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food] 새해맞이 한국 vs 일본 음식 배틀

토닥s 2014. 1. 4. 08:48

앞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일본인 친구가 잠시 우리 집에 머무르게 됐다.  골방 가득 채웠던 짐을 빼느라, 그리고 그 짐이 거실로 나와 있으니 불편하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다.  지비가 나를 알기 전부터 알던 친구다.


떡국 배틀


새해를 맞아 떡국을 먹으려고 떡국떡을 사두었다.  그래도 손님이라 함께 먹자고 일본인 친구에게 청했다.



멸치+다시다 육수에 가쯔오부시 국수장국 좀 넣고 팔팔 끓인 떡국을 나눠 먹었다.  나물이씨 책을 참고하였는데, 고명으로 올라간 고기 양념이 조금 짰다.  다른 인터넷님 말씀처럼 그냥 불고기 양념이 나은 것 같다.  하여간, 애초에 두 명 먹을 분량을 준비한터라 셋이 나눠먹기엔 약간 양이 작은듯했지만 후식으로 준비한 타르트와 함께 그럭저럭 먹었다.  일본인 친구 유카리가 너무 고마워하며 바로 일본식 떡국을 자기가 요리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새해 첫날 점심엔 한국 떡국 저녁엔 일본 떡국을 먹었다.  갑자기 그리 된 것이라 일본식 떡국 재료를 사러 나간 유카리가 고생을 했다.  1월 1일 문 연 일본슈퍼를 찾아서.  하여간 그리하여 계획했던 것보다 늦은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저녁상을 받은 우리가 완전 황송해했다.




유카리는 일본식 떡국만 준비한게 아니라 일본 나물이며, 단맛 달걀찜이며, 연어,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이 일본나물이 은근 맛이 있었다.  쑥갓+미나리맛.  이름 물어봐야겠다.  국물에 잠겨 잘 보이지 않는 일본식 떡국은 (우리식으로 설명하자면) 인절미 같은 쌀떡을 그릴에 구워내고, 가쯔오부시를 끓여낸 국물에 담궈 먹는 식.  원래 닭은 들어가지 않지만 우리가 생선 국물에 심심해 할까봐 닭안심도 국물을 낼때 함께 내고 건져내 찢어 다시 떡 위에 담았다.  나는 설렁설렁 끓였건만.

아이스크림 다음 후식으로 일본 말차(마차)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져 그건 다음 날로 미루었다.


녹차 배틀


우리는 누리와 함께 저녁을 먹느라 조금 일찍 저녁을 먹었다.  늦게 들어온 유카리가 후다닥 자기 요기를 끝내자말자 말차를 마시자고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차를 준비하는 도구가 만만찮다.  차를 휘젓는 봉과 차를 뜨는 숫가락.  심지어 차를 젓는 도구는 유카리의 친척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강한 맛이 부담이 되서 아직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말차.  사실 어떻게 마시는지도 몰랐다.  대접만한 볼에 말차를 만들고, 나는 옆에서 작은 잔을 준비했는데, 볼 하나에 나눠 마신다고 한다.  한 번 마시면 다음 사람은 볼을 조금씩 3번 돌려서 다른 자리로 마신다고.  하나의 빨대로 다 같이 마시는 아르헨티나 마떼보단 낫지만, 감기들면 마스크부터 찾아 끼는 일본 사람들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전통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지비도 볼 하나에 다 같이 나눠 마시는 건 부담이 되서 준비한 에스프레소 잔에 따라 맛보았다.  거품 때문에 밀키해서 맛있었는데, 유카리는 거품이 일면 안되는데 그렇게 됐다면서.  


생각난 김에 한국 녹차도 맛보겠냐고 하니 그러겠다고 해서 오랜만에 다기를 꺼내 마셨다.  누리 태어나고 처음 꺼내보는 다기가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줄도 몰랐고, 누리가 침대에서 떨어질뻔 하는 줄도 몰랐다.  유카리가 우리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지비보단 열살쯤, 그래서 더 나눌 이야기가 많고 재미도 있는 것 같다.


하여간 그래서 한일 음식 배틀이 우리 집에서 벌어졌던 것.  일본가면 그 일본 떡국떡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