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561days] 고운 일곱살 - 두번째

토닥s 2019. 9. 24. 00:33

어제 처음으로 누리 생일 파티를 했다.  한국에서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잘라 먹은 적도 있고, 때가 맞지 않아 미리 케이크를 먹은 적도 있지만 사람들을 모아놓고 '파티'라는 걸 해본 건 처음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소음과 사람맞이에 무척 약한 사람이기도 하고, 몇 번 경험해본 아이들 생일파티는 그닥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 스타일이 아닌 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그런데 많이 익숙해져 즐기는 것 같았다.  다행히는 누리는 주말학교로 토요일이 바쁘니 그런 자리에 많이 가지 않기도 하였고,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매생일마다 파티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쨌거나 학교 생활 2년쯤 했고, 친구라는 것도 생기고, 생일파티에 몇 번뿐이지만 가본 누리도 생일파티를 해보고 싶어 해서 '그나마 아직 귀여울 때' 부모주도의 생일 파티를 한 차례 열어보기로 했다.

하우스 파티도 가봤고, 교회 같은 커뮤니티 장소를 대여해 엔터테이너를 불러 하는 파티도 가봤고, 생일파티를 주로 하는 실내놀이터 파티도 가봤다.  그 어느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비용면도 엄두가 나지 않았고, 누리의 어린이집 친구 엄마가 생일파티를 집에서 멀지 않은 하이스트릿 피자 레스토랑에서 체험형으로 했는데 가격도, 활동도 모두 좋았다고 이야기 해줬다.  그래서 누리 포함 10명의 아이들만 불러서 작은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말은 준비라고 하지만, 지난 8월 초 한국 가기 전 급하게 날짜를 정해 레스토랑에 예약금 50파운드 지급해둔 게 전부.  그리고 한국서 파티 장식용 세트(폼폼+풍선+생일축하 번팅) 하나 만 오천원 주고 사왔다.  한 것 없이 준비가 다된 기분이었다. 

누리가 초대한 9명의 아이들 중, 누리가 7명 꼽았고 종종 대화를 나누는 부모 둘 아이들을 불렀다.  그 중 한 아이는 가족행사가 있어 못오고, 누리가 꼽은 다른 아이로 대체했다.  생각보다 쉽게 준비된듯했는데 복병발생.   누리의 절친 둘이 피자를 안먹는다.  그 중에 하나는 피자를 먹지 않아도 오고 싶어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오고는 싶은데 피자는 싫고 징징-해서 그 집 엄마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른 메뉴를 시켜주기로 하고 친구 초대도 완료.

드디어 생일 날.  20분쯤 먼저 도착해 준비해간 생일 장식을 붙였고 친구들을 맞이했다.

피자가 굽는 동안 하려고 했던 만들기 활동은 준비한 피자만들기와 먹기 - 생일 케이크 나눠먹기 - 디저트까지 다 먹고 한 15분쯤 남아 부모님들이 데려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진행했다.  빨대 컵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활동으로 내가 온라인 크라프트 재료상에서 준비했다.
케이크도 수제케이크 그런게 아니라 m&s에 파는 케이크에 생일 축하 메시지만 넣었다.  맛보다 모양과 가격이 선택 기준이었는데 28파운드.
어제 오늘 받은 피드백은 긍정적이고(두 명의 아이가 이제까지 생일파티 중 최고였다고), 같이 남아 시간을 보낸 엄마 셋도 너무 좋다고 평가했다.
피자를 만들고 먹는다는 설정이 딱 6~8살 정도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누리네 학교는 같은 레스토랑에서 5학년들이 피자만들기 체험을 한다. 그때면 좀 시시할 나이인 것도 같고.
우리도 준비가 쉬웠고 평가도 좋아 즐길 수 있는 생일 파티였다.  그래도 다시 생일파티 하라면 - 글쎄요지만.

+

생일 뒷담화.

선물로 카드와 현금 10파운드가 들어왔다.  영국서는 흔하지 않은 선물.

생일파티 장소 근처서 뱀 세 마리를 들고 버스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몇몇 부모가 늦게 데리러 와서 지루해할 때 지비와 한 엄마가 데려가 뱀구경(?)을 시켜줬다.  구경만 한 게 아니라 다 만져도 봤다.  본의 아닌 추가 이벤트로 아이들이 환호했다.

집에와서 짐을 풀어놓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선물받은 스티커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연륜있는 부모가 고른 선물은 다르다며 지비와 이야기 나눴다.  스티커북을 보낸 엄마는 딸-아들-아들 아이 셋 엄마고 누리 친구가 막둥이.

생일 파티 초대를 하고 보니 여자 아이 7명에 남자 아이 3명이었다.  남자 아이가 작아 컨트롤이 쉬울꺼라던 지비.  여자 아이들의 활동성과 와일드함에 깜짝 놀랐다.  누누이 남자 아이들이 활동적이라는 건 옛말이다 해도 귓등으로 넘기던 지비였다.  생생한 보육체험과 다른 부모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단다.
나 역시도 아이들의 다른 면면과 누리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언제쯤 다시 생일파티란 걸 해볼까 이야기하다 나는 초등 마지막 해 - 6학년쯤이라고 했는데 지비는 이 정도 수준(인원, 비용, 아이들 상태..ㅎㅎ)면 열살 기념해도 좋을 것 같다고.  글쎄 - 나는 어제의 소음과 광란이 언제 어떻게 잊혀지는가에 따라서.  일단, '일곱살 생파'는 진짜로 끝.  자, 이제 하프텀(중간방학) 계획하자.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