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434days] 세대차이

토닥s 2019. 5. 19. 07:50
지난 주말, 금요일과 토요일 누리의 발레쇼가 있었다.  일종의 발표회인데, 누리가 속한 발레 수업만 발표회를 하는게 아니라 같은 선생님/교습소에서 배우는 짐, 발레, 스트릿댄스, 탭댄스 등 대략 30여 개의 수업이 발표회에 참가했다.  리허설 까지 포함해 세 번을 교통량이 많은 퇴근 시간에 아이를 복잡한 곳에 있는 공연장으로 실어날라야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공휴일이었고, 화요일은 누리가 현장학습을 갔고, 수요일은 벌레에 물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과 학교를 오가느라 보내버린 가운데 세 번 공연장을 가니 정말 바쁘게 느껴진 한 주였다.  그 가운데 나는 내 볼일로 또 이틀을 썼다.

리허설

리허설이 있던 화요일, 같은 수업을 듣는 엄마들은 발표 준비를 볼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만 공연장에 들어가 무대 리허설을 하고 부모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밖에 남은 부모들은 황당했지만, 그 덕분에 공연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눈엔 누리가 꽤 비중있는 포지션을 맞은 것으로 보였다.  어쨌거나 무대 가운데 앞줄에 섰으니.
공연 시작 전에 우리가 티켓을 구입한 좌석으로 가니 공연 후 판매하는 DVD와 사진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비싸다며 지비는 투덜거렸지만, 공연을 본 뒤로 DVD는 꼭 사야돼로 입장선회 하였다.  참고로 DVD에는 두 시간의 공연이 담기는데 누리 수업이 나오는 분량은 7분 정도.  가격은 17파운드.  사진은 보통 한 장에 12~15파운드.  일단 결과물을 봐야겠지만, 잘나온 사진이 있으면 아낌없이 사고 싶다. 
누리가 이 교습소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한게 두 살 반쯤.  지금이 여섯 살 반이 넘었으니 꼬박 4년을 함께했다.  발레를 한 건 2년이고, 그 전에는 짐 수업이나 드라마 댄스를 들었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교습소를 바꿔볼까 고려 중이라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정말 좋은 선생님들과 수업이었다.

+

공연을 마치고 누리에게 물었다.  떨리지 않았냐고.  누리는 정말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정말 누리는 떨리는 것도 없이 무대를 즐긴 모양이었다.  첫날 공연을 마치고 아이가 너무 들떠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지비가 몇 번이나 좀 자중(?)하라고 말해야 할 정도였다.  누리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무대에 올라가는 게 떨리는 건 나 같은 소심쟁이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생각했다.

+

토요일 공연까지 마치고 일요일은 동네 공원에서 어린이집 시절 친구 가족과 만나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부모들은 폭풍 수다.  일본+영국 사람인 그 집 아빠는 나에게 보쌈을 어떻게 만드는지 물었다.  그리고 와사비를 어떻게 재배하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누리의 발레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지비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누리 친구의 아빠는 머리를 45도쯤 기울여 누리에게 물었다.  무대에서 떨리지 않았는지.  그 질문을 들으며, 누리 친구의 아빠랑 나는 같은 세대(종류)구나 싶었다.  실제로 나보다 딱 한 살 작다.
누리는 다시 떨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누리 친구 아빠와 나의 질문 - 이건 아마도 세대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누리도 부끄럼 많은 아이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는 일이 떨리지 않는단다.  사람들 앞에 서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얻은 결과일테다.  소심쟁이 나로써는 참 부러운 일이다.  그 자신감과 여유 - 부디 오래오래 가지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