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etc.] 주말일기

토닥s 2016. 5. 9. 22:52
일주일 전 파리에서 있을 땐 초겨울 옷을 입고도 추워서 떨어야 했는데, 바로 며칠 뒤인 지난 주 런던은 정말 한여름 같았다.  한 여름에도 25도를 넘어가면 호들갑을 떠는 영국인데 일요일 런던은 27도를 찍었다.

토요일

이웃이 오래전부터 런던 외곽에 있는 한인타운에 가서 밥 한 번 먹자고 했다.  나는 "그래 그래"라고 답했지만, 워낙 그 집이 바쁜 사람들이라 현실로 일어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우연히 만났을 때 곧 한국을 간다고 했더니 "한국 가기 전에 꼭 가자"고 연락을 해와 지난 주말 두 가족이 런던 외곽 뉴몰든 근처의 한국식당을 갔다.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에 나들이객들이 넘쳐나 교통 체증이 심할꺼라 생각하고 우리는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보통 30~40분 거리.  역시 차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공사도 많았다.  한국식당 예약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우리는 그 가족이 얼마나 늦을까를 이야기했다.  나는 기본이 30분이라 했고, 지비는 영국서 자란 남편이 있으니 그보단 낫지 않을까 예상했다.  역시 우리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아 40분 정도 늦었다.(- - )
그 사이 우리는 먼저 음식을 주문했고, 우리가 2/3쯤 먹었을 때 그 가족이 도착했다.

다행히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먹어본 남편도 좋아했다.  그런데 지나서 보니 그것이 영국식 답변인지 - 좋아도 좋다, 싫어도 좋다고 하는 사람들 - 알쏭달쏭해졌다.  어쨌든 독일에 있을 때부터 한국음식을 먹어온 그 집 엄마는 무척 좋아했다.  시내 한국식당에선 김치를 2~3파운드 줘야하는데 무료로 준다면서.

같이 한국마트에 쇼핑을 갔다가 그 집의 제안으로 윔블던 커먼 근처에 산책을 갔다.
사실 지비와 나는 집 근처로 돌아와 맛있는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그 집 아이들과 노는 재미에 빠진 누리 때문에 같이 가게 됐다.  씁쓸한 마음으로 따라나섰는데, 좋은 나들이 공간을 알게 됐다.  다가오는 여름 방학에 다시 가야지.

일요일

일기예보대로 좋다못해 뜨거웠던 날씨.  한국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근처 공원에서 도시락만 까먹고 쇼핑을 하기로 했다.
 

들판에 듬성듬성 심어놓은 튤립이 인상적이었다.  잘모르는 화투의 고도리가 떠오르는 이미지랄까.

일년에 한 번씩은 만들게 되는 화관.  올해는 이걸로 땡!

하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  꼭 미끄럼틀을 타야겠다는 누리님 덕분에 공원을 나와 쇼핑센터에 잠시 들렀다 놀이터로 고고.

갑자기 뜨거워진 날씨 때문에 무척 지쳤던 하루.  누리 여행가방을 사러 쇼핑센터로 갔는데, 여행가방은 못사고 샌들을 샀다.  샌들이 참 필요한 날씨였다.  다만, 영국에서 샌들을 신을 날이라곤 3~4개월이 전부.  내일 또 비온다네.(ㅜㅜ )

작년에 썼던 모자는 다른 사람 다 주고 이 모자는 써질 것 같아서 남겼는데, 작다.  새로 사야겠다.  축구시즌을 대비해 좀 스포티한 스타일로.

달라진 건 날씬데 몸이 무척 가벼워졌다.  물론 꽃가루 때문에 계속 에취에취하긴 하지만.
한국은 벌써 더울까?

+

화관을 쓴 누리 사진을 보고 친구가 그린 그림을 보내왔다.

오.. 신기.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