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food] 사과 파이 데니쉬 Apple pie danish

토닥s 2015. 3. 30. 07:38

마트에 장을 보러가면 마트에서 만든 무가지/잡지를 종종 들고 온다.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누리 손에 쥐어주면 꼼짝않고 들고 있다.  그것이 마치 사명인 것처럼.  그 동안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집에 돌아와서 틈날 때 펼쳐보면 신천지가 따로 없다.  맛있고 예쁜 것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기분을 느끼라고, 그래서 구매하라고 마트에서도 돈 들여 그런 것들을 만들겠지.  


예전엔 그 잡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식들이 마치 다른 세상의 음식처럼, 그 조리법들이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읽어내기도 난해했고, 재료들도 낯설었는데 이젠 그-으-렇게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음식재료들이 조금은 익숙해지기도 했고, 조리법들도 대충은 가늠이 된다.  여기 음식들은 재료가 낯설어서 그렇지 대부분이 양념(?)이 되는 스파이스와 오일을 버무려 오븐에 넣고 익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아님 볶거나.


얼마 전에 가져온 잡지에 '아 이건 해볼만하다'하는 게 있어서 만들어봤다.  사과 파이 데니쉬 apple pie danish.  우리식으론 계피 넣은 사과 패스트리쯤.


사과 파이 데니쉬


파이지라고 불리는 퍼프 패스트리 puff pastry는 샀다.  몇 번 말했던 것처럼 세상 별로 어렵게 살지 않는다.  원래 조리법엔 demerara sugar라는 입자가 큰 설탕을 썼는데 집에는 입자가 고운 설탕만 있어 그걸 썼다.  대신 마지막 데니쉬 위에 덧으로 뿌려주는 설탕은 어느 까페에선가 사용하지 않고 온 굵은 입자의 설탕이 있서 그걸 사용했다.  얼떨결에 묻어온 설탕이었는데 요긴했다.  앞으로 종종 하나씩 챙겨와야겠다.(^ ^ );;


재료: 퍼프 패스트리 350g, 사과 2개, 버터 30g, 계피가루 1/2ts, 설탕 3Tbs, 달걀 조금


녹인 버터에 잘게 자른 사과, 설탕, 계피 가루를 넣고 속재료를 준비한다.  가로 세로 10cm 내외로 자른 퍼프 패스트리 가운데 속재료를 넣고, 네 모서리를 풀어놓은 달걀을 이용해 붙여준다. 대니쉬 표면에 푼 달걀을 발라주고 냉장고에서 15분 정도 온도를 낮춘다.  냉장고에서 꺼내 설탕을 덧으로 뿌려준 다음 팬오븐 180도에서 20-25분쯤 구워준다.



따듯하고 바삭할 때 먹으면서 지비와 둘이서 감탄했다.  달지 않고 신선한 사과맛이 연한 계피향과 잘 어우러졌다.  누군가는 퍼프 패스트리를 만들지 않았으므로 베이킹의 반열에 올릴 수 없다고 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선 만들어진 재료/반죽을 구하기가 너무 쉽다.  그러니 나 같은 초보는 반죽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사는 게 편하다.



사과의 흔적을 설탕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사과 파이가 아니라 정말 사과가 든 파이다.


막 구워서 먹을 땐 무척 바삭바삭했다.  그래서 6개를 구워 둘이서 두 개씩 4개나 먹어버렸다.  늦은 밤이었는데.  다음날 남은 2개를 먹어보니, 보통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을 수 있는 파이/패스트리 같이 바삭함이 없었다.  '신선한 대니쉬'의 맛을 보아버려서 앞으로 종종 만들어 먹게 될 것 같다.



이 사과 파이 데니쉬의 조리법이 소개된 페이지는 사실 다른 조리법들처럼 잡지를 만든 곳에서 준비한 내용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자사의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좋을 것으로 소개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광고 페이지에 들어있던 조리법인 셈이다.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충분히 맛있으니 파이지/퍼프 패스트리 만들 능력만 된다면 쉽게 해 볼만하다.  나는 사과를 대신해 무엇을 넣으면 맛있을까를 요즘 늘 생각하고 있다.  복숭아도 좋을 것 같고, 라즈베리도 좋을 것 같다.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