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etc.] 김제동 영국 강연회 다녀왔어요.

토닥s 2014. 5. 16. 08:17

지난 토요일에 다녀온 김제동 영국 강연회.  일찍 지비가 누리를 맡기로 약속을 했는데, 신청해둔 누리 수영 세션이 정오로 잡히는 바람에 세션이 마치자 말자 서둘러 갔다.  강연회가 열리는 골드스미스 대학이 있는 동네는 런던의 남동, 내가 사는 곳은 서쪽.  런던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 험난했다.  평소에 있던 지하철도 주말을 맞아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지하철에서 갈아타야하는 기차마져도 다니지 않았다.  시작시간에 빠듯하게, 사실 약간 늦었다, 도착했다.


일단 빈자리에 너무 놀랐다.  '김제동'이라는 이름과 무료 공연/강연회라는 것이 더해져 골드스미스 대학 강연은 하루도 안되서 200석이 다 나갔다고 들었는데 30석쯤 빈자리가 있었다.  주최측에서 사정이 있어 못오거나 다른 공연과 중복으로 예약한 사람은 양보해달라고 몇 차례 메일을 보냈다.  무료 공연의 맹점이라고 지인들과 이야기했지만, 너무 아쉬웠다.



사실 자세한 컨셉을 모르고 갔는데, 가서보니 학생들을 위한 무료 강연이었다.  그 컨셉을 알기 전까지, 왜 내가 누리를 지비에게 남겨두고 그 자리에 갔는지 회의가 들었다.  관객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강연을 이끌어가는 방식이었는데, 영화배우와 감독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기자가 되고 싶은데 기존의 문화를 내가 깰 수 있을까 그런 '대학생 어린이'들의 질문을 듣고 있자니 회의가 들었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런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처음이 학생들을 위한 강연이었다는데서 이해하기로 했다.


'대학생 어린이'들의 질문 속에서도 김제동씨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지금 이 시기에 꼭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을 섞어나가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바램이 있다면 그 '대학생 어린이'들이 그 자리가 아니었으면 들어보지 못했을듯한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강연회를 듣고 든 생각은 지금의 대한민국은 맨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밥 먹고, 휴가 가고, 쇼핑 하면서 산다.  나도 그렇다.  그러면 점점 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잊지 않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잊지 말자.


강연에서 김제동씨가 관객들에게 부탁했다.  세월호와 세월호 사건의 가족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그는 특히 월드컵이 걱정이 된다고 한다.  환호 속에 잊혀져 갈 세월호와 세월호 사건의 가족들이.  세월호 사건이 있고 벌써 한 달.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 마음 속에 슬픔이 줄어들겠지만, 또 그래야 살겠지만, 절대로 잊지 말자.  나는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