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241days]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

토닥s 2016. 2. 11. 23:25

1.

2002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할 때('지역선거'가 아니라 아직 '지방선거'인가?) 진보정당의 후보였던 K선생님이 여성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부산시내 걸어보기 - '교육, 복지' 뭐 이런 테마로 그런 선거운동을 했다.  그때 그 그림(사진)을 보면서 '그래 맞기는 한데 좀 스타일리쉬(?)하지는 않는 선거운동이네'하고 생각했다.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애 딸린(?)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정말 아이키우는 엄마들에겐 절실한 거였구나 싶다.


내가 아파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지비가 회사를 쉬어야 하는 처지면서 하우스푸어로 런던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 키우기엔 한국보다 여기가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착각(?)을 하게 되는 게 바로 그거다.  아직은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하루를 견디는 것이 쉽지 않지만, 유모차를 끌고 (저상)버스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은 휠체어가 다니기 쉽도록 턱의 한 쪽은 늘 경사로기 때문에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다.  길이 낡아 좀 울퉁불퉁하다거나 길거리에 쓰레기가 있다는 건 별개의 문제.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이 태반이지만 엄마들은 유모차를 들고 다니고, 관광객만 많은 아주 번잡한 동네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유모차 들어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런던지하철은 엘리베이터 설치를 게을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후진 제도/현실을 (시민)의식이 커버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2.

한국의 친구들을 보면 아이를 시댁이나 친정에 맡겨두고 휴가를 가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아이가 너무 어려 그런 경우도 있고, 특별한 여행이라 그런 경우도 있고.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반려동물까지 데리고 휴가를 가는 이곳 문화와 견주어 볼 때 조금 낯설다.  그런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친구와 옥신각신 하기도 했는데(친구야 미안해!), 한국에 누리를 데리고 다녀보니 친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그 배경들을 팍팍 알 것 같았다.


런던과 달리 한국은 거의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 빼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정말 힘든 환경이었다.  의외로 수유시설이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이상할 지경이었다.  저상버스를 타는 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배려를 받는 일도 정말 드문 일이었다.  제도도 (사람들의) 의식도 너무 인색했다.  지난 한국행에서 (페이스북에 쓴 글이지만) 누리를 데리고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어르신에게 한 소리 듣기도 하였다(하하하;;).


3.

딸기 꼭지 제거기라는 상품이 있다.  예전에 지비와 마트 카달로그에서 보며 "이런 게 왜 필요할까?"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평면으로 딸기 꼭지를 자르면 꼭지 심지가 꽤 깊다.  단단하기까지 하다.  원뿔형으로 파주어야 그 부분이 다 제거된다.  누리님을 위해 열심히 딸기 꼭지를 제거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더 알고 보게 되었다고.  다 누리님 덕분이군!





한 2주 전만해도 딸기가 비싸기만 비싸고 맛이 없더니만 요즘은 딸기가 맛있다.  벌써 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