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life] 또 비행기를 놓쳤다.

토닥s 2014. 8. 30. 07:14

결혼 15주년 기념 여행을 오는 S & S 선배들의 스위스 여행에 며칠 끼기로 하였다.  사실은, 하룻밤 밥+술이나 먹자고 스위스까지 날아가기로 했다.  눈치 볼 것 없이 휴가를 쓸 수 있는 지비와 달리, 선배들의 휴가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았고, 선배들이 원하는 날짜에 항공편을 찾는 것도, 또 그 날에 우리가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요래조래 맞춰서 겨우 스위스 바젤에서 만나 하룻밤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나마도 바젤로 바로가는 건 비싸서, 또 바젤을 이틀씩이나 볼 게 없을 것도 같아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그로 하루 먼저 가서 구경한 다음 하룻밤 자고, 스위스 바젤로 기차를 타고 가서 선배들을 만나 하룻밤 보내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게 올해 내 생일 선물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로 가는 날 또 비행기를 놓쳤다.



지난 3월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쳤다.  그래서 이번엔 2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출발이 14시 25분이라서 주차장 예약을 12시부터 한터라 겨우 12시 1분에 맞춰 도착했다.  그 보다 빨리 갈 수도 있었다.  맡길 짐이 없었던 우리는 바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면세구역을 지나 탑승게이트가 안내되는 모니터 앞 별다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을 먹으며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다 모니터에 탑승게이트가 표시되자 말자 짐을 챙겼다.  탑승게이트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누리 기저귀를 갈고, 우리도 번갈아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탑승게이트에 도착했다.  게이트를 닫았다며 우리에게 탑승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시간이 14시.  탑승권엔 게이트를 닫는 시간이 13시 55분이라고 나와있었지만 저가 항공을 타는 사람은 그 누구도 그 게이트 클로징 시간과, 비행기 출발 시간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우리 눈 앞에 비행기가 있었고, 직원들도 다 있었지만 탑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비행기를 눈 앞에서 놓쳤다.


그 비행기를 놓친 건 우리만 그런게 아니었다.  우리 앞뒤로도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탑승을 거부 당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탑승구역을 나와 공항밖으로 안내되었다.  화가 난 것인지, 어이가 없었는지 눈물도 나지 않았다.  지비 말로는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 항공사의 안내데스크로 가서 다음 항공편을 물어봤더니, 부질 없는 짓이란 걸 알았다, 목요일까지 없단다.  그럼 스트라스부르그 포기하고 바로 바젤로 가서 선배들을 기다리려고 바젤로 가는 걸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한 시간 뒤 출발이라서 팔지도 않는다.  이 말도 안되는 항공사에 말을 섞고 있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라 그냥 안내데스크를 떠났다. 


사실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스트라스부르그로 가는 법, 바젤로 가는 법 지비가 모두 검색한 상태였다.  공항에서 다른 항공사에도 문의를 해보니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감당할 수 있는 항공권은 다음날 아침 바젤로 가는 것이 전부라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또 문제가 생겼다.  바젤로 가는 비행기는 런던 게트윅 공항에서 출발하고, 우리가 미리 사둔 바젤-런던 비행기는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도착해서 3일 동안 주차하기로 하고 맡겨둔 차를 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게 됐다.  결국 그날은 버스-지하철로 집으로 돌아오고, 다음 날 아침(새벽이 맞다)은 택시를 타고 런던 게트윅 공항으로 가서, 그 다음날 돌아올 땐 우리 차를 찾아 타고오기로 했다.


다음 날, 5시 15분에 예약한 택시를 타기 위해 4시 50분에 일어났다.  밤새 쫓기는 꿈에 식을 땀을 흘리며 깼다.  6시간을 자는 동안 네 번은 깼다.  그날은 누리 기저귀를 일찍이 갈고, 우리도 화장실 일찍이 다녀와 모니터에 탑승게이트가 뜨는 걸 보자말자 탑승게이트로 가서 비행기를 탔다.  마침내 바젤로 가는 비행기에 앉고서야 안도했다.


그날 비행기 출발 시간은 8시 10분이었다.  이 항공사 역시 30분전에 탑승게이트를 닫는다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탑승게이트 안내가 뜬 시간은 7시 35분이었고, 비교적 먼저 탑승한 우리가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니 8시 13분이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한 시간은 8시 40분.  전날 우리를 탑승거부한 항공사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는 항공사지만, 저가항공사의 실정은 대부분 이렇다.  이렇게 시간을 확인 하면서 탑승을 하니 전날 우리를 탑승거부한 항공사에게 더 화가 났다.



