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keyword] 노키즈존 in Korea VS 콰이어트존 in UK

토닥s 2016. 11. 2. 20:20
노키즈존 No Kids Zone in Korea

지난 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누리가 잠든 동안 한국 뉴스를 봤다.  한국에 어린이들 동반을 금지하는 식당 같은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그런 뉴스였다.  해외사례로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영국의 한 펍(pub 선술집)이 등장했다.

우리에게 누리가 생겨도, 그 이전부터 우리 부모님도 식당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도 제지 하지 않는 '요즘 젊은 부모들'에 대해서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 건 나도 싫었지만 그 부모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못했던 건 내 미래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부모가 되지 않을까보다는 내가 아이를 제지할 수 있을까다.  아이들이란 게 그렇다. 
인터넷에서 이런 건으로 푸념과 비난이 오갈 때 '왜 한국 아이들만'이라는 구절을 가끔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곳에서 아이를 기르면서 생각하게 된 건 생활문화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유모차에 앉고, 하이체어에 앉는 게 익숙하다.  그에 반해 한국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익숙하지 않다.  여기 아이들도 하이체어에 앉아 음식으로 장난하고 쏟고 으깨고 그런다.  다만 하이체어에서, 유모차에서 빠져날 수 없을뿐이다.
게다가 여기 아이들은 가든, 놀이터, 공원에서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실내에서 뛰어야 할 이유가, 뛴다고 부모에게 잔소리를 들을 기회가(?) 적다.


우리는 추워도 비만 안오면 나가 논다. 제법 쌀쌀한 오늘도 나가 놀았다. 영국 아이들은 비가 와도 우의 입고, 장화 신고 나가 논다.

낮에 밖에서 에너지를 발산한 아이들은 저녁 7~8시면 취침시간이기 때문에 야간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다툴 일도 없고(간혹 예민한 이웃과 별난 아이의 조합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이곳은 외벽만 벽돌일 뿐 내벽은 나무라 방음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뛰어도 7~8시면 꿈나라로 간다는 걸 알기에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어느 집에서 시끄러운 파티를 해도 10~11시까지는 그냥 둔다.  그 이후가 넘어가서도 떠들면 관리실에 전화하고, 그래도 시끄러우면 관리실에 다시 전화해서 "경찰에 신고할까?" 한마디하면(실제 경험담) 조용해진다.
그리고 이곳의 공중파 아이들 채널은 7시면 끝난다.  물론 요즘은 여기도 IPTV 박스 같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사회의 문화, 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다.  그런 차이를 따져보지 않고 아이들만 탓하지 말자.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친구들은, 사실 이곳의 한국인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 같은 건 어려워 한다.  애들이 감당이 안되니까.   그런데 나는 좀 다르게 어릴 때부터 밖에 있어봐야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 같은 것들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지금 사는 곳이 아이들 키우기 좋다고 생각되는 건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많다.  공원도 많고, 놀이터도 많고.  아이들 옷가게, 장난감가게, 문구점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산책 나갔다 아이를 데리고 앉아서 간단 요기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누리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 두 번 밖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 나처럼 혼자서 아이를 데려와 점심을 먹는 엄마들을 늘 본다.  바쁜 주말, 평일 저녁 시간 이외에 엄마들이 평일 낮시간에 나와 돈을 쓸 수 있도록 한다.  이게 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책이나 장난감이 있는 곳도 있고, 색연필 같은 게 구비된 곳도 많다.  아이들 메뉴판은 게임과 색칠놀이를 할 수 있는 종이인 곳이 많다.  아이들이 식당에서 돌아다니지 않고 놀 수 있는 판을 벌려주는 것이다.  하이체어가 있음은, 기저귀 교환시설이 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여기가 좋다는 것만은 아니고 공공장소나 식당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는 아이디어나 아이를 동반한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나 시설 같은 아이디어를 챙겼으면 한다.  주로 아이 친화적인 공간을 많이 찾는 편이지만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늘 누리가 놀꺼리(색연필, 색칠책, 스티커)를 챙겨다닌다.

아, 내가 봤던 뉴스에서 해외사례로 나온 펍.  보면서 웃었다.  펍도 펍 나름이다.  시내나 유흥가엔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그런 곳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영국의 펍은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경우도 많다.  술 마시고 끼니를 해결하는 거점.  그래서 주말에 가족단위 손님들을 위해 아이들을 배려한 곳도 많다.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의 어떤 펍은 무지개모양의 게이 프랜들리 스티커, 모유수유 프랜들리 스티커 등 여러 개를 줄줄이 붙여놔 그걸 보고 웃기도 했다.  그런데 영국 펍이 노키즈존인 것처럼 소개되서 웃었는데 뒷맛은 씁쓸했다.

콰이어트존 Quiet Zone in UK

지난 주 영국의 장난감 가게 Toys R Us(한국에도 있는 걸로 안다)에서 자폐아동을 동반한 부모들의 쇼핑을 돕기 위해 특정시간은 조용하게, 조명도 낮추어 운영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자폐아동들은 소음에 민감한 경우도 있어 발작을 일으키기도 해서 자폐아동을 동반한 또는 그렇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벌써 ASDA라는 마트에서 일부지점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그를 이어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 뉴스의 댓글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다.  누군가는 상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상술 그 안에 한국사회엔 없는 배려가 녹아 있다.  뉴스를 읽을 때 정말 뭉클했다.  요즘 들어 자폐아동을 생각할 기회가 많아 더욱 그랬다.

+

한 번쯤 한국의 '유별난 아이들'에 대해서,  '유별나게 아이들에게 인색한 어른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주변에 한국 엄마들은 "우리 아이는 이게 안되요"하고 고민을 할 때 내가 자주하는 말, "그게 되면 애가 앤가요?  어른이지.  그리고 어른들도 그거 안되는 사람 많아요"다.  내가 아이들에 대해서 통달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건 나에게 하는 또 한 번의 다짐이기도 하다.  누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이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쯤은 이해하려는 마음 없이 먼저 탓하기 부터 하지 맙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