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256days] 쿨한 육아

토닥s 2016. 2. 26. 23:53
누리가 체육 수업을 받는 동안 보통 유모차를 두는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어느 날은 다른 엄마들, 그리고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동생들과 있었는데 아이 하나가 자신의 체구에 맞지 않게 큰 덤프 트럭 장난감을 들고 가다 철퍼덕 넘어졌다.

앞서 가던 엄마가 뒤돌아보며 "괜찮아? 도와줄까?"하고 물었다.  아이는 "아니"하면서 어기적 일어났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 같으면 달려 갔을텐데', '나도 다음엔 저렇게 해야지'하고 생각했다.

이곳에도 애착육아에 관심을 가지는 부모들이 있지만, 아이들이 적당한 나이가 될 때까지 함께 자고 유모차보다 아기띠/캐리어를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한국과는 다르다.  좀 착찹하다고 해야하나.  한마디로 쿨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육아는 물론 출산에서부터 유난스럽지 않다.

어느 날은 지비의 매니져가 계획에 없던 휴일을 평일에 사용했다고 한다.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인 A&E에 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지비는 영국인인 매니져가 아이를 A&E에 데려갈 정도면 "정말 아팠나보다"하고 웃었다.  아이가 아픈 게 웃을 일이 아니라 웬만해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영국사람들이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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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처음와서 일링 브로드웨이라는 지역에 살았다.  그 동네에 종교사립 남자학교가 있었는데 나의 어학원 가던 시간과 아이들 등교하는 시간이 비슷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정해진 날 아이들 가방은 유난히 컸다.  악기 아니면 스포츠 용품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 중에 동양인 아이들(중국, 일본 또는 한국으로 추정)이 있었는데 책가방보다 큰 가방을 부모 혹은 등교를 돕는 조부모들이 들고 있었다.  영국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런던이라는 특성 때문에 많은 수는 영국인이 아니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저보다 큰 가방을 직접 들었고 부모들은 자신의 손가방을 들었거나 아이의 옷, 다른 짐가방을 대신 들었다.  100%로 그랬다고 하기는 어렵고, 그런 모습을 많이, 자주 보았다.

그 광경을 보면서도 '아 다르네 달라'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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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국발 계량식 육아는 여전히 인기절정이지만, 조금 다른 접근 방법도 소개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랑스식.  나도 한국 온라인서점에 올라온 그 책을 보고 막 웃었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육아는 사회적 제도나 문화 같은 게 밑그림처럼 깔려 있는데, 그걸 가져온다한들 식탁에서 진상부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가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에서다.

한 번 꼼꼼히 뜯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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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쿨한 부모였으면 좋겠고, 누리도 식탁에서 진상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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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는 사진)

여전히 누리가 저런 곳에 올라가는 건 손떨리는 일이지만, 올라간다고 하면 오르도록 둘 수 밖에 없다.  쿨한 척..
(하지만 속은 후덜덜..)

※ 패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살을 붙여 다시 썼어요.  다시 읽으시는 분들에게 양해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