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keyword] Council House 공공임대주택

토닥s 2015. 4. 15. 06:06

주차장에 둔 차 앞유리가 (좀 오버하면) 박살이 났다.  지난 주 수요일 누리랑 수영장을 가겠다고 짐을 이고 지고 주차장에 갔더니 이런 상황이었다.  내가 CSI 아니라도 차 위에 찍힌 발자국이 내 발보다 작은 걸로 보아 아이들이 한 짓임을 알 수 있었다.  부활절로 2주간 방학을 맞은 심심한 아이들이었을 꺼라고 생각했다.


차가 이 모양으로 발견된 즉시 건물 관리는 자기들 책임은 아니라며 CCTV 등 경찰 조사에는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발뺌을 했다.  문제는 당시 주차장 문이 고장나 활짝 열려 있어 관리측과 좀 다툴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런데 지비는 싸우고자하는 투지가 없어 내가 투사로 나서야할 판이다.


그 사이 경찰이 보고서 작성과 지문 채취를 위해 두 번 다녀갔고, 지금은 CCTV를 수거해서 범죄 장면(?)을 찾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찾아낸다한들, 그 아이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만 모두들 의견을 같이하는 게 아니라 이 사고를 친 아이들이 주차장 옆 카운슬 플랏/하우스 council flat/house의 아이들이라는데도 모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지비와 건물 관리인은 그 의견을 입으로 내뱉았으나, 나는 차마 내 입으로는 내뱉지 못했고, 경찰 역시 직업상 인상을 찌푸린 채로 커다란 카운슬 플랏을 쳐다만 봤을 뿐이다.



카운슬 플랏/하우스는 정부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Council_house).  보통 '카운슬'이라고들 부른다.  무료로 제공하는 형식이 아니라 (내가 알기로는) 주로 구(청) 소유인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형식이다.  우리 집 옆 카운슬 플랏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1/3수준.  하지만 주택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수당benefit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내가 알기로는.  


주택 비용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이 카운슬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자도 엄청나게 많다.  80년대 대처 정부 시절 이 카운슬을 사유화할 수 있도록 팔기 시작했다.  그런 정책이 계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런던의 구(청)들이 카운슬 주민들을 전혀 다른 시도로 배정하고 '아니면 나가든가'식으로 밀어부친 건들이 뉴스가 되기도 하였다.  주로 켄징턴 같은 부자동네들에서 일어난 일이다.  여기에 영국 공공임대주택의 중요한 철학(?)이 있다.


영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어딜가도 있다.  가난한 동네에도 있고, 부자 동네에도 있다.  그 수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뿐 애초 '섞이도록' 구상된 것이다.  나는 그 철학이 참 옳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드문 것도 같다.  부자 동네 혹은 교통이 좋은 동네에 저렴한 비용으로, 그나마도 정부에 의해서 지불되지만, 사는 게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헉헉대며 한달 월세, 생활비를 감당해 내는 친구들은 그런 말들을 한다.  사람들의 그런 마음이 먼저였는지, 구(청)들의 미디어플레이가 먼저였는지 '공평하지 않다'라고 카운슬 플랏이 몰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공공임대주택 정책도 자기의 책임을 슬며시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섞이도록 구상된 공공임대주택에 관해서 지비는 좀 다른 의견을 말했다.  잘 사는 동네에 섬처럼 살고 있는 주민, 특히 아이들은 상대적 빈곤을 더 크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잘 사는 옆동네는 2주간의 방학을 맞아 절간 같다.  북적대던 하이스트릿 마져도 한산하다.  다들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런데 카운슬의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집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그런 중에 우리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 지비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


우리 차 사고가 카운슬의 아이들이 한 짓일 꺼라고 내 입으로 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 순간 종잇장처럼 얇은 '이성'이 작동한 것일 뿐이다.  누가 그런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누가 그랬던지, 다들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꼭 그 사람들/아이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처벌'하기 위해서.  무슨 당연한 말을 하고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일을 저지른 아이들이 이번에 처벌받지 않으면 문제라고 혹은 범죄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일들이 쉬워지고, 다른 범죄들이 쉬워지기 전에 할 수만 있다면 '한 번쯤' 바로 잡아주고 싶다.  특히, 아이들이라면 더욱.


+


그리고 꼭 보상도 받고 싶다.  당장 깨진 유리는 보험으로 처리됐지만 지붕을 수리하려면 몇 천 파운드가 든단다.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