잘라 놓은 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생겼는데, 한 번 가볼까도 싶다.  어쨌든 그렇게 머리 손질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 이 Covid-19시대에 미용실은 더더욱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인 지비는 다른 모양이다. 

지금 영국은 마트와 약국 정도만 문을 연 상태라 미용실은 문을 닫았다.  자르고 싶어도 자를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정도면 나는 그냥 기를 것 같은데, 일명 바리깡(hair clipper)을 구입한 지비.  나한테 잘라달라는데 나는 그런걸 잘 못한다.  고속도로를 냈다느니, 실수로 귀를 잘랐다느니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서.  게다가 취향 없는 지비는 은근 까다롭다.  그래서도 안한다고 했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지비.  그래서 내가 후덜덜 떨면서 자르기, 아니 밀기 시작했다.  처음 소심하게 밀어서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같은 길이로 쭉쭉 미는데 3~40분은 걸린듯.  끝날때쯤 요령이 생긴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모든 일이 그렇다.  좋은 클리퍼를 샀으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특별한 기능이 없는 클리퍼라 전구간 5mm로 밀린 머리.  다시 자라니까 괜찮을꺼야하고 위로(?)해줬다.

머리를 밀고 공원에 가보니, 지비처럼 머리를 민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 전에는 관심이 없어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지비가 머리를 밀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코로나스타일'.  지비 말로는 직장 동료들도 이 '코로나스타일'을 하고서는 사진을 공유하기도 한단다.  다들 이렇게 이 Covid-19 시대를 지나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