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taste] 생축 기념

토닥s 2014. 8. 14. 07:15

지난 주에 생일이 있었다.  지비는 일주일쯤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지난 봄 3시간 거리 웨일즈에 다녀오고 누리가 장거리 여행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는 1시간 이상 이동해야하는 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는 없는 계획으로.  대신 이달 말 가까운 곳으로 짧은 여정을 잡아놔서 생일은 집에서 차분하게 보냈다.  친구들을 불러 밥이라도 먹을까 생각하였다가 내 생일에 내가 음식하기 싫고, 나가서 먹는 저녁은 누리가 견디기 힘들 것 같아 그냥 두었다.  대신 생일 전날, 당일 이틀 지비가 휴가를 내었기 때문에 편하게 쉬었다.


니키의 빵집 Nikki's Bakery


생일 전날 오전엔 누리, 지비 그리고 나 함께 수영장을 갔다.  누리에게 수영을 계속 시키고 싶은데, 누리는 싫어하고.  나는 그 원인이 선생에게도 없지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습 받는 곳을 바꾸어볼까 하고 다른 수영장을 가봤다.  이 수영장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구청 소속이고 전문회사가 위탁운영하는 시스템.  이런 곳들의 유아 수영은 3세부터가 대부분인데 그날 갔던 곳은 4세 미만으로 수업이 진행되서 누리도 갈 수 있고, 이 수업을 신청하면 수업 이외에도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이곳으로 옮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일반 레인만 있는 일반 수영장과는 다르게 레져풀이 있어서 누리 같은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자세한 건 다음에.  한 시간 정도 물에서 놀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얼마전에 인근 하이스트릿에 문을 연 니키의 빵집.


자리가 좋아서 그런지 문을 연 직후부터 손님이 박작박작한 곳이었다.  그런데 영국 사는 사람들은 다들 해바라기형이라 길가쪽 테이블만 비좁고, 안쪽 자리는 텅 비어 있어 넓직한 쇼파를 우리가 차지했다.






베이커리라고 이름 붙여서 빵이 많나보다 했는데, 샐러드를 곁들인 샌드위치나 키쉬 같은 식사류 빵이 더 많았다.  하긴 그것도 빵은 빵이지.  그리고 디저트류의 달달한 빵들의 절반은 글루텐프리[각주:1].  이것이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우리도 글루텐프리 케이크 한 조각 - 근데 맛이 없었다.  뭐랄까.. 서걱거리는 식감만 있고, 빵이 주는 부드러움과 탄성이 없었다.

다행히 커피는 맛있었지만 너무 강해서 새벽 한 두시가 되도 잠들지 못했다.  12시가 되기 전에 골아떨어지는 육아기에 있는 나인데.






한쪽 구석에 아이들 장난감도 있고, 기저귀 교환시설도 있어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겠다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쪽에 우리 포함 4 테이블이 영유아 동반 손님.



빵이 그저그래서 다시 갈가말까 고민스럽지만, 커피만 마신다면 괜찮은 곳인 것 같다.  특히 누리와 함께 할 때.



리얼 그릭 Real Greek


얼마 전에 한국에 있는 블로그의 글을 보고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리스 식당.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여행객들의 리뷰를 보고 런던의 장소나 식당을 찾아가보는 일.

이 식당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옥소타워, 코벤트 가든 같은 너무 관광지에만 매장이 있어 더 발길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가보자고 마음을 먹고 옥소타워에 있는 매장에 가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생일을 기념하여.  그런데 그날 아침 지비가 생각치 않았던 인터뷰가 잡혀 오전을 그냥 보내버렸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쇼핑센터에 있는 매장으로 고고.






아이들 메뉴판이 따로 있었는데, 그 메뉴를 뒤집으면 저런 놀이판이 나온다.  누리에게는 소용없는 것들이었지만 세심함에 놀랐다, 물론 우리도 준비해간 색연필이 있었지만.  누리가 착석하자 말자 직원이 색연필이 담겨 있는 저 통을 가져다 주었다. 



이 식당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저 층층이 쌓인 메즈 meze 때문이었다.  메즈는 작은 접시음식들이라고.  그런데 이 식당에서는 저렇게 세트로 전체, 메인을 올린 것이다.  점심 할인 메뉴도 있고.  평일 점심 할인 메뉴는 8.95파운드로 저 메즈와 그릴 플레이트가 있는데 음료와 세금 포함하면 1일당 기본 식사에 15파운드 정도 잡으면 된다.




전체로 나온 빵.  왜 내가 탑 안쌓았냐고 물어보니 곧 나온단다.

