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food] 주간 밥상

토닥s 2014. 8. 20. 05:32

사실 내가 요리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요리하는 방법을 구구절절 올릴 것도 아니면서 음식 사진 올리는 게 좀 부담스럽기는 하였다.  G선배가 한 번은 못먹어본 사람들이 음식 사진 올리며 빈티 낸다는 비슷한 뉘앙스의 말씀을 하셨는데(그럼에도 G선배는 올릴꺼라면서 메롱 하신), 난 그런 건 아니다.  그보단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  


구경다니는 블로그 중에 진짜 요리가 직업이신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도 구구절절 올리지 않더라면서 나도 '주간 밥상'으로 대체하기로 하였다.  한마디로 '몰아서'.  물론 블로그가 직업이면서 요리 과정을 상세히 올리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분들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연명하고 산다.  이 자릴 빌어서 고마움의 인사를 - 꾸벅!


돼지갈비양념 스테이크


이름이 요상한 이유는 돼지갈비양념을 사용하긴 하였으나 돼지갈비는 아니라서.  숄더 스테이크라는 부위를 사용하였다.  아, 물론 돼지갈비 양념은 샀지!


숄더 스테이크라는 부위가 있다.  한국에선 어깨살(?)이라고 하나?  하여간 이 고기가 이름은 스테이크지만 몇 번 먹어보니 스테이크론 어울리지 않게 두껍다.  그래서 슬로우쿡, 오래 조리하는 음식에 어울리는 부위인데.  한 시간쯤 오븐에 넣어도 익기는 하지만, 그렇게 부드럽지는 않다.  그런데 로스팅 백에 가루양념을 넣어 조리하는 것이 있는데, 그렇게 로스팅 백에 넣어 조리하면 슬로우쿡으로 익힌 것 마냥 고기가 부드러운데 착안하여 로스팅 백만 따로 구입하고, 거기에 한국 마트에서 구입한 돼지갈비 양념을 넣어 한 시간쯤 오븐에서 구워봤다.  부드러운 갈비맛!


로스팅 백은 투명한 비닐봉투인데 느낌은 셀로판지 같다.  온도에 견디는 정도가 강해 오븐에 넣어 조리할 수 있다.  입구를 묶어주는 끈이 있는데, 이렇게 입구를 묶어 조리를 하면(입구를 약간은 풀어주어야 터지지 않는다) 오븐 안에서 빵빵하게 부풀어오른다. 그러면 오븐 안에서 압력솥에 익히는 느낌으로 조리가 되고, 수분이 날아가는 정도도 적어 고기가 딱딱하게 익는게 아니라 부드럽고 촉촉하게 익는다.  요즘 오븐에서 익히는 고기는 모두 이 로스팅 백에 넣어 익힌다.  새로운 favorite 아이템!


그래서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 번 꼴로 이 돼지갈비양념 스테이크를 먹는다.



토마토 스프


누리에게 새롭게 먹여볼 음식을 연구(?)하는 단계에서 처음 만들어본 토마토 스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평일에는 못하고, 토요일 아침 누리 아침 먹이고 지비 늦잠 자도록 내버려둔 후 만들어봤다.


인터넷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대략 감자, 양파 등을 잘라 볶고, 토마토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육수와 크림/우유/치즈를 넣는 정도.  만들 때 주의할 점은 토마토의 씨가 신맛을 주기 때문에 씨를 넣으면 안된다는데, 그걸 어찌 따로 뺄 수가 없어서(나는 껍질이 벗겨진 플럼 토마토 캔을 이용했다) 그냥 넣었더니 정말 새~콤한 토마토 스프가 되었다.




예전에 폴란드에 갔을 때 토마토 스프에 짧은 파스타나 밥을 말아 먹던게 생각나 남아있던 찬밥도 한 숟가락 밑에 깔았다.



치즈 넣는 걸 잊어먹어서 다시 파마산 좀 뿌려주고.


하지만 맛은 뭐랄까?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그냥 떠먹는 기분?

괜찮으면 누리의 식단에 추가할까 하였으나 시도도 않는다.  다시 연구를 한 다음 도전해봐야겠다.  조금, 한참 뒤에.  아이~셔!


바질 페스토 파스타


웬만한 국적의 요리는 요즘 한국에선 다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특히 이탈리안.  이제 사람들은 파스타를 먹으면서 토마토 소스, 크림 소스 그런 건 요리 축에 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겐 여전히 어려운.  예전엔 이래도 해보고, 저래도 해봤는데 요즘은 그냥 만들어진 소스를 사먹는다.  대신 이 브랜드, 저 브랜드 먹어보니 괜찮은 브랜드가 찾아져 그것만 먹는다.  그 브랜드에서도 누리가 좋아하는 카르보나라.  그것만 먹으니 지루해져, 누리는 여전히 좋아하지만, 시도해본 바질 페스토 파스타.  스파게티 면 자체가 오랜만이다.  누리가 먹기 쉬운 펜네 면만 늘 먹다보니.


바질 페스토를 한국에서 직접 만드는 분도 계셔서 깜짝 놀람.  만들수도 있지만 생 바질은 비싸니까 나는 그냥 사다가 먹는 걸로.


사실 나는 바질 페스토를 잘 몰랐다.  우리가 사먹는 이지쿡 음식(오븐에 넣기만 하면 조리가 되는 음식) 중에 바질 페스토 연어가 있다.  이걸 보면 연어를 가운데 잘라 그 안에 바질 페스토만 넣은 것인데 맛이 좋아서 손님이 오면 자주 준비하는 메뉴 중 하나다.  그걸 사먹으면서 내가 연어사고, 바질 페스토 사서 만들어 먹으면 안될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러다 맛없으면 어쩌나 하면서 늘 중간에서 포기했다.  그래서 잘 사지지 않았던 바질 페스토를 큰 맘 먹고 샀다.


바질 페스토는 바질(이라는 허브)에 잣, 올리브오일, 치즈 등을 넣고 만든 페이스트.  겉보기는 시금치 으깨어 놓은 것 같다.  여기서는 샐러드 드레싱에도 쓰고, 생선 조리에도 쓰고, 파스타 양념(?)으로도 쓰인다.



수많은 바질 페스토 파스타 조리법을 살펴보던 중 어떤 블로그에서 이 음식의 기원 때문에 감자와 줄콩이 들어가아 한다고(그런데 그 블로그 다시 못찾겠다).  그런가 하면 또 많은 바질 페스토 파스타 조리법은 새우와 함께 조리하길래 감자, 새우를 함께 넣고 만들었다.  그런데 줄콩은 없어서 생략.  한 마디로 냉장고의 남은 채소들을 다 쓸어담았다는 말이지.


그런데 의외의 맛.  지비가 맛있다 하고(심지어 다음날 점심으로 싸가서 먹고는 맛있다며 감사의 전화를 할 정도), 누리도 잘 먹는다.  의외로 만들기도 편하고, 카르보나라보다 무겁지도 않아서 좋다.  누리 식단에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