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place] 그리니치/그린위치 Greenwich

토닥s 2015. 2. 5. 06:45

첫 배낭여행&유럽여행의 도착지는 런던이었다.  짧은 일정에도 도심에서 꽤 떨어진 그리니치를 갔었다.  시간의 시작점이라는 특별한 의미보다는 빅벤, 버킹험궁전, 대영박물관 외 아는 곳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때 그리니치 근처의 지하철/기차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면서 "이 버스 그리니치 가요?"하고 물었더니 계속 "뭐? 뭐? 뭐?"만 반복하던 버스 기사.  "그! 리! 니! 치!" 또박또박 반복하던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기어들어가기 일보 직전에 "아~ 그린위치! greenwich"라고 외치는 버스 기사.(- - );;


그래서 이 글 제목도 '그린위치'로 쓰려고 했는데, 구글 찾아보니 한글판에 '그리니치'라고 나온다.  그래서 제목은 '그리니치'로 쓴다.  사람들이 못알아먹을까봐.  하지만 본문은 그린위치라고 적어본다.


그린위치 왕립 천문대 Greenwich Royal Observatory


언니님이 안가본 곳이라서 갈 곳 목록에 올렸지만, 실제로 가려고 마음을 먹기까지는 참 힘들었다.  우리집은 서쪽인데, 그린위치 천문대는 동남쪽이라.  가는데만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차가 막혀 그렇기도 했지만.  두 번째로 갈 마음 먹기가 힘들었던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언니님이 런던에 왔을 때 무척 추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데 그린위치가 천문대다보니 산꼭대기에 있고, 언덕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이 여름에도 장난이 아닌 곳이다.  하지만 언니님을 위해서 마음을 먹었다.


역시나 도착하고보니 낮은 기온도 기온이지만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기념 사진 한 장씩만 후딱 찍고 천문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언니님이 말씀하시길, 이런 사진이 '미안합니다 사진'이라고.  언니님, 미안합니다.(_ _ );;


그린위치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천문대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린위치 천문대의 볼거리는 네 가지다.  천문대 건물, 주택 겸 박물관 건물, 자오선, 그리고 카메라(뭐시기) 건물.


천문대 건물은 설명이 필요 없고, 주택 겸 박물관 건물은 예전 관장들의 사택이다.  자오선은 시간과 경도[각주:1]의 기준이 되는 선이다.  그리고 카메라(뭐시기) 건물은 바늘구멍 카메라의 원리를 이용해서 천문대 앞 풍경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주택 겸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줄 서서 오래된 망원경을 보고 있길래 우리도 기다렸다 보았다.



보이기는 보이는데, 실제 보이는게 아니라 그 안에 든 그림이 보였다.(- - );;



박물관에 있는 그림으로 지구의 낮과 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것이 자오선.  추운 날씨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언니님을 줄서기 대표로 남겨두고 차례로 화장실을 다녀왔다.  누리도 기저귀 체인징.



그리고 다 같이 기념 사진 한 장!



이 사진이 카메라(뭐시기) 건물 안에서 보이는 천문대 앞 전경.



천문대 안은 번들렌즈 따위론 담기가 어렵고.  그래서 일찍이 포기하고 바로 언덕 아래 해양박물관으로 고고.


국립해양박물관 National Maritime Museum


언니님이 가고 싶었던 곳은 해양박물관과 해군박물관 두 곳이었는데 그린위치 가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고, 날씨도 추워서 해양박물관만 둘러보았다. 



뱃머리 장식들 -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누리에겐 지루한 전시물들을 지나 탁 트인 공간에 올라가니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물 만난 물고기마냥 누리도 한 번 뛰어주고.



그리고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돌리고'.




주말을 맞아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듯한 활동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닥에 있는 오대양육대주 그림은 그냥 빈 그림이었을뿐인데, 그 위를 제공된 아이패드로 들고 지나니 추가 정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들고 무엇인가 보이는 지점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



이건 누구였지?


동인도회사며, 아편전쟁이며 굵직한 무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었는데 언니님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누리님은 이를 허락치 않아 우리만 누리님을 데리고 윗층에 있는 어린이 전시관으로 갔다.






어린이 전시관에 누리님의 그림 한 점 남기고, 선물 가게에서 펭귄 한 마리 사서 데리고 귀가하였다.



시간과 경도의 기준점이 있는 그린위치, 가 볼만한 곳이지만 우리집에서 거리가 너무너무 먼 게 흠.  추웠던 날씨는 겨울라 필연이기에 흠이랄 수는 없다.  언덕을 타고 오르는 바람조차도 언덕이 거기에 있으니 필연인 셈이다.  햇살이 비춰주는 우연과 행운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너무너무 추웠던 나들이였다.


짧은 일정으로 다녀가는 관광객에게 권하기는 어려운 장소지만, 교육적 의미가 상당한 곳이니 가 볼만한 장소라고도 할 수 있겠다.


누리이모 뷰파인더


언니님의 카메라에 담긴 누리 사진들이다.  역시 소X는 밝고 편리하다.  사진을 찍으면 인물만 따로 잘라 보여주기도 한다.




이동 중.




점심을 먹이기 위해 비장의 카드 - 유아채널을 휴대전화로 보여주었다.





밥이 들어가는지, 주변이 시끄러운지도 모르고 완전 초집중.  요즘 이게 참 고민이다.  연말에 친구들과 만날 일들이 좀 있어 그 때마다 휴대전화로 유아채널을 보여주었더니 까페만 가면 보여달란다.  그래서 - 우리끼리는 더 이상 까페를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은 집에서 뒹굴뒹굴 - 이것도 문제다.

  1. 예전엔 이 자오선이 경도의 기준이었지만, 현재는 천문대 안 자오선에서 100미터 정도 옮겨진 곳이 경도의 기준이라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