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etc.] 사부님네 BBQ

토닥s 2014. 8. 19. 05:52

지비가 하는 아이키도 - 사부님이 여름을 맞아 집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그룹이라, 열 명 내외가 함께 운동한다, 격이 없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라도 멀지도 않아서 그런 파티가 일년에 한 번은 열리는 모양이다(가서 들어보니).  대단한 의미라기보다 여름 휴가철 영국인 가정엔 종종 있는 일이다, 가든이 있다면.  우리도 바베큐는 좋아하지만 가든이 없어서 늘 바베큐를 그리워하며 지내다 이 소식에 '이 때다!'했다. 


그런데 약속되었던 지난 주말은 비가 와서 바베큐가 한 주 연기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고 싶어하던 다른 일정과 겹치게 되어 난감했지만, 지비가 꼭 가고 싶어하던 자리여서 이 번은 지비에게 양보했다.  그런 사정으로 갈 때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가서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다.  지비는 모르겠고, 누리와 나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리는 트램폴린 - 일명 퐁퐁 - 에 빠져서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덕분에 나는 정말 많이 먹었다.





처음에 들어가라고 할 땐 삐죽삐죽 빼더니 한 번 들어가고선 나오지를 않는다.  밥 먹으라고 꺼내놨더니 다시 자기 가방 매고 혼자 들어가는 누리.




집에 오는 길에 보니 얼굴이 이리저리 쓸렸다.  트램폴린에서 넘어지면서 생긴 것 같았다.  다음날 보니 희미한 멍과 상처로 남았다.




아주 좋아서 날뛰지만 또 실상을 보면 두 발이 트램폴린 바닥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다.  소심한 건 엄마를 닮았는지.





사부님이 창고에서 꺼내놓은 비누방울로 누리를 겨우 트램폴린에서 꺼냈다.



사부님이 함께 꺼내준 다른 장난감들을 하나 둘 옮겨 줄세우는 누리.


어딜가나 누리 때문에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데, 누리를 지비에게 맡겨놓고 정말 많이 먹고 마셨다(?).  마침 프랑스에서 온 손님이 샴페인을 들고 오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바베큐 음식 사진은 하나도 없네.  정말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나보다.  음식도 너무 맛있었다.


+


그 날 집에 돌아오면서 지비와 나의 화제는 그 집 아이들이었다.  지비가 요즘 가는 목요일 수업 바로 앞에 아이들 아이키도 수업이 있어 지비는 벌써 그 집 아이들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10살 7살 딸 아들이었는데 나는 영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그렇게 잘 행동하는(?) 아이들을 본적이 없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한 손님이었는데, 도착해서 가든 테이블에 앉으니 와서 "음료를 먹겠느냐" 물어서 날 놀라게 만들었다.  "아니 괜찮다"고 하니 "그럼 물이라도?" 물서도 괜찮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랬더니 음료가 있는 아이스박스를 가르키며 필요하면 먹으란다.  10살짜리가.

그 뒤에도 고기를 굽기 시작할 때도 와서 먹으라고 권하고, 사람들이 디저트를 먹기 시작할 때도 와서 먹으라고 권하는거다.  내가 과일 디저트를 가져와 누리와 먹고 있었는데, 누리가 딸기에 환장(?)하니까 "더 가져다줄까?"하고 묻는 것이다.


부모가 시켜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몸에 베인 것 같았다.  지비의 결론은 그거다.  다른 운동도 아니고 아이키도 같은 운동을 20년 이상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자라 다시 아이키도를 해서 그렇다는.  보통 때도 지비가 운동을 가면 꼭 먼저 인사하고, 음료를 권한단다.  그럼 누리도 5살 되면 아이키도 시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