하지만 바젤에 가서는 좋았다.  몸은 정말 피곤했지만, 날씨도 좋았고, 선배들과 함께 한 시간도 좋았다.  바젤은 다른 스위스의 도시들이 그러하듯 작은 도시라서, 스위스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주요 지점을 돌아보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여행자들이라서 의욕적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보다 그 도시의 아이콘 같은 곳만 둘러보고 커피 마시고, 이야기 나누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더군다가 '누리'가 있는 우리는 그 이상이 어렵다.


바젤에서의 둘쨋날, 돌아오는 날 오전에 시립미술관을 대충 둘러보고 커피 한잔 하고.  튕겔리 전시관 둘러보고 밥 먹고 호텔에서 맡겨놓은 짐을 찾아 역으로 함께 가서 선배들은 인터라켄으로 기차를 타고 갔고, 우리들은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그렇게 우리들의 스펙타클했던 여행이 좋게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바젤 공항에 도착해서도 곧바로 우리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바젤 공항은 런던 스탠스테드와 달리 바로 탑승게이트를 알려줘서 그 앞에 도착한 시간은 15시 반쯤이었을까.  비행기 출발시간은 17시 20분이었다.  그런데 오후 4시쯤 런던에서 바젤로 와 승객을 내려놓고 우리를 태워가야할  비행기가 기술상의 문제로 런던으로 회항했다는 안내가 나왔다.  이후 30분 단위로 탑승예정시간을 알 수 없다는 안내가 나왔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런던에서 비행기가 와서 승객들을 내려놓고 우리를 태워왔다.  4시간 연착이었다.


4시간 연착 그 자체가 문제지만, 우리처럼 아이를 데리고 있는 승객들에게 그 4시간은 4시간 이상을 의미했다.  나 조차도 집에 가서 누리 저녁을 먹일 생각에 여분의 음식이라곤 우유 하나와 씨리얼 하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먹일 간식으로 포도와 아기과자 조금.  기저귀도 2개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가 승객들과 대기하고 있던 탑승동은 입출국 심사대 뒤라 면세점도 없고, 가게라곤 커피나 샌드위치 정도를 파는 작은 키오스크가 전부였다.  2시간쯤 기다렸을 때 연착된 비행기 탑승권을 키오스크에 보여주면 '스낵snack'을 준다는 안내가 나왔다.  승객들의 긴 줄이 줄어들었을 때 어떤 스낵을 주는지 물어봤더니 물 또는 (소프트) 드링크를 준단다.  그러니까 물 또는 콜라, 사이다.  이 인색하기 이를데 없는 항공사에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사람들 저녁 먹을 시간에 4시간씩 연착하면서 물 또는 드링크라니.  혹시 오렌지 쥬스는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한참을 고민하다 OK, 그래서 우린 물 한 병과 오렌지 쥬스 두 개를 받았다.


다행히(?) 오는 비행기안에선 누리가 계속 잠들어 무겁긴해도(?) 편하게 왔다.  지비에게 물었다.  페이스북에 이 항공사, 우리를 탑승거부하고 4시간이나 연착한,를 폭파하고 싶다고 써도 되는지.  지비가 안쓰는게 좋겠다고 했다.  이 망할 X의 항공사는 유럽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이 항공사를 '절대로 타지 않겠다'고 말할 수가 없다.  지비의 고향을 취항하는 유일한 항공사니.  하지만 지비마저도 웬만하면 이젠 이 항공사와 공항,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우리집에선 가장 먼 공항이며 라이언에어가 주로 이용하는 공항이다.


+


돌아와서 지비는 틈틈히 이 항공사에 어떻게 클레임할 수 있는지 찾아봤으나 이렇게 당해도 우리가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 S에게 이틀 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이 항공사를 폭파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도 벌써 그 생각하고 있었단다.


+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오고가는 비행은 정말 그지(거지)같았지만 바젤에서 보낸 시간은 참 좋았다.  선배들이 먹여줘, 재워줘, 놀아줘, 누리까지 돌봐줘.  좋았다.  좋은데, 좋다가도 문득문득 말로 할 수 없는 슬픔이 부풀어오르는 그런 시간이었다.





S& S선배들 - 우리학과 과커플 부부 1호다. 

결혼 15주년 축하해요.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