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book] 서른세 개의 희망을 만나다

토닥s 2014. 5. 3. 07:28


얀 홀츠아펠·팀 레만·마티 슈피커(2011). 〈서른세 개의 희망을 만나다〉. 시대의 창.


사회적 기업을 넘어 협동 조합의 바람이 분지 언젠데 다시 사회적 기업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유행과 상관없이 산 책이기도 하고, 출간 됐을 때 산 책이기도 하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을 요즘 꺼내 읽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벌써 벽장 안으로 들어가야 할 신세인가(그래선 안되는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독일의 1980년대 생 청년 셋이 세계 곳곳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가는, 만난 사회적 기업가들에 관한, 그리고 그들이 일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다.  8개월 동안 25개국 33개의 사회적 기업을 찾았다.


익히 알고 있는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부터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사회적 기업인의 이야기(베트남판 피프틴[각주:1]이다)까지 의외의 케이스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워낙 긴 여행을, 많은 만남들을 책 한권에 담다보니 다소 '요약형'이다.  그래고 친절하게 단체의 정보 또한 또 요약해서 정리해주니 관심있으면 찾아볼 수도 있겠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영어-현지어 정도는 기본이 되어야 하는게 여전한 어려움이긴 하지만.


사실 세번 째 챕터까지 읽고 그 내용이 너무 간단해서(얉다고는 못하겠다) 계속 읽을까 고민이 되었다.  '이런 여행 요약기를 읽을만큼' 여유 있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아기가 낮잠을 자는 금쪽 같은 시간이었는데, 대학생 리포트 혹은 고교생 수행평가서 만큼 짧은(깊이마저도) 여행기를 읽기에 너무 아까운 시간이었다.  차라리 낮잠이 더 생산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낮잠을 청하기 전 한 두 챕터씩 읽다보니, 자투리 시간에 읽다보니 끝까지 읽게 됐다(그래서 오래 걸렸다).


그래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지금 당장은 그 영감을 묻어둘 수 밖에 없지만.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지나간 유행이거나 밑 빠진 독 신세고, 협동조합이 새로운 바람이지만(이것도 유행이 지나가고 있나?)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사회적 기업의 형태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업들은 밑 빠진 독도 아니었고, 꽤나 알차게 현재 진행형이었다.  여행이 2006년이라 그 중에 몇 개는 유명을 달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뻔한 이야기지만 사회 안에 문제가 있고, 그 안에는 다시 사람이 있다.  그들과 함께 가는 거다.  이 뻔한 이야기가 왜 이다지도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가들, 창립자들과 인터뷰하면서 사회적 기업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이 꼭 들어있다.  공통적인 건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  여기서 '대책없는 낭만주의'타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고, 이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들과 그 창립자들은 그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는 과정에, 일에 매달리다보니,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상당수고 심지어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매달렸는데 성공하지 않을 수 있나.


책의 내용을 떠나 자신들의 여행을 독일 현지의 교육 과정과 연결하고자 한 노력이 참 좋다.  자신들이 인터뷰를 할 때 독일 고교생, 대학생들의 수업과 함께 연계하여 학생들이 화상으로나마 이 사회적 기업가들, 창립자들을 만날 수 있게, 질문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차용하면 좋을 것 같다.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그때그때 기록한 점도 좋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많은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제안서로 시작해서 보고서로 귀결되고(돈이 달려 있는 문제니),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의 성과, 부실(이것 또한 성과인 것을)가 공개, 공유되면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내가 일을 할 때도.

그리고 독일 현지 방송에도 출연하여 자신들의 여행을 공유하는 것도 좋았다.


세 청년의 관심사인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의 공통적인 본질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와 닿아 있었다.  그리고 또 많은 이슈들이 생태와 닿아 있었다(아무래도 제3세계를 주로 돌다보니).  그 두 가지는 지속가능성(어렵네, 좀 다른 표현은 없나)에서 맞닿는다.  사회적 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혹은 또 새로운 무엇이든 이 지속가능성이 이제 화두인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 - 〈착한 기업 이야기〉


(3월의 책)

  1.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프리젠터 제이미 올리버가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걸 바탕으로 세운 레스토랑이 피프틴fifteen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