그리스 식당에서 꼭 먹어야 할 소스/딥 허무스hummus와 차지키tzatziki.  허무스는 콩을 갈아 만든 소스고, 차지키는 오이와 소금을 넣은 요거트 소스다.  이 차지키는 아랍 문화권에서도 먹던데.. 신기.



누리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들의 안전한(?) 식사를 보장하기 위해 누리 밥으론 누리가 가장 좋아하는 우동을 싸갔다.  덕분에 우리는 식사를 정말로 오랜만에 즐길 수 있었다.




이 식당의 메즈에 그릴에 구운 오징어를 추가 했다.  냉동오징어가 아닌 생오징어라 정말 맛있었다.  술 안주로 어울릴 것 같았던 오징어.  하지만 우린 물만 마셨다.



지비가 주문한 그릴 플래이트.






미트볼이 나온 그릇은 뜨거운데, 한국식으론 뚝배기, 미트볼이 덜 익은듯 하여 처음엔 살짝 놀랐으나 먹어보니 맛이 있었다.  바싹 익어 건조한 것보다 나은 것 같다.


하여간 여긴 거리도 가깝고, 그 쇼핑센터 식당 골목(?)의 다른 식당들에 비해서 복잡하지도 않아서 또 가게 될 것 같다.  


샤또 디저트 Chateau Dessert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다 거기가 어딘데, 어딘데 그런다.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옆 동네(우린 부자동네 옆 동네 산다, 그러니까 부자동네)에 콜린 퍼스Colin Firth가 산다.  물론 그가 가진 집들 중에 하나가 그 동네 있는 것이겠지만.  그 콜린 퍼스의 부인이 하이스트릿에서 에너지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  그래서 자기들 집에도 태양열집열판을 올리려고 했으나, 구청에서 동네 미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가쉽성 기사를 보면서 우리도 알게 된 일이다.  그러데 그 하이스트릿엔 에너지컨설팅 회사가 딱 하나 있었다, 우리가 아는 한.  외벽을 식물로 장식하고, 창으로 보이는 내부도 그러했으며 유리엔 커다랗게 eco라고 쓰여진 건물이었다.  그 건물을 지날 때마다 눈여겨 봤는데, 어느 날 문이 닫혔다.  '아니 우리 퍼스님이 이 동네를 뜨셨나?'하고 아쉬워했는데 그 자리에 약간 부티나는 까페가 들어셨다.  거기가 바로 샤또 디저트.


다른 집들이 박작박작해도 그 집은 늘 한산해서 맛이 없거나, 엄청 비싸거나 둘 중에 하나일꺼라고 생각했다.  맛은 먹어봐야 알 일이고, 가격이 비싸다면 생일날 이런데 안가보면 언제 가겠냐며 생일을 날로 잡았다.




사진은 별로 부티나지 않는구먼.




1층엔 디저트 진열대와 계산대만 있고, 2층에 자리가 있었는데 손님이 우리만 있었다.  아, 가게 밖 자리엔 손님이 한 테이블 있었다.



저 거꾸로 화분 탐난다.  큐가든 매장에도 팔고 있던데 공간이 좁은 곳에 좋겠다.  하지만 윗부분 와이어/줄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긴 하다.




생일날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일년에 한 번이니까.. 하면서.






음.. 아쉽게도 이 집은 다시 가질 것 같지는 않다.  커피는 먹을만 했지만, 디저트가 그렇게 실용적이지 못하다.  양이 작단 말이다.  그리고 불친절한 직원들까지. 


하지만 그런 이유로 손님이 적은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디저트 고르는 잠시 동안 두 명의 손님이 뛰어들어와서 디저트를 포장해갔으니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이 집에 손님이 적은 이유가 추측은 된다.  하이스트릿의 북쪽 까페엔 늘 손님이 많다.  북쪽에 위치한 까페는 남향이라 해바라기형 영국 손님들이 늘 많다.  그런데 하이스트릿 남쪽엔 해와는 상관없는 펍형 식당들이 많다.  그런 식당들 옆에 이 까페가 있으니 잘 안되는게 아닌가 싶다, 일조량이 적으니.  파리 상제리제가 그렇다고 들어서 추측해본 것일뿐 진실을 모른다.


근데 이름이 왜 샤또 디저트인지는 모르겠다. 샤또 드 디저트 chateau de dessert도 아니고.  지비는 영국식 불어란다.



하여간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휴식형 생일을 보냈다고 뒤늦게 적어본다.

  1. 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대체 식품(대부분의 경우 쌀)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다. 이런 음식들을 통틀어 글루텐프리 gluten free 제품이라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