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etc.] 순한 마음

토닥s 2014. 12. 2. 08:05

대학을 다닐 때 후배(혹은 친구) 몇은 참 4가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 학교를 벗어나고 보니 그 아이들도 참-양반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나마 내가 하던 일, 그리고 그곳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은 준-양반이었다는 생각을 일을 떠나 '보통 사람'으로 살면서 다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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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사람과의 관계가 참 쓰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이번 주말에 다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처지가 되니 사람과의 관계가 참 가뭄에 나는 콩 같다.  그런데 그런 관계들 조차도 늘 씁쓸함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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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여 장을 카드를 보내고, 사실 카드 가격보다 보내는 비용이 몇 배는 더 비싸다, 우리는 2~3장의 카드를 받았다.  사람들이 카드를 받고 반가워하는지, 기뻐하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카드를 꾸역꾸역 보내는 게 일종의 고문 아닌가 싶어 올해는 안보내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문자로 "메리크리스마스", 페이스북에 "메리크리스마스", 블로그에 "메리크리스마스", 카카오톡으로 "메리크리스마스"하고 말아야지 하고. 

12월 1일이 되고 '갑자기' 그리고 '진짜' 겨울 같아졌다.  꽃집마다, 상점마다 팔려고 내놓은 트리를 보고 마음이 날씨와 반대로 눈 녹듯 녹았다.  멀리 산다고 고마운 사람들 챙기지도 못하고 살면서 이런 것도 안하면 안될 것 같다.  오후에 산책 나간 김에 옥스팜에 들러 카드를 샀다.  처음엔 가족들에게만 보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카드 진열대 앞에 서니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다.



카드를 쓰려고 펼쳐보니 마음이 순해진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