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life] 온라인 쇼핑의 종말을 고하노라

토닥s 2013. 11. 29. 07:34

이렇게 제목을 써놓고 보니 그간 내가 온라인 쇼핑에 꽤나 심취했던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다만 물건을 살 때 온라인으로 살뿐.( ' ');;

최근 온라인으로 산 건(주로 아마X을 이용한다) 책, CD, 빨대컵 교체용 빨대, 프라이팬, 슬라이서&다이서, 베이비 안전문인데 순서대로 프라이팬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CD는 주문한지 3주지만 도착하지 않고 있긴하다.  하지만 애초 배송 기간이 1~3주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주문제작하나보다.(- - );;

문제는 슬라이서&다이서에서 시작된다.


파전을 굽든, 볶음밥을 하든, 파스타를 하든, 비빔밥을 하든 무쟈게 썰어야한다.  심지어 이유식에 이르러서는 손목이 나갈 지경이 되었다.  그러다 푸드 프로세서 food processor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믹서나 블랜더하고는 다르고 잘게 잘라주는 기능을 전동으로 해준다.  치즈 가는 강판 grater 생각하면 되겠다.  열심히 골랐으나 강판을 사용한 것 처럼 잘게 잘리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채칼로 갔다가 슬라이서&다이서로 결정.  주문한지 열흘째인 어제 받았다.  오늘 당장 이유식을 만들때 써봤다.

일단 전체적으로 날이 너무 날카로워서 씻을 때도, 감자를 슬라이서 할때도 부들부들 떨었다.  지비에게 사용금지령을 내렸으나(지비는 강판에 감자갈다 자기 손도 종종 갈아버리는 男子인지라) 집에 두는게 무서울 정도다.

근데, 그렇게 날이 날카로우면 잘 잘려야 되는거 아닌가?  작은 다이서를 사용해봤더니(얇게 자른 감자로), 감자를 자르는게 아니라 내가 힘으로 부수는 기분이다.  '내가 이걸 왜 샀을까'하면서 울고 싶어졌다.


사실 슬라이서&다이서는 뒷일이고 그 전에 베이비 안전문(safe gate라고 하는데 한국에선 뭐라고들 부르는지 모르겠다)을 구입했다.  이건 이메일 광고에 낚였다.  이런저런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다보면 한 번 이용한 곳에선 계속 광고가 날라온다.  설정을 변경하는 것도 귀찮아 그냥 두었는데 거기서 보내온 광고중에 최근에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하는 상품이 딱 포함되어 있었던 것.  그게 바로 안전문이다.

집에 보일러 센서가 부적절한 곳에 달려있다.  집안에서 가장 따듯한 곳에 달려있다.  보일러 바로 근처.  그래서 집안의 온도가 일정정도 유지되도록 맞추어두었는데, 센서 근처만 따듯할뿐 집안 온도는 낮아도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두고 생활했다.  그래야 집안 온도가 좀 조절이 된다.  그런데 누리가 사방팔방을 활보하고 다니면서 쓰레기통 뒤지고 신발 끌고 다니고 그래서 거실문을 늘 닫아두니 집이 썰렁.  그래서 다시 문을 열어두고 생활하자니 누리가 겁나서 누리는 이동할 수 없으되 공기는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문을 달면 어떨까라고 지비랑 며칠 전에 이야기했는데 이메일 광고가 날라든 것이었다.

보통 24파운드쯤 하는 안전문이 16파운드라길래 냉큼 사려고 했더니 배송료 4.5파운드가 척 붙는다.  잠시 고민하다 결국은 샀다.  받고 보니 상품도, 품질도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서 눈물을 머금고 반품하기로 했다.  당연 그런 경우 배송료를 물어야 한다.  업체에서 소개한 택배를 이용하면 반품 배송료는 10파운드.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체국을 통해서 보내기로 했다.  오전에 산책 겸 누리 유모차에 올려 우체국으로 갔다.  보험도 없는 가장 싼 걸 이용한 우편요금이 14파운드란다.  그래서 다시 낑낑대며 집으로 들고 왔다.  사실 크기가 크지는 않다.  또 눈물을 머금고 업체에 전화해서 그쪽 택배 보내라고 했다.  상품 가격에서 10파운드 빼면 6파운드 돌려받나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16+4.5)-10해서 10.5파운드 돌려준단다.  고마워서 눈물이 날뻔했다.


오늘 이 두 가지 일을 겪으면서 마음을 먹었다.  온라인 쇼핑에 종말을 고하겠노라고.


그렇다고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사는 물건이 무엇인지, 누구로 부터 사는 게 확실한지를 따져 사겠다는 것이다.  DVD&Blue-ray를 볼 수 있는 걸 사려고 며칠 전부터 지비가 검색중인데 이베X에서 중고로 사자고 그런다.  오늘 눈물을 닦으며 'never'라고 말해줬다.