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place] 우편박물관 The Postal Museum

토닥s 2020. 2. 8. 07:54

일주일 뒤로 다가온 또 다른 중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떠오른 우편박물관.  지난 가을 중간방학 때 누리의 같은 반 친구와 함께 갔었다.  시간이 부족해 전시관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급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성인 입장권이 16파운드였는데 일년 입장권이라 다시 가볼까 생각중이다.  일년 입장권에는 옛 우편 철도를 달리는 미니 기차를 1회 탈 수 있는 표와 전시관 일년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다.  일년 안에 다시 이 미니 기차를 타고 싶으면 미니 기차표만 구매가 가능하다.


이 우편박물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옛 우편 철도를 달리는 미니 기차다.  런던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교통체증으로 우편 배달 시간이 지연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빅토리안 시대의 하수관을 이용해 우편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한 동안 운영했다고 한다.  하수관을 이용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차는 당연히 미니 기차.



미니 기차가 중간 중간에 서면 우편 열차의 역사를 보여준다.  영국은 이런데 참 강하다 - 보존과 스토리텔링.  우편 박물관 역시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잘 조합되었다. 쓰지 않는 하수관을 이용해 우편 이동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도 정말 특이한 이야기 거리 아닌가.



이 기차가 실제 우편 배달에 쓰였던 미니기차라고 한다.  




전시관을 시간이 없어서, 배가 너무 고파서 잘 둘러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놀이, 우편을 디자인해보는 코너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전시관을 1/5도 못봤다.  꼭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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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같이 우편박물관을 간 누리 친구의 엄마는 자메이칸 이민 3세대다.  할아버지가 자메이카에서 영국으로 건너와서 일한 곳이 우체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초대로 우편집중국에서 열리는 가족행사에 가곤했단다.  그래서 감회가 남다른데  옛 우편집중국 시설에서 우편박물관으로 바뀐 뒤 처음 와본다고 한다.  사실 이날은 이 엄마가 한국식당에 가보고 싶어해서,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 근처의 볼거리를 찾다가 가게 됐다.  그 엄마의 개인사가 더해져 뜻깊은 방문이 됐다.  관광객에게 그렇게 핫한 곳은 아니겠지만, 아이들과 여행하는 가족이라면 가볼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