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taste] 김치버거 - 김치컬트 Kimchi Cult

토닥s 2013. 12. 23. 03:24

페이스북에서 선배 E가 '이거..'하고 내게 퍼올려준 글.  런던에서 판다는 김치버거에 관한 글이었다.  런던의 한 시장에서 스트릿푸드로 김치버거를 판다고.  이름이 김치 컬트 Kimchi Cult였다.  페이스북에 걸어놓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캠든의 한 펍에서 점심과 저녁으로 김치버거를 판다는 건 알았지만, 가을 내내 토요일엔 누리를 수영에 데려가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11월 말 마침내 수영 세션이 끝나고 언제갈까 날만 잡고 있었는데 이래저래 밀린 일들 헤쳐내고 드디어 날을 잡았다.  바로 어제. 

그런데 마침 어제가 캠든에서 김치버거를 파는 마지막 날이었다.  어제를 끝으로 글래스고로 간다고 한다고.  그래서 더는 미룰 수가 없어 비바람 부는데도 유모차에 커버를 씌여 길을 나섰다.  다행히도 집 근처 오버그라운드 역에서 캠든까지 한 번에 가고, 또 오버그라운드는 지하철보다 쾌적해서 가기가 편했다.  하지만 역시 누리랑 가기엔 먼 길이었다.


김치 컬트에 관한 오해


페이스북에 보니 손수 김치를 만든다고 하기도 하고, 사진도 올라와 있어서 한국생활을 해본 그리고 한국인 아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래스고로 간다는 걸로 봐서 스코틀랜드 사람인가보다 했다.  김치 버거를 다 먹고 나오는 길에 궁금함을 참지 못한 지비가 물어보니 한국생활을 한 것은 맞지만 한국인 아내는 없다고 한다.  글래스고로 가는 건 아내가 스코틀랜드 사람이어서이고 자신은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한국생활을 하면서 김치를 알게 됐고, 그냥 좋은 조합일 것 같아서 시도해봤다고 한다. 


김치 버거에 관한 오해


X데리아 김치 버거를 떠올리며 버거 패티에 김치가 다른 채소들처럼 다져진 형태로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45분쯤 기다린 뒤 받아든 버거를 보고 '뜨악~'했다.  김치가 샐러드 마냥 생으로 올라가 있었다.  물론 1~2cm정도 크기로 잘라진 김치이긴 했지만, 양념을 떨궈 낸다던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김치가 생으로 있었다.  과연 이 음식을 여기에 오는 사람들이 소화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다.  사실 그래서 김치 컬트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치를 먹는다는 건 지극히도 컬트적 행위에 속한다고 생각했는지도.  연고 없는 외국인이 외국에서 김치 버거를 파는 사실도 그러하다.


한국음식에 관한 오해


한국에 가기 앞서 지비가 나에게 신신 당부를 했다.  부모님에게 절대로 누리에게 사탕, 초콜릿 같은 스위트를 주지 말고, 김치 같이 짠 음식을 주지말라고 말하라고.  지난 여름 폴란드행을 떠올리면 나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 것도 짠 것도 누리에게 좋은 건 아니라서 그러마 했다.

한국음식에 관한 오해가 뭐냐면, 한국음식은 지극히 맵거나 짜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름난 집에 가보면 맛이 있다기보다 그냥 맵고 짠 집이 많다.  한 마디로 강한 맛.  진정 한국음식의 맛은 그런게 아닌데 언젠가부터 그런 맛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나 같은 사람은 먹을 게 없다.

하여간 이곳의 한국 식당들 음식을 먹어보면 한국과 같다.  맵고 짜다.  그게 한국음식의 맛이 아닌데 안타깝기만 하다.

지비는 갈비버거 나는 김치컬트버거를 시켰는데 김치컬트버거는 일반 김치버거에 이곳 사람들이 먹는 베이컨을 넣은 버거였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짠 음식이 베이컨을 만나 얼마나 짰겠냐는.  정말 울고만 싶었다.  한국식 양념치킨윙도 시켜봤는데, 지비는 맛있다고 먹는데 나는 맵고 짜서 두 조각 겨우 먹고 말았다.  내가 양념치킨 집을 차리던가 원.(ㅜㅜ )




김치버거를 토요일만 판매했던 캠든의 블랙하트 펍.  이 펍 찾아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전형적인 펍 장식이 아니라서 펍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이다.  좀 하드한 그냥 술집이었다.



메뉴판.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았다.  그런데 퀄리티는.. 음.. 일단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주린 배를 잡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 45분은 넉넉히 기다린 것 같다) 준비해간 쌀국수 잡수시는 누리.



벽에 걸린 메뉴판.  어제를 끝으로 이 블랙하트에서도 더는 김치버거를 팔지 않는다.  그러니 이 글보고 블랙하트에 가서 김치버거 내놓으라는 관광객 없으시길.  앞에서 말했지만 좀 하드한 술집격이라 바맨도 좀 무시무시했다.



심심한 쌀국수 잡수시고 우리들의 자극적인 김치버거를 보는 순간 흥분하는 누리.  그래서 결국은 내가 버거 반을 먹는 동안 지비가 다른데로 데려가고, 교대.  지비가 버거 반을 먹는 동안 내가 다른데로 데려가고, 다시 교대.  그렇게 먹었다.  우린 둘이라 그렇게 밖에 안먹어진다.(ㅜㅜ )



한국식양념치킨윙이라는데.. 한국서 먹어본지 오래되서 그런지 그 맛이 이 맛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먹었다.  그런데 초절임 무는 확실히 이 맛이 그 맛이었다.



지비의 갈비버거.



김치컬트버거.  베이컨이 너무 짰어.(ㅜㅜ )



계속 주방만 쳐다보는 지비.



짠 건 우리가 먹었는데 물만 마셔대는 누리.


김치버거는 짰고, 파울라너 맥주는 맛있었고, 술집 분위기는 무시무시했고, 밖에 비는 추적추적 왔으나 집에서 뒹구는 것보다 나았다고 나중에 지비와 평가함.

그리고 혼자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김치 담아보까?'(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