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기(2012). 〈이주, 그 먼 길〉. 후마니타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 '나쁘다'도 아니고 '못됐다'. '나쁘다'에는 다 담아지지 않는 그런 감정이 한국과 한국사회에 들도록 만드는 책이다. 참 못됐다.
시인이며 인권 운동가로 살아온 글쓴이가 이주인권센터와 이주민과 관련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해서 쓴 글이다. 1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다, 거의 대부분 강제 귀환된, 간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가 쓴 글이다. 2부는 이주인권센터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국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담고 있다. 3부는 이주민의 현실로 확장된 느낌이다. 그런데 그 확장된 이주민의 삶이 그리 밝지 않다. 겨우 부록으로 정착하려, 그리고 비교적 잘 정착한듯한 이주민의 인터뷰가 실렸다.
어딘가 기고한 글처럼 보인다. 이런 글을 찾아 묶어 내는 것이 출판사 후마니타스의 전문인 것 같은데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다. 물론 이 느낌은 책의 내용과는 별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듯한 이주노동자/이주민 활동가들도 보인다. 그들보다 더 많은 이주노동자/이주민이 있지만 그들의 케이스가 또 실린 건 사람들에 앞에 나설 수 없는 다수 이주민들의 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시인이라 글이 섬세하지만, 내용이 무거워 읽는 동안 마음 마저도 너무 무거웠다. 부끄럽기도 해서. 언제쯤이나 한국 사회에서 '이주'가 '어둠'의 요소가 아니라 '활력'의 요소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것엔 양면이 있다고 하지만, 내가 있는 런던이라는 도시는 '이주'가 커다란 '부담'임과 동시에 이 사회를 끌어가는 '저력'이다. 그걸 적절하게 조율/조절하는 게 문화의 힘인 것 같다. 아, 그래도 물론 여기도 인종차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제도적으로 그건 불법이다.
+
내가 이주민이 되기 이전에도, 지금은 '이주민'보다 육아기에 있는 '주부'라는 단어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관심을 가졌던 주제다. 이젠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 주제가 어떻게 내 삶을 관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6월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